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적 임금을 맞추자 ②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적 임금을 맞추자 ②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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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은 지난 5월 17일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선기간 활동을 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성규 대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긴 시간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분량이 많아, 모두 7개의 꼭지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지난 4월 중순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글에서 ‘사회연대전략’을 강조했는데,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사회연대’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마다, 듣는 사람마다 제각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사회연대전략을 ‘유령’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직까지도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 사회연대노동포럼의 과제 중 하나다. 욕심 같아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론의 여지없이 수긍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 인정하고 실천의 강령처럼 생각할 정도의 내용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하지만 사회연대전략이 이런 것이구나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만들어보기 위한 노력을 지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정리하고 있고, 사회연대노동포럼 안에 팀을 꾸려서 그런 부분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을 제안한 계기는 전술적이기는 했다.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고 보수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평가절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돌파구가 필요했다. 또 용산사태, 박종태 열사 사건, 쌍용자동차사태가 민주노총을 짓누르고 있을 때 이걸 대중적으로 돌파할 기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사회연대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 전망도 없이 무작정 들고 나왔던 건 아니다. (당시 민주노총 안에) 팀을 꾸려서 조금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 이야기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번에 순회하면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사회가 독립적인 사회가 아니고 민족과 국토가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외적 변수가 많다. 일본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한반도에 통일된 정부가 있다 하더라도 국내나 국제적인 일을 독자적인 방침과 방향으로 끌어나가기 어려운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그런 여건에서 한국 사회는 일사분란하게 조직되어 있는 국민의 대오냐 하면 그렇지 않다. 굉장히 많은 계급과 계층으로 분절화 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사회연대전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보수권력과 보수층,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빼고 나머지 계층을 보면 정확한 통계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임금노동자 수를 1,900만~2,000만 명으로 봤을 때, 임금노동자 1인당 부양가족을 1명만 본다고 하더라도 거의 4,000만 명에 육박하는 게 임금노동자 계급이다. 그런데 4,000만 명에 가까운 임금노동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분류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 중에는 억대가 넘는 고임금노동자도 있고, 하루하루 벌어먹기도 힘든,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상시적으로 노동하지 못하고 1주일에 하루 이틀밖에 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걸 가지고 2~3명의 가족이 살아가야 하는 아주 처절한 환경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까지 너무나 많은 계층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 계층 간에 연대의 고리는 있느냐, 또는 계층 간에 화해할 수 있는 기제는 있느냐 따져 봤을 때, 워낙 한국사회가 돈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로 빠져들다 보니까 그 사이에 경계가 생기고 적개심이 생긴다. 같은 임금노동자들끼리도 임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사이에, 부동산 소유의 양 또는 자산 소유의 양에 따라서 질타하고 적개심을 갖게 되고, 또는 무시하거나 깔아뭉개고 짓밟으면서 수많은 계층으로 형성되어 나뉘어 있다. 이걸 그나마 크게 나누는 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거나 저임금노동자와 고임금노동자로 나누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에서 소득의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고임금노동자는 가만있거나 소득을 반납하고 저임금노동자한테 더 주자는 거냐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사회연대전략 중에 소득 부분은 국가와 사회가 상당부분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플 때 건강보험으로 보장받는 것 외에도 좀 더 나은 환경의 좀 더 좋은 병원에서 좀 더 많은 병원비가 들더라도 고급스럽게 치료를 받고 싶거나 그래도 되는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사이의 조건을 평준화시키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할 일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의료비용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면 임금에 의료비용을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학자금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또는 어느 시점까지 무상으로 가능하도록 정착시켜 놓으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임금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국가적으로 개인이 책임지지 않아도 될 부분을 떼어서 국가예산과 사회보장체계로 흡수하면 임금 요구의 강도가 낮아지고, 임금이 오르지 않더라도 사실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이럴 때 저임금노동자들한테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서, 임금을 완전히 고임금노동자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상당부분,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평균임금 정도의 수준을 단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것을 좀 더 조직된 노동자, 좀 더 고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런 체제를 만들어보자고 사회연대투쟁을 하는 것이 사회연대전략의 첫 번째 항목이다.

소득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사회적 임금으로 맞춰나가자는 거다. 이게 마치 고임금노동자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저임금노동자들에게 그 임금을 주자는 주장인 것처럼, 임금총액을 가지고 우리끼리 나누자는 주장인 것처럼 오해를 일부러 만들어내기도 한다. 임성규 위원장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왜곡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그 당시에 많았다. 그게 결코 아니다. 고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이 가만히 있어도 사실상 임금이 인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내 임금에서 사회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지출하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임금이 인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문제, 의료문제가 그런 부분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은 경제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니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 다음에는 인권의 문제, 차별의 문제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이미 고착화된 저소득층과 고임금 노동자를 포함한 고소득층과의 생활 문화의 차이 같은 부분에서, 연대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좀 더 밝고 이성적이고 민주적인 상호협력관계로 끌어올리고, 생활의 질, 삶의 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 과정은 국가가 주도하기도 하고 사회가 주도하기도 하고 특정한 단체가 주도하기도 하겠지만 상관은 없다. 삶의 질이 다르면 문화를 같이한다고 해도 동질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의 질에는 반드시 경제적인 부분이 뒤따르긴 하지만, 꼭 돈만으로 삶의 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늘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다가 문명, 문화를 늘릴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좀 더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연대전략의 중요한 두 번째 항목이다. 상대적으로 좀 더 나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삶의 질을 어떻게 바꿔 나갈까 고민하고 손을 내미는 일상적인 연대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그 두 항목이고, 나머지는 구체화 시키다 보면 정치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통일문제까지 각종 사회적 의제를 들 수 있다. 그 속에는 의료공공성 또는 무상의료, 교육공공성 또는 무상교육,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 같은 게 들어간다.

그리고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가면 이 사회를 밝게 하고 정의롭게 하고 민주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노사관계가 잘 풀려야 하는데 노사관계를 잘 풀려면 산별노조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조합 만드는 것조차 방해하고 탄압하고 있어서 사회연대전략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국가와 사회가 용인하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하려면, 교육부터 노동조합을 실제 만드는 과정까지 체계화되어 있어야 하고 법제화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그것을 용인하고 승인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의식이 중요하다.

한 가지 사안을 제대로 정착시키려 해도 거기에는 교육문제, 제도문제, 법제문제가 다 따른다. 그래서 이게 전략이라는 거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놓고 그걸 하나씩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을 1년 전술이든 3년 전술이든 가져가려 한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주요내용이다.”

사회연대전략을 떳떳하고 알찬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전략으로 가꿔 나가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사회연대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인가?

“사회연대전략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용이 다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몇 가지 예만 들다보니까, 이걸 비아냥대고 비판하고 싶어 하고 비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특정 문제, 예컨대 소득문제만을 건드려서 사회연대전략을 왜곡시키고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건 처음 제기한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사회연대전략이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되고 모든 계층, 또는 계급, 농민들이나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이 전략을 이해하고 같이해야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이미 그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게까지 끌어올리려면 우선 캠페인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캠페인이라고 했는데 설득하려면 우선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주체에게 힘이 붙으려면 남들이 바라봤을 때 패권을 노리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정권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같이 운동할 사람들을 설득하고 연대를 제안하고 함께하기 위한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다 보면 적은 생기게 마련이다. 많이 가진 자들, 지금까지 극우보수 내지 보수층의 정치세력들, 이런 소수의 적들만 남게 되는 과정까지가 큰 흐름에서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지 혼자 시작하든 둘이 시작하든 출발점에서부터 점점 일이 커져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흐름을 형성하고 그 흐름이 하나의 헤게모니, 긍정적 의미의 헤게모니가 되면서, 이제 우리 사회는 사회연대전략에 입각해서 또는 사회연대전략 운동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가 분명한 대세로 형성되면, 그 후에는 특정 정당 내지는 정당 일반, 중도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정당들도 그런 내용을 채택해서 법제화시키고 제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중간에 방해세력에 의해서 중단되거나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 밖의 전선조직체는 그대로 있는 게 좋겠다. 가장 좋은 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이것이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섰을 때는 이미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조합원 숫자가 많이 조직되어 있는 산별노조가 점점 체계화되고 있는 단위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조직이라는 조직되어 있고 가장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조직들에 의해서 사회연대전략과 그에 따른 전술이 운용되고 상시적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불가피하게 특정 정파로 오인 받더라도 일정하게 조직된 대오가 캠페인하고 점점 더 확장하고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흡하고 아직 여러 가지로 불안하기는 하지만 사회연대노동포럼에 그런 목적과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