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화려함을 까먹고 있다 ③
민주노동당의 화려함을 까먹고 있다 ③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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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은 지난 5월 17일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선기간 활동을 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성규 대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긴 시간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분량이 많아, 모두 7개의 꼭지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지난 30여 년간 노동조합운동의 과제이기도 했고, 동시에 다양한 입장 차이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초반에는 민주노동당이라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현재는 여러 개의 진보정당으로 나뉘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을 포함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은 크게 보면 87년 체제를 기점으로 끊어서 볼 수 있다. 87년은 사실 매우 폭발적이긴 했지만, 그 폭발력의 규모나 강도에 비해서 그 이전의 준비단계는 그다지 치밀하지 못했다. 물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탄압받고 죽음까지도 당했던 사람들이 사회변혁을 지향했던 열망이 쌓이고 쌓여서, 거기에다 군부독재에 의해서 너무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서, 6월 항쟁으로부터 촉발되어서 7, 8, 9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적 필연성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준비에 비해서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 한참 뒤에 외국에 갔을 때 외국 사람들은 혁명적인 상황으로 바라보기도 했고,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해서 혁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과도하게 전망했던 사람들도 했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게 어쩌면 지금까지 그 87년을 우려먹고 있다. 87년과 92년에 백기완 선생을 후보로 내세워 대선도 치렀고, 92년에는 몇 개의 진보정당도 있었다. 그러다가 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워 국민승리 21을 만들어서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당시에는 노동자 중심의 정치세력화는 분명히 아니었다. 다만 민주노총의 뜻을 가진 간부들이 먼저 나섰고, 민주노총 내에서도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고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때인데 선각자적인 행동을 했다. 그냥 민주노총만 가지고 선거를 치른 게 아니고, 당시 내가 총무위원장을 맡기는 했지만 지금 정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노회찬 의원이나 나중에 민주당으로 갔던 이창복 선생, 김세균 교수를 포함한 학자들, 이인영 의원 등 국민승리 21 안에 좌우를 망라해서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국민승리 21 캠프 안에서 각각의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것이 그대로 이탈자 없이 당으로 발전했다고 한다면 아마 지금쯤은 집권여당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97년 대선투쟁에서 30만 표라는, 그 한참 전에 백기완 선생이 얻었던 표와 득표에서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받고서 이 조직이 해산을 해버렸다. 다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해서 당 건설을 위해 조그맣게 사무실 하나 얻어서 시작한 게 민주노동당이었다. 87년 대선과 97년 대선을 비교해보면,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이 전노협을 거쳐서 그만큼 의식수준도 높아졌고 집행력도 높아졌고 조직규모도 커졌기 때문에 그런 기반이 형성됨으로 인해서 그만큼 노동자 정치세력화 가능성이 커진 상태였다. 그렇게 시작한 민주노동당의 의석수가 2004년에는 10석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 안 된 게 하나 있었다. 그동안 역사적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깨지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왔다면 빠른 속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몇 번의 이합집산 내지는 정당을 만들었다가 무너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2000년에 민주노동당을 만들어서 2004년에 국회의원 10석을 확보하리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너무 빠른 속도로 이 상황이 오다 보니까, 내용상 노동자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어떤 내용을 가져갈 것이며, 거기에 노동자정당은 보수정당이나 여타의 정당들과 다르게 당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이며, 당원들은 어떤 태도와 내용을 가지고 당원으로서 활동을 해야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이론적으로나 강령, 규약에는 약간 내용이 들어있었으나, 실천되지 못했고 실행하지 못하는 지도부가 돼 버렸다.

당시 지도부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실상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리라는, 나도 거기에 나가서 당선되겠다는 욕심과 전망에 너무 많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모든 당의 회의가 파벌 회의가 된 것이다. 자기 파벌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정계에 진출하려고 하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다 보니까 정책을 논의할 때나 당직자를 선출하고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할 때 희한한 권력싸움이 펼쳐지고 안에서부터 스스로 붕괴가 시작됐다. 거기에 다수파였다가 소수파가 된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당을 쪼개고 나가는 결과까지 이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돈 내달라고 해서 돈도 내줬고 표 달라고 해서 표를 찍어줬는데, 상층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믿고 그렇게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당이 분열되면서 ‘나는 어떡하라고’가 된 것이다. 첫 번째 반응이 ‘이런 나쁜 사람들 봤나’였다. ‘노동자세상 어쩌고 하더니 당을 만들어 가지고 돈도 대주고 표도 찍어주고 우리 가족들도 조직했는데, 자기네들끼리 권력다툼 하다 갈라져? 나쁜 사람 아냐?’ 그리고 ‘개새끼들, 죽일 놈들’이 된 거다. ‘다시는 나한테 정치 이야기 하지 마’ 이렇게 돌아서는 사람들까지 만드는 결과물로 갔는데, 이걸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할 거다. 나는 이렇게 해서 분당을 막으려고 했으나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고. 앞으로 정의당을 도와주고 정의당을 찍어주면 민주노동당의 영광을 다시 되찾아올 것이며, 이제는 다시 갈라지지 않을 정당으로 키워나가겠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여전히 정파구조가 자리하고 있고, 진보정당운동 흐름 내에 다른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번에 선거 결과 지지율이 낮았기는 했지만 정파적 인과관계, 정파 간의 갈등관계, 정파 간의 대척관계가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탄생하고, 민주노총의 각종 단위를 분열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정치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민주노총이 받고 있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노총 내에서 통일단결해서 민주노총 지도부만이라도 통합된 정치방침, 정책의 방향, 투쟁의 방향을 가져가자고 해도 안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진보정당 내의 여러 가지 정파에 의해 배후조종 되고 있는 민주노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게 힘들어진 상태가 됐다. 정당운동을 하다가, 진보정당운동을 하다가,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운동을 하다가 이게 분열됨으로 해서 대중조직마저도 통합과 화합과 일사불란한 지도체제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고착화되었다. 반성도 아무도 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가 잘못했다고 하고 있고, 여기에서 조금만 돌출적인 행동,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바운더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두가 그 사람을 공격하는 잘못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지금 평가하기에 이르기는 하지만 2004년, 2005년의 화려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화려함을 모두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절망적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정의당이 6.1%인가를 얻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넘기도 했지만, 그게 지속되거나 계속 확대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거다. 잘 해야 조금씩 전진하지, 그렇지 않으면 정의당은 또 다른 이유에 의해서 다시 (어려운 조건이 될 수 있다). 왜냐면 당장 예측되는 것이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잘 나가고 있는 더민주가 굳이 누구와 연대하려 하겠느냐는 거다. 물론 연대해서 키우려고 할 수도 있지만, 연대하지 않고 더민주 후보만 가지고도 선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내가 왜? 후보들도 많은데? 이렇게 생각할 거다. 그러다 보면 연대를 하려고 했는데 연대를 못하면 당 지지율은 3위인데 현재 체제에서 잘못하면 아무도 당선자를 못 낼 수 있는 정의당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연장되면 총선에서 몰락할 수도 있는 안 좋은 과정도 예측해야 한다. 조언하자면 전망해보고 사업을 진짜 잘 해야 한다. 평가를 일목요연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평가할 시점이 아니고 여전히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불안한 요소들이 더 많은 상황으로 내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