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기존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과는 결이 다른 활동을 했다.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리라는 점을 예상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활동을 한 이유는?

“솔직히 이야기하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사회연대전략을 선언했던 원초적인 책임이 늘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정용건 위원장이 민주노총 선거에 출마해서 이 사회연대전략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면서 거기에 동의하는 현장 사람들을 많이 발견하고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나는 그 때 선거 캠프에 고문 비슷하게 이름을 걸어놓고는 있었지만 실제 선거에 개입하거나 선거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쨌든 후보였던 정용건 위원장이 중심이 돼서 나중에 선거 끝난 후에 사회연대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여기에 일부 학자를 내가 소개해서 조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 조직을 운영하거나 이후 전망을 제시하고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있었다. 사회연대라는 단어에 대한 도덕적 책임, 그걸 던졌던 것에 대한 원초적 책임만 느끼고 있었지 조직을 운영하고 실행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늘 했다. 그러던 중에 촛불정국이 닥치고 대선시기가 빨라질 거라는 예측이 되면서 사회연대노동포럼이 만들어졌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사회연대네트워크 성원들이 주도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현대자동차 현장 사람들의 움직임, 부산, 양산 쪽에서 2012년에 문재인 캠프에 결합했던 노동자들의 움직임, 마산, 창원지역에서 그런 뜻에 동의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움직임 등 영남권의 움직임이 서울로 상륙하면서 두 단위가 만나 사회연대노동포럼으로 이름을 정한 것이다.

작년 12월에 출범식을 했을 때도 나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2017년 2월 18일 국회에서 사회연대노동포럼의 정책발표회를 할 때도 나는 상관이 없었다. 그 때 이미 30년의 반성과 20년 전망이 나왔고,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도 노동 기반의 복지사회라는 큰 슬로건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게 사회연대전략의 여러 항목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사회연대전략에 대해서 그 정도 수준까지만 이해하고 또는 그 정도 수준으로밖에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을 나는 간접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거나 더민주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선거조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될지 관망만 하고 있었던 시기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노동자 중심의 정치세력화라든지, 그게 아니라도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워서 이 사회에 사회연대전략을 관철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사실 연구소 정도로 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점이 올해 연초였다. 그러다가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예비선거에서 문재인 캠프에 사람들을 일부 보내면서 거기에 상임대표를 맡았던 문성현 위원장이 나가고 그 자리가 비게 되니까 마땅히 대표를 누가 하면 좋을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정용건 위원장한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나는 연구소 이야기를 했고, 정용건 위원장은 사회연대노동포럼 대표 이야기를 해서 대표를 수락하고 맡게 됐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표를 맡고 보니 질문했던 것처럼, 심하게는 ‘보수야당이 운동을 통째로 갖다 바친다’는 비판에 방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지나치게 더민주, 그 중에 문재인 후보 쪽으로 경도되어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사람들이 정말 그 정도인가?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살펴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진보정당운동이 분열되고 진보정당운동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서 오는, 꼭 반발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런 좌절과 반발이 뒤섞인 상황에서 이미 더민주로 몸을 옮긴 사람이 있을 정도로 진보정당운동이 끝났다,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여기에 이론적 실천적 방향과 전망을 제시하는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주면 이 조직이 그렇게 오른쪽으로 기울지 않고, 더민주나 새로 탄생할 정권에 기울지 않고도 노동운동진영 내에서 또는 우리 사회 내에서 진보정당운동을 일정하게 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를 던져 보니까 다들 맞는 이야기라고 하고 인정하고 함께하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사회연대노동포럼을 선거 끝나면 해산할 조직으로, 또는 선거 끝나고 어느 시기까지 유지하다가 더민주를 올라탈 것으로 인식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워크숍에서 상당기간 사회연대노동포럼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의했고, 돈도 내서 유지하고 조직도 강화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것이 진보정당운동이다, 또는 무엇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진보정당운동도 함께해야 할 조직으로 이미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우려는 있겠지만 진보진영의 운동, 그리고 진보적인 내용들을 제도권 정당과 진보정당에 침투시킬 수 있는 역할과 임무는 충분히 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회연대노동포럼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고, 현재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하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첫 번째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도 없이 누군가를 만나서 구두로 우리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같이하자고 하면, 아직까지는 우리를 의심하고 있거나 또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거꾸로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당신들은 지금까지 뭐 했느냐, 만날 좌파라고 하고 정의당만 옳다고 해왔는데 당신들은 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내용으로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행동으로서는 맞지 않다. 우리가 모범적으로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정제된 내용이 필요하다. 완성된 내용이 아닐지라도 사실 급하기는 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내용과 철학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공산당, 사회당 또는 노동당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우리 운동 내부에도 있을 정도로 잘못해왔고, 또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다.

그래서 (무슨 주의가 아니라) 내용을 가지고 승부하자는 게 바로 사회연대전략의 각 항목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아젠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우리는 이런 전략을 이렇게 하려고 하니 함께하자고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무상교육 투쟁을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함께하자, 무상의료 투쟁을 이렇게 함께하자, 또는 복지투쟁을 이렇게 함께하자, 이렇게 아젠다별로 실천적인 방향을 함께하자고 하면 거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기본이 되어온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을 다른 국제사회에서는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연대전략선언’과 그 선언에 따른 실천 강령이 필요할 것 같다. 거칠더라도 어느 정도 내용을 정리해서 그 내용을 가지고 함께하자고 제안하면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 예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준비하고 있고 곧 작업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초안을 만들어서 내부 토론도 붙일 계획이다.

몇 가지는 구두로 이야기를 해보니까 설득이 된다. 워크숍 이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몇 사람 못 만난다. 하루에 한 사람밖에 못 만나기도 했고 한 사람을 위해서 4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물론 그 사람이 반론을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겪었던 설움, 고민, 고통을 다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조금 하다보니까 4시간이 됐다. 그와는 달리 단 몇 십 분 만에 같이하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두로도 설득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단을 설득할 때는 구두로는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여유도 안 줄 거고, 우선 집단을 설득하려면, 예를 들어 정파 조직을 설득하려고 할 때, 그들이 함께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저들이 이렇게 하려고 하니 너무 욕만 하지 말고 지켜보기는 하자는 분위기라도 만들려면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와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임성규 개인이 가서 하면 설득되지 않는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화된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내용과 구체적인 실천행동이 필요하다.

물론 함정도 있다. 누군가가 사회연대노동포럼의 상징성을 가지고 정부에 입각해서 하는 걸 보니 잘 못한다고 하면 그게 우리 점수의 반 이상은 깎아먹을 거다. 그런 부분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방어를 해나가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내용을 정리하고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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