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⑤
선거 이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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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은 지난 5월 17일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선기간 활동을 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성규 대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긴 시간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분량이 많아, 모두 7개의 꼭지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한 일이 일자리위원회 설치이고, 첫 방문지인 인천공항공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단계적인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첫 단추를 꿴 것이고 구체적인 진행과정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워크숍 때 모든 사람에게 문건을 나눠주지 않고 나 혼자만 정리해서 가지고 가서 발표했는데, 아직 미완의 문건이기도 하지만 밖으로 내놓기에는 별로 큰 내용도 없고 아직은 이른 단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문건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시간은 문재인 대통령의 편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사람들도 감히 입을 열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리고 심지어는 사회연대노동포럼이 별로 할 일이 없을 정도로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 언론에서 칭찬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지적거리가 생길 것이고, 비판거리가 생길 것이고, 심지어는 그걸 노리고 있는 보수집단에 의해서 뭔가 거리가 생길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질 거라서, 앞으로의 시간은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기보다는 대통령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상징적으로 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또 정말 잘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한다,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언제 무슨 일을 계기로 해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할지 또는 문제없이 계속 잘 갈지 현재로서는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지지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해서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닐 텐데 향후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계획한 바가 있는가? 또 사회연대노동포럼이 그와 같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력으로서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내부적 조직화 방침은 있는가?

“정치활동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텐데 우리 조직이 당에 몸을 담아서 그 당의 결의에 의해 그 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당의 활동이다. 그건 일단은 배제하고, 제3의 조직으로 있으면서, 더구나 그동안의 운동의 흐름으로 보면 진보진영이 아닌 범보수진영의 후보를 지지할 때는 두 가지 유형이 있을 거라고 본다. 하나는 비판적 지지의 유형이 있을 거고, 또 하나는 연립적 지지라는 유형이 있을 거다. 연립적 지지라는 표현은 정확한 과학적 표현은 아니지만, 생각이 일치하고 거의 같은 당이나 마찬가지로 내각을 구성하거나 할 때 인재들을 서로 소통하고 같이하겠다는 단계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이번 정치행위는 성격으로 보면 비판적 지지와 연립적 지지의 중간단계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각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정권교체, 다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워낙 우리 사회에 적폐가 많고 그 적폐를 실천적으로 척결해야 하는데, 당선이 불가능한 사람을 지지하고 당선시키려고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선거 이후에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데 실천적으로 별로 효용성이 없는 일을 하는 거다. 당선이 가능한 사람 중에서 그나마 적폐 청산을 위해서 노력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한 게 문 후보이고, 그래서 문 후보를 지지한 거다. 그러나 사회연대노동포럼의 공식적인 결의는 없었다. 선거에 투표를 열심히 하고, 정권교체에 힘을 쏟고, 정권교체 이후에 적폐 청산에 기대를 걸고 비판적 지지에 가까운, 아까 비판적 지지와 연립적 지지의 중간 형태라고 했는데 큰 흐름으로 보면 비판적 지지에 가까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후에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것은 얼마 전 1박 2일 워크숍에서 크게 방향은 잡혔다. 첫 번째는 일단 이 조직이 선거 조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선거 이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했는데, 이후에 정치지형이나 사회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조직을 혁신하고 강화해야 하고 제대로 된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3년 사이에 첫 번째 민주노총 선거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용을 가지고 개입하자고 결의했다. 그리고 내년 지자체선거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총선까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데 대체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려면 단체를 유지해야 한다. 단체를 유지하려면 공간도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상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조직을 확대하고, 돈도 내고 서로 의무감을 가지고 조직활동도 해야 한다.

문제는 조직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확대하고, 각종 정치선거와 대중조직 선거에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개입하려면 이 조직의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그러면 정체성이 뭐냐? 그게 사회연대전략의 내용이 될 건데, 정체성을 하나로 함축하다 보면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이냐 공산주의자냐 사민주의자들이냐 이렇게 이야기하면 편할 거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민주의 이렇게 무슨 주의를 갖다 대도 별로 설득력도 없고 오히려 반감만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내용도 고전에서 따와서 응용해서 써먹었을 뿐이다. 정통 고전 내용을 모든 사람들이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고민해서 깊은 철학적 내용을 가지고 운동하는 것이 아니고 용어만 써왔다. 그런 것에서 탈피해서 무슨 주의라고 쓰지는 말자는 거다.

내가 술자리에서 삼평주의를 이야기했는데 그냥 웃고 말았다. 평등, 평화, 평치라고 하는 내용을 강화해서 쑨원의 삼민주의처럼 삼평주의를 사회적 이데올로기로 한 번 해보자는 건데, 그런 정도로 우리 정체성을 고민해보자는 것을 던져놓기는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쨌든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한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시간도 그렇고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너무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바운더리가 넓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실천하고 용기를 낼 수 있으려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각종 문제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의료문제, 교육문제 또는 사회구조의 문제, 통일의 문제 등 각종 영역을 몇 가지 주제로 선정해서, 그 안에 각각의 내용들을 담아내려고 한다. 그 내용 속에는 공산주의적 내용, 사회주의적 내용, 사민주의적 내용이 섞일 수도 있겠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특수하게 가지고 있는 여러 모순을 어떻게 척결해 나갈 건지는, 혁명을 통해서 하루아침에 확 바꾸기보다는 이미 혁명이 어려워진 마당이니 전술적으로 좀 더 차분하게 천천히 단계적으로 현실이 받쳐줄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꿔나가자는 내용을 잡으면 그게 정체성이 될 거다. 그 내용을 잡는 것이 지금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당면 과제다.

나머지는 다 정리됐다고 본다. 우선 조직을 확대하고 강화하자고 결의했다. 중앙에 조직이 있고 일부 시도에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광역시도별로 반드시 사회연대노동포럼 조직을 만들고, 더 들어가서 기초자치단체별로도 조직을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서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지역 사회연대노동포럼과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중앙의 회의기구를 통해 서로 조정하고 각 지역의 현실성과 조건을 상호 인정하면서 연대하는 수준에서 조직적 성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다 확정돼 있는 건 아니지만 워크숍에서 그런 의견이 제안됐고 의견들이 들어오고 있다. 장문의 의견을 낸 사람도 있고 회비는 얼마로 하자는 기술적인 의견도 들어오고 있다. 지금 내용을 잡아가고 있는데,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 대강의 방향은 워크숍에서 합의됐다고 볼 수 있다. 그 합의 내용을 구체화시키고 행동하기 위해서 내용이 필요하다,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한 내용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