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률 높이려면 산별노조 법제화해야 ⑥
조직률 높이려면 산별노조 법제화해야 ⑥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6.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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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은 지난 5월 17일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선기간 활동을 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성규 대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긴 시간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분량이 많아, 모두 7개의 꼭지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당장 6월에는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공약 수정 이야기도 나왔다. 그 외에도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이와 같은 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들을 대통령이 방문해서 간담회를 하고 1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겉으로는 정규직화 약속을 했지만 소득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사실 선수들은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바로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2년마다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 신분에서 계약 갱신 절차를 없애고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주는 수준 이상이 아니다. 당장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거다.

이걸 당장 최저임금과 연결시키면, 물론 그런 정도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은 받고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올라 있는 비정규직들은 그나마 최저임금은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최저임금도 변형된 형태로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최저임금에 사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각종 세금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에서 보면, 하다못해 개인점포에서 비정규직을 썼다고 하면 계약직 비정규직도 아니고 계약기간도 없이 한 달을 쓸지 두 달을 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최저임금은 지킨다고 하면, 그 노동자가 받는 것은 최저임금일지 모르지만 사용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소득의 문제, 통계로 드러나고 있는 최저소득자의 재정비용으로 보면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출해야 하니까.

기간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서 그걸 정규직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아직은 그냥 봐주고 있는 거지 사실은 언어도단이다. 대통령의 여러 가지 행보 속에서 그게 하나의 상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더 가야 할 길이 있고 더 갈 거라고 보기 때문에 인정하는 거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삐딱하게 바라보면 바로 공격거리가 될 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사회연대전략의 첫 번째 항목이 소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그 사람들의 임금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려줄 거냐가 문제다. 특정한 회사를 예로 들자면, 과거 D사에서 있었던 일이고 그 후 많은 사업장들에서 그게 보편화됐다. 똑같은 일을 같은 책상에서 하는데 같은 팀장 아래 한 쪽에는 다 정규직들이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비정규직들이 앉아서 일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두 배, 세 배 차이가 나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다들 눈치를 보다가 따로따로 간다. 한 쪽은 임금이 적고 다른 쪽은 임금이 많은데, 정규직이라도 매일같이 밥을 사주기에는 부담이고, 같이 가서 밥을 먹는데 정규직은 6천 원짜리 밥을 먹고 비정규직은 3천 원짜리 밥을 먹으니, 같이 가서 돈은 따로따로 하자고 하기에도 뭐하니까, 밥 먹을 때만 되면 눈치를 보다가 서로 다른 식당으로 가는 거다. 그게 비근한 예인데, 같은 직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이미 그렇게 계층화돼 있다. 사회연대전략 속에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에 생기고 있는 계층을 어떻게 메울 거냐 하는 게 후속작업과 관련이 있다.

비판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대통령이 모든 일에 나서서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대통령이 얼굴을 내밀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도 대통령이 갈 일이 아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대통령이 직접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보훈처장이나 비서관에게 지시해서 행사 공식 기념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하면 될 일인데, 대통령이 다 나서서 하고 있는 건 초반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기틀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거다.

정상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가 풀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굉장히 큰 사업장인데 700명도 채 안 되는 정규직이 있고, 이 인천공항공사가 각종 기술직부터 서비스직까지 공항 청사 내에서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거다. 원래는 인천공항공사가 그들까지 다 고용해서 인천공항공사 인원이 1만 5천 명이 돼야 하는데, 관리직 700명만 정규직으로 하고 나머지는 다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전기 일을 하는 사람, 수도 일을 하는 사람, 또는 청소하는 사람 모두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여러 개의 회사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입찰공고를 내면 서로 우리가 이만큼 인력을 가지고 있고 전체 예산을 이렇게 할 테니 우리한테 일을 달라고 해서 용역을 받는 입찰 형태로 고용돼 그 회사에서 파견 나온 인력이 일을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깨려면 앞으로 해야 할 일과 거쳐야 할 과정이 굉장히 많다.

인천공항공사를 예로 들었는데 모든 영역이 다 마찬가지다. 불법파견, 불법파견회사, 노무관리, 예를 들어 인천공항공사에서 1천억 원에 용역을 줬는데, 노동자한테 돌아가는 총액은 800억 원만 돌아가고 나머지 200억 원은 그 인력회사의 사용자가 자기 이윤이나 다른 용도로 챙긴다. 자기 회사 노동자들에게는 800억 원만 나눠주면서 자기는 연봉으로 1억 원이 넘게 가져가는 체계가 돼 있어 사회적 낭비요인이다. 사회 구석구석을 파헤쳐서 이런 문제를 터뜨리는 것은 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기구도 마찬가지고 정부기구도 거기까지 다 손이 미치지 않아서 늘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그걸 아주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파헤치고 파악하는 것은 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 바로 현장에 있는 우리가 할 일이다. 하나의 예를 들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을 거다. 다른 영역에서도 그와 유사한 방향과 방침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야 한다.”

사실 그런 일을 하려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야 할 텐데,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간신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장 높았을 때 19.5%까지 올라갔었다. 89년부터 91년 사이에.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에 우후죽순 노동조합들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그 전에 어용노조들이 민주화돼 조직이 확대되기도 했다.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거의 150만 명 가까이 됐고, 민주노조운동진영이라고 해서 새로 생긴 노조들이 있었다. 87년 당시에는 천만 노동자라고 이야기했으니까 천만 명 전후의 임금노동자 수였고, 그래서 그 때는 비율 내기도 쉬웠다. 조직노동자가 195만 명, 19.5% 이렇게 기억이 나는데, 한국노총을 많이 보면 140만~150만 명이었으니까 나머지 45만 명 정도는 민주노조운동진영과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처음 전노협을 만들었을 때 조직 규모가 20만 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 임금노동자도 늘어나 지금은 임금노동자가 1,900만 명 정도 되는데 통계가 점점 정확해지면서 그렇게 된 거다. 예전에는 임금노동자로 안 잡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았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돈네 팔촌까지 데려다 썼으니 안 잡혔던 거다. 거기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통계가 많이 정확해지고 구체화되고 인구도 늘어나면서 노동자층도 늘어나서 임금노동자가 1,900만 명을 넘었다. 어쨌든 그 이후로 91년, 92년을 전후로 해서 조직률이 점점 낮아진다. 처음엔 눈에 안 보일 정도였지만, 지금은 양 노총을 합해서 조직률이 10% 전후라는 거다. 조직률로만 보면 그동안 조직률이 절반으로 떨어진 거다.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조합운동은 아무리 잘 해도 노동조합을 가지고 혁명을 해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역사적으로 입증됐고 우리나라도 그런 형편이다. 그렇다고 하면 노동조합은 어디까지 자기 임무를 할 수 있을 거냐, 결국은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사회적 보호가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임무와 역할의 꼭짓점이다.

그것이 그나마 잘 되고 있으면 조직률이 높아지는데 잘 안 되고 있다. 다 막혀 있다. 경제적 요구도 늘 후퇴하거나, 표면적으로는 임금인상을 한 것 같은데 거꾸로 내준 게 많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을 늘렸다든가 정규직을 축소했다든가 희망퇴직을 늘렸다든가 해서, 표피적으로 임금은 조금 올린 것 같은데 잃은 게 더 많은 구조로 흘러와서 조직률이 안 높아지고 있다.

조직률은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가지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노동조합이 투쟁해서 조직률을 높일 수 있는 한계로부터 저점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투쟁으로 조직률을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책을 잘 쓴다고 해서 조직률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100%는 아니지만. 법으로 산별노조로 강제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노조가 산별노조로 재편과정에 있기는 하지만 정체되어 있고 실패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만큼 전진이 안 되고 있다. 그렇다면 법제화를 통해 산별노조가 해야 할 정책, 산별노조가 해야 할 정치적 방향,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활동가들이 공부하고 합의해야 한다. 산별노조 법제화 투쟁도 중요한 항목으로 놓고 싸워야 한다. 당장 올해도 안 될 거고, 내년에도 어렵겠지만, 3년 뒤 총선 이후에는 당장 법제화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지금부터 여론화하고 작업하고 준비해서, 총선을 거치면서 현실적으로 법제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보자는 게 거기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률을 높이는 문제는, 대통령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는 게 맞다,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고 선거기간 동안에 이야기했는데, 현재만 놓고 보면 별로 할 게 없다. 물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조직률이 조금 높아지겠지만,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들, 경찰 고용직들 다 우리가 경험해봤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탑에도 올라가고 별짓을 다했지만 막상 정규직화 되고 나면 조직화되는 게 아니라 그 조직이 사라져버렸다. 정규직으로 흡수돼서 어용노조 안으로 들어가면, 워낙 비정규직 때 힘들었다가 정규직이 돼서 노조에 가입해 보니까 노조가 별로 잘못하지도 않고 임금도 적당한 시기에 잘 챙겨주니까 행복하게 생각하고 비정규직 시절에 피 흘리면서 살아왔던 기억이 갑자기 싹 사라진 거다.

예를 들어 내가 내 재능 때문에 연봉 1억 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라고 하자. 금융권에는 그런 비정규직이 더러 있다. 그런데 정규직화 하면서 갑자기 연봉 6천만 원만 받으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정규직은 됐지만 조건이 나빠졌으니 불만이 많을 거다. 하지만 연봉 2천만 원 받던 비정규직이 갑자기 연봉 3천만 원, 4천만 원 받는 정규직이 되고 여러 가지 복지 조건도 좋아지니까 몇 년 동안 매우 행복해진 거다. 투쟁하고 싶은 생각도 싹 사라져버리고, 내 투쟁이 당위적으로 투쟁해서 성공했으니 거기에 안착해버리고 그걸로 끝나버리니까 연결이 안 되는 거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어용노조 집행부를 갈아엎기 위해서 민주노조운동을 하면서 선거에도 나가고 있는데, 선거 출마하면서 비정규직일 때 같이했던 사람들과 진영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하다가 정규직이 돼서 조직이 소멸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비정규직 투쟁을 해서 아직까지 조직이 남아있는 데는 여전히 그들의 문제가 안 풀렸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이나 청소 같은 분야들이 아직 당사자들의 문제가 안 풀린 채 고착화됐거나 악화됐고 악용당하고 있으니까 조직을 건설하면서 사회적 힘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 투쟁동력이나 그들의 투쟁의지를 그대로 살려서 노동조합운동으로 전이시키려면 산별노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별노조 법제화는 매우 중요하다. 산별노조 법제화의 전망을 가지고 힘을 싣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