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택
아빠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택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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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행복’으로 바꾸는 아빠육아휴직
[인터뷰] 서명훈 아빠육아휴직운동본부 대표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고용노동청 일자리센터에서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하여 ‘스웨덴 아빠’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에는 부모휴가(한국의 육아휴직에 해당)를 선택해 아이를 돌보는 스웨덴 아빠 25명의 사진이 전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스웨덴 아빠와 아이가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0분으로, 우리나라 평균(6분)에 50배에 달한다.

스웨덴은 자녀의 양육을 위해 한 자녀 당 480일의 부모휴가를 제공한다. 첫 390일 중 부모는 반드시 각각 90일을 부모휴가로 사용해야 하며 잔여 일수는 자유롭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아빠육아는 그림의 떡일까? 아빠육아휴직운동본부 서명훈 대표는 ‘희망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 사용률은 저조하지만 우리나라 아빠육아휴직이 기본적인 틀은 잘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 2015’에 따르면 한국의 ‘아버지에게만 주어지는 유급휴가’는 52.6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아빠들이 아이 키우는 재미로 퐁당 빠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곧 태어날 넷째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서명훈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빠육아휴직운동본부를 소개하자면?

 

말 그대로 아빠육아휴직 정착을 위해 힘쓰는 단체이다. 아빠육아휴직제도가 이미 있는데 무슨 운동까지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아빠들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냥 아빠육아휴직을 시행하자고 주장만하는 단체가 아니라 현실적인 아빠육아휴직 도입을 위해 법을 바꾸자는 것이 우리 단체의 목표이다.

현재 법제화를 위한 초석인 서명받기를 포함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 코엑스, 송파 등에서 처음에는 수기서명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포토서명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빠육아휴직을 알리고 지지자들을 모으고 있다. 또 육아휴직으로 고민하는 아빠들의 상담도 수시로 하고 있고 아빠육아의 날 행사를 열어 육아휴직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빠육아휴직 실태는?

전체육아휴직자 중 아빠육아휴직 비율은 10.2%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저조하다. 아빠 육아휴직 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첫째가 급여 때문이다. 2016년부터 아빠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처음 3개월을 매월 통상임금 100%(상한 15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 통상임금 40%(상한 1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육아휴직 종료 후 바로 퇴사하는 일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급여의 25%는 육아휴직 종료 후 회사로 복귀해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실제 육아휴직 중에 받을 수 있는 급여는 더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아빠들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한 달 급여가 끊기는 순간 가정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회사 내 분위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살벌해지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내가 정규직 뽑아놨는데 일은 안하고 엉뚱한 짓하고 있다는 식의 폐쇄적인 사고가 있는 것이다. 내가 육아휴직을 쓰고 다시 돌아온다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차례에 기꺼이 품앗이를 하겠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야 한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면 황혼육아, 여성의 독박육아, 여성의 경력단절 등 원치 않는 육아가 늘어나게 되고 저출산 등의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사실 우리나라 육아휴직 관련법은 기본적인 틀이 잘 갖추어져 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라면 최대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공무원의 경우 3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육아휴직이 3년인 곳은 독일과 프랑스뿐이다. 우리나라 제도가 나쁘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서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리고 비자발적인 육아휴직 환경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구체적인 정책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실적 실행을 위해서는 우선 아까 말했듯이 육아휴직 급여 인상이 필요하다. 육아휴직 급여를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예산은 약 5조 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육아휴직 거부회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벌금형은 그 효과가 미미하다. 현재 법적으로 육아휴직의 적극적 거부 의사표시가 없는 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 육아휴직 기간에 매일 출근하라고 괴롭혀도 소극적 거부의사 표시로 구분되어 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회사가 거부하지 못하게 실형으로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육아휴직의 결정권을 국가로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차피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에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승인권을 가지면 회사가 육아휴직을 거부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외에도 회사의 젊은 임원들이 육아휴직 롤모델로 나서는 것,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이 있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그때는 대통령 당선 전이었지만 아빠육아의 날 행사에 화환을 보낸 일이 있다.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지금도 육아휴직 관련 위기에 처한 아빠들에게 상담요청이 들어온다. 이 상담 수를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려 한다. 육아휴직에 관심을 가지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을 두 배로 늘리고 언론에 노출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만큼 사람들이 아빠육아휴직을 익숙하게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육아휴직 아빠를 찾는 방송작가들이 많다. 이 둘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