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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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참여와혁신> 사무실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는 이른바 ‘마찌꼬바’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여느 곳들이 그러하듯이 그 자리를 아파트며 벤처타운 등이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도 작은 가게만한 소규모 공장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곳을 지날 때면 늘 용접 불꽃이나 밀링머신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대부분이 기계부품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며칠 전 출근길에 작은 공장의 살짝 올려진 셔터 안 풍경이 들여다보였습니다. 진녹색의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크리스마스 트리였습니다. 이 맘 때쯤 가정에서 거실 한쪽에 세워놓는 트리 말입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공장 가득 누운 채 쌓여 있는 그 트리는 황량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트리가 각 가정으로 팔리고, 가족들의 정성스런 치장을 마치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리고 추억을 담아두는 소중한 물건이 되겠지요.


생각난 김에 잠시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을 확인해 보니 약간의 장식품에 택배비까지 포함해서 만원대 초반의 제품까지 보입니다. 결국 공장에서 출고되는 그 트리는 2, 3천원 정도일 겁니다. 싸고 볼품 없이 쌓여 있던 그 트리는,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수단이고 트리를 산 사람들의 추억을 공유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것입니다.


세상사가 모두 그런 거겠지요. 비록 만들어지는 과정이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더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정성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만난다면 어떤 명품 부럽지 않아지는 거겠지요.

 

<참여와혁신>도 벌써 2006년 송년호를 냅니다. 여전히 빈틈도 많고 좀더 여물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채울 것이 더 많고 여물어가는 것을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요.


<참여와혁신>의 지면 하나하나를 발로 뛰는 열정으로, 냉철한 머리로, 따스한 가슴으로 정성들여 채워나갈 새로운 식구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독자 여러분과 제대로 조우하게 될 때,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마음 속에 세워질 거라 믿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6년이 저물어갑니다. 마지막 남은 한달만이라도 걱정과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호는 가슴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 작은 온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