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특히 청년실업이 국가적 화두가 된지는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정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지만 젊은층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겨울방학, 그리고 졸업을 앞둔 대학가의 이맘때는 각종 취업관련 이벤트가 절정에 이르는 때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예비 ‘이태백’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채용공고에 씁쓸해 하며 도서관의 불을 밝힌 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기도 합니다.
취업을 하고 직업을 선택할 때는 본인의 적성, 능력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만, 요즘처럼 구조적 실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일단 취업을 하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년처럼 대학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주던 시대도 지났고, 일류대학 졸업생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인턴십, 아르바이트, 사회봉사 등 소위 취업3종 세트뿐만 아니라 자격취득, 학원수강, 편입학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요즘 구직자들에게 대학생활의 낭만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런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사회초년생으로써 첫발을 내딛고 있기도 합니다.
청운의 꿈은 ‘워커홀릭’이란 현실로
최근 개봉한 미국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20대 여성의 살 떨리는 직장생활을 그리는 코미디입니다.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여성들의 호응에 힘입어 미국에서만 1억2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 성공작으로 국내에서도 개봉과 함께 관객 대부분을 젊은 여성들이 차지하면서 덩달아 소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청운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상경한 앤드리아는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모두 퇴짜를 맞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패션잡지 ‘런웨이’로부터 연락이 오게 되고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이지만 생계를 위해 일단 면접을 보러 가지요. 담당업무는 악명 높은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직. 패션잡지 사무실과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당당히 비서직에 뽑힙니다.
아무리 전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다고는 하지만 미란다의 극성맞은 행동은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야 하는 앤드리아를 고통스럽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 법, 앤드리아 역시 서서히 패션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게 되고 촌스런 사회초년생에서 점차 커리어우먼다운 당당함이 풍기기도 하지요.
그러나 미란다로부터 24시간 울려대는 핸드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다른 그 무엇보다 일이 최우선이 되는 워커홀릭, 그로 인해 점점 멀어지는 남자친구와의 사랑, 급기야 앤드리아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행복마저도 희생할 수밖에 없는 뉴요커의 생활에 환멸을 느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다시 구합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이 영화가 여성관객들을 모으는데 스토리에 대한 공감이외에도 화려한 명품이 주는 볼거리, 특히 주인공 앤드리아 역할을 한 청춘스타 앤 해서웨이가 체중을 줄였다 늘렸다 하며 보여주는 촌스러운 의상에서부터 명품브랜드까지의 다양한 패션 트렌드도 한몫하였을 것입니다. 또 표독한 편집장 역할을 너무도 잘 소화해낸 메릴 스트립의 훌륭한 연기, 영화 내내 흐르는 마돈나, U2등 팝뮤지션들의 감각적인 음악 역시 영화 흥행을 도운 일등공신입니다.
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의 사회초년생 모습은 현실에서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앤드리아 곁에서 충실하게 그녀를 도와주는 동료들의 모습도 그렇고, 성공을 눈앞에 둔 채 자기 발로 회사를 뛰쳐나오는 모습도 현실에선 배부른 모습일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수많은 앤드리아가 씁쓸해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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