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위기 초래한 산업은행, 노동자 책임전가 말라”
“KDB생명 위기 초래한 산업은행, 노동자 책임전가 말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6.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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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사무금융노조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서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2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증자 미끼 생존권 협박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대주주 갑질횡포 노동자가 죄인이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KDB생명 노동자들이 KDB생명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대주주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사측에 유상증자를 빌미로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며 되레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증자 미끼 생존권 협박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회사의 위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때문”이라며 “KDB생명의 매각작업에 몰두한 산업은행이 매각 실패를 겪으면서 영업경쟁력이 악화됐음에도 고이율 저축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미래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대신 흑자기업이라는 겉모습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다”고 지적했다.

2009년 금호생명이 산업은행으로 매각된 KDB생명은 산업은행 민영화 정책이 무산된 이후 3번의 매각작업을 진행했고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는 125%.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의 지표인 RBC 권고비율을 150%로 정하고 있다. KDB생명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 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산업은행이 매각작업이 쉽지 않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DB생명은 이달 초 경영설명회를 개최해 산업은행이 증자의 전제 조건으로 ‘자구노력’을 요구했다고 밝히며, 대규모 지점 통폐합과 조직개편 그리고 인건비 절약을 위한 희망퇴직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은 강제퇴직”이라며 “이미 회사가 뚜렷한 인건비 절감 목표와 점포 수를 축소한 뒤 희망퇴직 접수를 받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밝힌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과거 우리 사주 감자로 지금도 빚을 지고 있으며 이번 희망퇴직으로 또 희생해야할 처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들은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인사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보험회사는 20~30년을 장기적으로 내다봐야하는데, 전문경영인이 아닌 낙하산 인사가 와서 회사의 규모만 키우고 자신들의 성과급만 받아가는 구조로 회사를 경영했다”며 “이를 감독해야하는 산업은행이 지금 와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 본부장은 “그동안 노동조합은 회사를 살려내기 위해 전월차수당도 반납하고, 임금피크제와 임금동결까지 감내했지만 직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구조조정계획’ 뿐”이라며 “산업은행이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KDB생명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회생할 수 있는 자금 투입과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재한 사무금융노조 KDB생명보험지부 지부장은 “구조조정 대상인 20년 이상 일하거나 45세 이상인 이들에게 해고는 죽음”이라며 “회사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배수진을 치고 싸우기 위해 오늘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대의원들의 급여 10%를 투쟁기금으로 갹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