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환’ 간접고용 대안이다 vs 아니다
‘자회사 전환’ 간접고용 대안이다 vs 아니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6.21 15:48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접고용 문제 해법으로 ‘자회사’ 주목
“직무에도 중점 둬야”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찾은 곳은 인천공항이었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초미의 관심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초점은 간접고용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위탁, 외주, 도급 등의 이름으로 사업과 고용이 분리됐으며, 간접고용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간접고용 문제의 해법을 놓고 말이 많다. 민주노총이 21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최근 대안으로 거론되는 자회사 전환 방안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 민주노총이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간접고용 해법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 및 토론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노사관계 전문가, 노조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대책 한계 드러나”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첫 번째 발제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유형을 ▲해당 기관에서 직접 고용 ▲시설공단에서 고용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어떤 형태든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 해소의 본질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기존 민간위탁 방식에서 해당 기관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사례를 언급하며, “고용안정에 일정부분 기여했으나 별도 직군으로 분리되면서 임금 격차를 구조화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시설공단 고용에 대해서는 “고용형태 전환 과정에서 노조의 유무에 따라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고 타 직군과의 차별이 존재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때의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공공부문 간접고용 해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자회사 전환에 대해 “모기업 내에 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가 있을 경우 임금·노동조건에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회사 전환 방식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반면 민간부문 자회사 전환에 대해서는 “원청이 직접고용에 따른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가 강해 또 다른 간접고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간접고용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노동조합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개인적·조직적 반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부문 간접고용, 재벌이 문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민간부분 간접고용과 관련해 재벌기업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오민규 미비실장은 재벌기업 소속 사업체의 간접고용 비율(32.2%)이 비재벌기업(10.7%)에 비해 3배나 높다는 한 조사를 인용해 “재벌이 간접고용 양산의 주범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기업은 간접고용 확대를 통해 사용자로서 책임은 면하면서도 이익은 챙겨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라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회사 전환 방식에 대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된 적이 있고, 사실상 용역업체와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아 온전한 정규직화로 보기 어렵다”며 남우근 정책위원과 견해차를 보였다.

자회사 방안 평가 엇갈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놓고 참가자들 사이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체 상황에 맞게 원청 직접고용이나 자회사 전환 방안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공감하면서 “민주노총의 기대와 요구가 실현 가능한지, ‘한 번 주장해 보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직접고용 전환, 자회사 전환, 기존 간접고용 유지 등 고용형태가 더 세분화되고 위계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원칙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자회사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랐다.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직접고용 정규직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자회사 고용이 비정규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간접고용을 할 때에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공단·자회사는 대부분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간접고용과 다르지 않다”고 맞섰다.

‘직무·직종별 임금체계’ 필요성 제기돼

한편 고용형태에 관한 논의와 별개로 직무·직종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차별과 차등을 혼동해서는 안 되며, 유사업무에서의 차별은 없애야 하지만, 업무가 다르다면 임금수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을 예로 들며 “(원청)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누군가는 해야 하고, 결국 이들 직무에 대해서는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간접고용 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회적 논쟁이 한 자리에 압축된 모습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노사정 당사자 간의 긴밀한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