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사장 지시로 노조 게시판 폐쇄
석유공사, 사장 지시로 노조 게시판 폐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6.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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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로 폭발한 노사갈등...끝장 보나?
ⓒ 공공노련

성과연봉제 도입 등의 사안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석유공사 노사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김정래 사장의 구두지시로 노조 온라인 게시판을 하루아침에 폐쇄했다.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위원장 김병수)은 지난 6월 16일 오전 김정래 사장이 관련 부서장을 소집해 ▲사내전산망에서 노조 게시판을 폐쇄할 것 ▲노조 활동과 관련한 게시글을 모두 삭제할 것 ▲노조 전임 간부의 게시판 게시 권한을 박탈할 것 ▲노조 전임 간부의 사내메일 작성 및 발송 권한을 박탈할 것 등을 지시하고, 이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노조의 각종 선거공고, 지침, 주요 공지사항 등 중요 자료를 비롯해, 그간의 모든 공유 게시물들이 삭제되었다. 또한 노조 위원장을 포함해 전임 간부들이 현재까지 사내 전산망을 통해 게시글을 올리거나 메일을 발송할 수 없게 됨으로써, 노조 활동 홍보 및 공유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노조는 사내 전산망을 관리하는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을 불러, 부서장이 직접 이와 같은 일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동조합 홍보활동을 보장하기로 한 노사 간 단체협약 위반이며, 노조 활동을 고의적으로 침해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내 전산망에 모든 임직원의 게시 권한을 보장한 공사의 전자문서시스템 관리기준 규정의 위반이며, 개인의 메일 등을 무단으로 삭제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당 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김정래 사장이 지시를 내린 6월 16일은 공운위 회의를 통해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폐기된 날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5월,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의결한 바 있고, 노조는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계속해 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해외자원 개발정책의 실패로 인해 경영상 타격을 받은 바 있다. 김병수 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2016년 전 직원이 총 연봉의 10%를 반납하고, 해외근무 직원의 경우 근무수당의 30%를 반납했음에도, 정작 사장 본인은 1원도 반납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하룻밤에 100만 원에 달하는 외유성 호화 출장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현 김정래 사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한 노동조합은 그밖에도 지난해부터 ▲측근 채용시 비리의혹 ▲비선에 의한 밀실경영 ▲인사전횡 등 권한 남용 ▲투기자본에 대한 사옥매각 등 국부유출 ▲공공기관장으로서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