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노선’ 서울9호선, 프랑스 자본에?
‘황금노선’ 서울9호선, 프랑스 자본에?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7.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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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단계 운영 입찰공고에 노조 반발
“서울교통공사 통합 운영해야”
▲ 4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김시문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언주-보훈병원) 구간 운영사업자와 서울시 간 계약이 오는 8월 31일 만료됨에 따라 서울시가 신규 운영사업자 입찰공고에 나서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현재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도시철도(광역철도 제외) 중 유일한 민영철도다. 서울지하철 9호선 관리·운영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개화-신논현)와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언주-종합운동장)이 각각 1단계와 2단계를 맡고 있다. 3단계 구간은 아직 개통되지 않았으나 2단계 사업자가 관리·운영을 맡게 된다.

1단계 관리·운영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보험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자체적인 철도 운영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프랑스계 대중교통 운영 합자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에 관리·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시의회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에 ‘1단계와 2·3단계 구간이 통합 운영돼야 하고, 현 2·3단계 운영사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이어 6월 14일 서울시가 2·3단계 운영사업자 입찰공고를 내자 노조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지부(지부장 김시문, 이하 ‘9호선지부’)는 “프랑스 자본에 주요 기간시설인 도시철도를 넘기려는 의도”라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와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등은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9호선 운영을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입찰공고 추진을 중단하고 서울교통공사로의 통합 운영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9호선 2·3단계 사업자 입찰공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시문 지부장은 “자본금 8억에 불과한 프랑스 회사가 1단계 구간 운영권을 10년간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도 모자라 2·3단계 구간까지 운영할 기회를 얻었다”면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 9호선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 운영에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9호선 1단계 사업에 투자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30년간 운영권을 얻은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에 9호선 운영을 맡기려면 사실상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또 2009년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서울9호선운영이 체결한 관리·운영 위탁계약 해지 문제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서울시메트로9호선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2039년에 이르러서야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 전체를 운영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3년 주기로 입찰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소속 직원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는 반응이다.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이 운영권 연장에 실패할 경우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은 옛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 2·3단계 구간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다.

기존 회사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입찰 때의 평가항목으로 넣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9호선지부 조합원은 “공기업 자회사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3년짜리 계약직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24일까지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28일 입찰참가자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다음달 28일 우선협상대상자를 통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