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사에 당당하게 임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 달라!
선체조사에 당당하게 임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 달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7.07 15:3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과 소통할 전담직원 상주해야
트라우마 치료 미룰 수 없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스러져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하고도 석 달 가까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남아있고,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진도 팽목항에서, 그리고 세월호 선체가 인양돼 목포 신항에 거치된 이후에는 목포 신항에서 한뎃잠을 자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만사를 제쳐두고 묵묵히 미수습자 가족의 곁을 지키며 함께 아파하고 슬픔을 다독인 이들이 있다. 지금은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실천회의’(이하 실천회의)라는 단체를 통해 목포 신항의 미수습자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임성주 전 전국농협노조 위원장(현재 무안 일로농협 근무)으로부터 미수습자 가족들과 지원 단체들이 답답해하는 속내를 들어봤다.

▲ 침몰된 지 3년여 만에 인양되어 목포 신항에 옆으로 누운 채로 거치된 세월호 ⓒ 참여와혁신 포토DB

총리·장관 지시에도 예산 없다는 지방정부

- 세월호 인양 이후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다섯 분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에서 기다리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세월호 가족들을 지원해 왔는데, 어떤 부분의 지원이 더 필요한가? 특히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식사 등 위생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낙연 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임명을 받은 다음 날인 6월 10일과 17일 각각 목포 신항을 방문했다. 총리, 장관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간담회를 하는 현장에서, 실천회의는 날씨가 더워지고 식사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데, 가족들이 안심하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진도 팽목항에서처럼 별도로 가족 식당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총리와 장관도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그 직후에 전라남도와 목포시 관계자와 협의를 했는데, 도와 시에서는 예산의 문제를 이유로, 그리고 최근에 확인된 바로는 보통의 정상적인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위생관리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팽목항에는 안산시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특정 식당에 쿠폰을 발급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었다. 하지만 목포 신항에서는 유가족들이 머무르는 컨테이너와 식당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현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식당을 현장에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요청사항이었다. 안산시와 실천회의가 협의를 해서 식당에서 배달하게 되면 그 식당에 쿠폰을 지급해서 보전하겠다고 하는 것이 안산시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된 실정이다.”

- 그러면 지금 가족들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최근, 6월까지는 실천회의에서 주도해서 식사와 간식을 지원했다. 안산시에서 지정한 식당 하나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거리가 멀다 보니까 가족들은 주로 현장에서 우리 실천회의가 지원하는 식사를 제공받았다.”

현장에선 새 정부 의지를 체감할 수 없다

- 촛불혁명이 새 정부 출범의 원동력이었던 만큼 새 정부가 촛불혁명 당시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던 세월호 문제 해결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약속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며 전 정부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는가?

“미수습자 가족들과 실천회의에서 느낄 때는 체감온도가 별로 없다. 정부정책이나 의지는 있다는 선전적인 의미는 인정하나, 현장에서 주로 접근하는 행정 쪽에서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내가 그런 이야기도 했다. 돈이 없다면 실천회의에서 돈을 낼 테니 공간만이라도 확보해달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 됐다.”

- 최근 6월 30일에는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이 방문해 가족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는데, 그 때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나?

“이개호 의원이 왔을 때 이야기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총리와 장관을 내가 직접 면담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면담을 통해서 식당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리한 요구라고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나, 총리와 장관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게 그냥 공문구에 불과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모금한 성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운데 정면으로 보이는 이가 임성주 전 전국농협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가족과 소통할 전담 네트워크가 없다

-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규명에 국가가 제 역할을 못했던 만큼 새 정부는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 같다. 앞에서 이야기한 식당 문제 지원을 포함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실제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축인 4.16연대와 실천회의는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1차 활동시한이 내년 4월까지이고 연장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앞으로 9개월 이상의 기한이 남아있다. 그 기간 동안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과는 별개로 가족협의회가 선체조사활동에 대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의혹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담부서와 담당자가 상주할 필요가 있다. 담당자가 상주하면서 가족들이 요구하는 사항이나 필요한 제반사항이 즉각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전담 네트워크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 이야기하고, 저 부분에 대해서는 도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됐든 국무조정실 산하가 됐든 담당 직원이 상주하면서 민원처리를 하는 네트워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여전히 그런 제반사항에 대한 지원과 방안을 모색하는 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될 때 우리는 비참하다. 마치 구걸하는 것과 같은 참담한 심정이다. 유가족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 음료, 비상의료, 식사 부분을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을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선체조사활동과 미수습자 수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다. 그런 시스템의 한 가운데 있는 문제가 식당이었다.”

자식 잃은 상실감, 보상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 가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게 나중에는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는 완전히 마무리된 이후가 아닌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할 문제다. 현재 가족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쌍용차에서의 강제적인 구조조정과 대량해고로 인해 23명의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건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발생한 문제 아니었겠는가?

세월호가 인양되어 미수습자가 수습되고 진실이 규명됐을 때 304명의 유가족들이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그것이 너무 두렵다. 십 몇 년 만에 낳은 외동딸, 외아들을 잃어버린 부모들의 상실감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전 정권의 작태는 인륜에 대한 부정, 천륜에 대한 무시로 일관되어 왔다. 그 결과 가족들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 분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엊그제 안산 화랑공원 내에 안전공원을 설립하는 문제가 안산시의회에서 결정되지 못했다. 그것은 개발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갈등의 한 부분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다.

직접적으로는 여기에서 선체조사위원회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발 벗고 나서겠지만, 또 하나 준비해야 할 것은 이 분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극단적인 행동에 대비한 제 시스템을 당장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로 인한 사회적 충격이나 파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크다. 3년 동안, 참사가 터진 이후 십자가 순례, 3보1배를 쭉 함께 해오는 과정에서 그 분들의 심리상태를 보아왔기에 드리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