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기계소리, 밤에는 음악소리
낮에는 기계소리, 밤에는 음악소리
  • 정유경 기자
  • 승인 2006.12.05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자로 구성된 린나이 코리아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흔히 공장에서 들리는 소리하면 기계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를 상상한다. 그러나 인천 부평 수출 5공단에 위치한 린나이 코리아에서는 기계 소리만큼이나 악기 연주소리가 익숙하다.

연주소리의 근원지는 노동자 40명으로 구성된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 공연 연습실. 좋아하는 음악과 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들은 악기만 들면 피로도 잊는다고. 그래서 근무 후 일주일에 4번씩이나 하는 연습이지만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III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오케스트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관악동호회 형태로 시작해서 린나이 콘서트 밴드를 거쳐, 지금의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한 계단 한 계단 꾸준히 올라왔다. 먼저 KBS 교향악단의 김정수 씨를 상임지휘자로 섭외하고 전문 연주자들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아무리 맛있는 밥상을 차려준다고 해도 스스로 밥을 떠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그런지 누구하나 공연 연습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일과가 끝나면 연습에 매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연습실에 흘린 값진 땀방울만큼 단원들의 악기 연주 실력도 프로 못지않게 늘었다. 그 결과 지난 95년에는 ‘세계를 빛낸 한국 음악인 대향연’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씨의 지휘 아래 연주를 할 정도로 인정을 받기 작했다. 그 밖에 크고 작은 초청 공연들은 셀 수도 없다.

10월 말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정기 연주회를 표가 없을 정도의 인기 속에 성황리에 마치기도 하는 등 이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는 타이틀은 벗어 버린 지 오래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III 린나이는 음악과 연애 중?

사내 관악합주단을 직원들이 잘 몰랐을 때는 단원으로 일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공연 연습 때문에 작업이라도 빠지게 되면 “놀러 가는 거 아니야”라는 동료들의 빈축을 샀고 괜히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동료들을 위해 연주를 들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조금씩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직원들의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연주하고 매주 월요일 아침 예배 때의 관현악연주는 동료들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몫을 했다.

연주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은 또 다른 작은 음악회로 이어졌다. 몇 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색소폰 동호회가 단원들의 강습 덕분에 동료들 앞에서 작은 발표회까지 열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의 연주를 본 아내도 자녀를 데리고 공단에 나와 가족들이 함께 색소폰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린나이 공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가족들이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직원들에게 색소폰 강습을 해주는 단원은 “처음에는 소리도 못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연주할 수 있는 기쁨을 함께하는 것에 즐거워한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일도 많아졌다. 서먹서먹했던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함께 연주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생겼다. 색소폰 동호회는 신입사원부터 고위 간부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다. “업무적인 관계로 만났을 때보다 음악을 함께하는 친구로 만났을 때의 상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며 바뀐 회사분위기에 만족해한다.

III 차가운 악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음악소리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는 린나이 코리아 소속이지만 회사만을 위해 공연하지 않는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연주를 들려주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는 유상기 악장의 말처럼 적극적인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연을 결정하는 두 가지 방식은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의 성격을 잘 반영해준다. 첫 번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연 청탁은 단원들의 회의를 거쳐 승낙을 결정한다. 단원들이 결정을 내린 후 회사 측과 상의해서 공연준비를 한다. 또 하나의 방식은 찾아가는 공연이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의욕이 남다르다. 관현악을 쉽게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공연을 한다.

얼마 전에는 지방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더욱 힘들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청소년을 위한 지방 순회공연을 다녀왔다. 이렇게 조금씩 사회봉사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연 일정이 빡빡해지기 시작했다. 수재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 북한 이탈 주민 돕기 음악회, 그리고 시민음악회까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은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팝스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은 고된 연습 속에서 꽃을 피운 아름다운 음악이다.

“우리의 연주를 들을 때만이라도 세상시름을 모두 잊고 즐겼으면 좋겠다”던 한 단원의 말처럼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듣는 관중의 웃음이다.

사내 관악합주단을 직원들이 잘 몰랐을 때는 단원으로 일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공연 연습 때문에 작업이라도 빠지게 되면 “놀러 가는 거 아니야”라는 동료들의 빈축을 샀고 괜히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동료들을 위해 연주를 들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조금씩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직원들의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연주하고 매주 월요일 아침 예배 때의 관현악연주는 동료들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몫을 했다. 연주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은 또 다른 작은 음악회로 이어졌다. 몇 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색소폰 동호회가 단원들의 강습 덕분에 동료들 앞에서 작은 발표회까지 열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의 연주를 본 아내도 자녀를 데리고 공단에 나와 가족들이 함께 색소폰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린나이 공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가족들이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직원들에게 색소폰 강습을 해주는 단원은 “처음에는 소리도 못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연주할 수 있는 기쁨을 함께하는 것에 즐거워한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일도 많아졌다. 서먹서먹했던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함께 연주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생겼다. 색소폰 동호회는 신입사원부터 고위 간부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다. “업무적인 관계로 만났을 때보다 음악을 함께하는 친구로 만났을 때의 상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며 바뀐 회사분위기에 만족해한다.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는 린나이 코리아 소속이지만 회사만을 위해 공연하지 않는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연주를 들려주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는 유상기 악장의 말처럼 적극적인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연을 결정하는 두 가지 방식은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의 성격을 잘 반영해준다.

첫 번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연 청탁은 단원들의 회의를 거쳐 승낙을 결정한다. 단원들이 결정을 내린 후 회사 측과 상의해서 공연준비를 한다. 또 하나의 방식은 찾아가는 공연이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의욕이 남다르다. 관현악을 쉽게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공연을 한다.

얼마 전에는 지방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더욱 힘들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청소년을 위한 지방 순회공연을 다녀왔다. 이렇게 조금씩 사회봉사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연 일정이 빡빡해지기 시작했다. 수재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 북한 이탈 주민 돕기 음악회, 그리고 시민음악회까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은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팝스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은 고된 연습 속에서 꽃을 피운 아름다운 음악이다. “우리의 연주를 들을 때만이라도 세상시름을 모두 잊고 즐겼으면 좋겠다”던 한 단원의 말처럼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듣는 관중의 웃음이다.

III 나에겐 음악이 있기에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일도하고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 장소에서 일과 음악이라는 취미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일이든 음악이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둘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어느 편에도 방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

여기에 단순히 자기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나눔 활동까지 하는 센스까지. 자신만의 시간을 공연연습에 많이 뺏기긴 하지만 “공연할 때 관객들의 열띤 환호소리와 그 정도의 불편함은 바꿀 수 있다”, “힘든 일정이지만 연주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기에 괜찮다”며 관객과 함께 하는 것을 자신의 시간보다 소중히 여긴다.

공연 횟수가 더해질수록 오케스트라에 대한 단원들의 추억도 많아졌다. “입사 후 설레는 첫 연주회였는데 비가 와서 두 곡 정도밖에 연주하지 못해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밝은 조명과 긴장 때문에 관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박수소리에 담긴 관객들의 마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말 속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III 부응하는 ‘노’ 밀어주는 ‘사’

사실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프로가 되지 않는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특히 관현악이라는 장르는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더욱 음악을 계속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힘든 상황에 있는 음악인에게 린나이 코리아의 색다른 채용방식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는 단원을 뽑을 때 연주 실력이 우선이 된다. 연주 실력 테스트에서 통과를 하면 그 다음 린나이 공장에서 일자리가 주어지게 되는 순서로 정식 직원이 되는 것이다.

음악에 관심이 깊은 경영진의 배려로 IMF라는 큰 장애물도 넘겼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접적으로 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 관악합주단은 지원을 중단하는 일순위가 되기 쉽다. 연주를 하고 싶어 하고,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러한 경영진의 고마움을 단원들도 잘 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가족들과의 시간도 반납하고 연습에 열중한다.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올해도 바쁘게 보냈다. 청소년을 위한 연주회와 노동가족 한마음 음악회, 그리고 창단 2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까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금도 숨 돌릴 새가 없이 연말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언젠가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연말이 아니라 관중들과 함께하는 연말이 되었지만 불평하는 단원들은 없다. 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많은 사람에게 연주를 들려주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는 단원들은 오늘도 일과 후에 행복을 연주하러 악보 앞에 앉는다.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일도하고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 장소에서 일과 음악이라는 취미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일이든 음악이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둘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어느 편에도 방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

여기에 단순히 자기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나눔 활동까지 하는 센스까지. 자신만의 시간을 공연연습에 많이 뺏기긴 하지만 “공연할 때 관객들의 열띤 환호소리와 그 정도의 불편함은 바꿀 수 있다”, “힘든 일정이지만 연주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기에 괜찮다”며 관객과 함께 하는 것을 자신의 시간보다 소중히 여긴다. 공연 횟수가 더해질수록 오케스트라에 대한 단원들의 추억도 많아졌다.

“입사 후 설레는 첫 연주회였는데 비가 와서 두 곡 정도밖에 연주하지 못해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밝은 조명과 긴장 때문에 관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박수소리에 담긴 관객들의 마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말 속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프로가 되지 않는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특히 관현악이라는 장르는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더욱 음악을 계속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힘든 상황에 있는 음악인에게 린나이 코리아의 색다른 채용방식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는 단원을 뽑을 때 연주 실력이 우선이 된다. 연주 실력 테스트에서 통과를 하면 그 다음 린나이 공장에서 일자리가 주어지게 되는 순서로 정식 직원이 되는 것이다. 음악에 관심이 깊은 경영진의 배려로 IMF라는 큰 장애물도 넘겼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접적으로 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 관악합주단은 지원을 중단하는 일순위가 되기 쉽다. 연주를 하고 싶어 하고,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러한 경영진의 고마움을 단원들도 잘 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가족들과의 시간도 반납하고 연습에 열중한다. 팝스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올해도 바쁘게 보냈다. 청소년을 위한 연주회와 노동가족 한마음 음악회, 그리고 창단 2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까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금도 숨 돌릴 새가 없이 연말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언젠가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연말이 아니라 관중들과 함께하는 연말이 되었지만 불평하는 단원들은 없다. 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많은 사람에게 연주를 들려주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는 단원들은 오늘도 일과 후에 행복을 연주하러 악보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