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할 권리, 노동3권이 먼저다
노조 할 권리, 노동3권이 먼저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7.1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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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내는 편지
[인터뷰]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지난 5월 27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열어 “180만 노동자의 사용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진짜 사장으로서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서울구치소 관계자에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 편지에 담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애환과 요구는 무엇인지 라두식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 있다. 파업의 이유와 목표는?

 우리는 아직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없는 삼성 안에서 2013년 노조를 만들고 활동을 해보니 가장 처음 문제가 된 것이 교섭이었다. 실질적 결정권이 없는 협력업체 사장들이 나와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앵무새 역할을 하고, 원청은 장벽 뒤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서 교섭을 늘어뜨리고, 노조파괴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업체를 폐업시켜 버리면 우리는 단결권이 훼손되고, 파업을 한다 해도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피해는 조합원들에게만 돌아가게 되니 우리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은 극한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이러한 문제들을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교섭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우리는 ▲삼성이 하청 노동자와 교섭에 직접 나설 것 ▲정부는 대법 판결과 ILO 권고에 따라 직접 교섭 구조를 만들 것 ▲국회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 직접 교섭 제도 입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할 권리,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숨을 거는 투쟁을 누가 하려고 하겠나. 그래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는 정규직화보다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간접고용노동자들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조직된 힘으로 스스로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그럼 정규직화 문제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데 정규직화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하겠다, 동종업계인 SK브로드밴드도 정규직화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로 정규직화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온전한 정규직화는 공공부문에서도 어렵지만 민간부문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하려는 정규직화가 고용만 안정되는 형태이고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형태라면 온전한 정규직화로 가는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고 정규직화 자체가 불확실하다. 이런 식의 정규직화 요구가 급선무인가?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것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 공약에 원청 사용자성 확대 공약이 있는데, 이 공약은 ‘일자리 100일 플랜’에서 빠져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원청 사용자성 확대를 위해서는 법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지금 당장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로는 힘에 부칠 것이다. 당장 100일 안에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지만 문재인 정부 안에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다만 2020년 총선 이루 더불어 민주당이 법 제도를 위한 승기를 잡았을 때는 직접적인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청에서는 지회의 요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현재 지회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들어가 있다. 원청에서는 교섭 자리에 나오는 순간 사용자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고 근로자지위확인이 정리될 때까지는 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회에서 다른 요구안을 낸 것이 노사상생협력 기금이다. 고용노동부에서 권고사항으로 제시한 것인데, 원청과 협력업체가 기금을 마련해 원청과 협력업체 간 차이나는 복리후생 격차를 줄이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원청 대표, 협력업체 대표, 노조 대표가 3자 테이블을 구성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현재 원청이 소송으로 교섭 자리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풀어나가자는 의미로 제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