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HELL라, 비정규직의 지옥
만도 HELL라, 비정규직의 지옥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7.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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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비정규직 공장의 대표주자
[리포트] 정규직 제로 생산 공장

최근 ‘정규직 제로’ 생산 공장의 대표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인천 송도에 위치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이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그 소문이 널리 퍼져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 제로 공장이 자동차 부문을 넘어다른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며 금속노조인천지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의 노조 결성과 투쟁을 계기로 정규직 제로 공장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모아 내 나쁜 일자리의 확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러워서 못 살겠다” 노조 설립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는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와 독일계 기업 헬라의 합작으로 자율 자동차용 감지센서, 전자제어장치 등을 만드는 자동차 부품 업체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당기순이익이 272억, 246억, 301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들은 비정규직 차별 대우,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일방적인 임금체계에 반발해 2017년 2월 12일 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직지회는 노조 설립과 동시에 가입 대상 345명 중 300여 명이 가입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가입률을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같은 로고가 새겨진 사원증을 사용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서러움을 견뎌야 했던 노동자들의 울분이었다.

도처에 퍼진 문제들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차별이 그 시작이었지만 노동자들의 고통은 다방면에 걸쳐있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장시간 노동이었다. 2주 단위 12시간 주야 맞교대(주간 6일,휴일 1일, 야간 6일, 휴일 1일)와 자율성 없이 강제로 해야 했던 잔업과 특근 역시 문제가됐다. 노동자들은 전체 임금 중 잔업, 특근 비율이 55.7%를 차지하는 장시간 노동에 기반을 둔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배태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특근을 빠지거나 거부하는 직원은 생산 공정에서 제외하고 청소 같은 잡일을 시키거나 하루 일과를 리포트로 작성하게 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라며 “잔업과 특근을 빠지려면 관리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지난 5월 29일 만도헬라와 위장도급 계약을 체결한 서울커뮤니케이션(SC)이일방적으로 현행 2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개편했다. 또한 원청과의 도급계약 해지를 이유로 지회 임원 및 핵심 간부들이 소속된 생관, 품질, 부서 조합원들을 SMT, 생산1, 생산지원팀(신설) 부서로 강제 전환 배치를 실시했다. 70여 명의 갑작스러운 대이동이었다. 지회는 만도헬라와 위장도급 계약을 체결한 서울커뮤니케이션(SC), 쉘코어 두 업체와 2017년 임·단협 교섭을 실시했지만 두 업체가 시간 끌기를 반복하며 제시안을 내지 않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고 쟁의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8% 파업 찬성 표를 얻었다. 지회는 “쟁의 찬반투표가 가결되니 파업을 예상해 지회에 압박을 주기 위한 인사발령과 교대제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교대제 개편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충분한 동의와 준비절차가 필요하지만 서울커뮤니케이션(SC)은 설명회 한 번으로 이 3조 2교대를 통보했다. 지회는 “회사는 일방적으로 시행한 교대제 개편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12시간 맞교대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회사가 주장하는 3조 2교대를 시행할 경우 2조 2교대 잔업·특근 근무할 때와 비교하면 임금은 약 66%대로 급격히 하락한다”고 반발했다.

지회는 비인간적인 대우 역시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청 직원들의 막무가내식 업무지시, 폭언, 무시에 노동자들은 설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배태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사람 대 사람의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잦은 욕설, 볼펜으로 머리를 툭툭 치거나 슬리퍼를 던지고는 주워오라고 시키는 등의 비인간적인 대추가 만연해 있었다”고 토로했다.

노조 설립 전에는 원청 관리자가 하청 여직원을 부적절한 접촉으로 성희롱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원청 관리자는 1개월의 정직을 받았고 사태가 단순 1개월 정직으로 끝나자 피해 여직원은 퇴사를 선택했다. 지회는 “예전 만도헬라 내에서 원청 임원이 원청 여직원에 성희롱을 했을 때는 임원이 해고를 당했는데 원청 직원이 하도급 직원에게 일으킨 문제는 단순 1개월 정직으로 무마시켰다”라며 “이것 자체가 비인간적인 대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작업환경을 묻는 질문에도 배태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어두운 얼굴을 보였다. “열을 사용하려 금속끼리 붙이는 납땜, 솔더링(Soldering)작업을 할 경우, 안전장비 없이 작업을 한다”라며 “장비가 구비되어 있긴 하지만 청소용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솔더링(Soldering) 작업을 거친 제품은 굉장히 뜨거운데, 그 뜨거운 제품을 화상방지용 장갑이 아닌 정전기 방지용인 ESD 방지용 장갑을 끼고 작업한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작업에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제품이 뜨거워 일을 하기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관리자에게는 ESD 방지용 장갑을 두 개 끼고 일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불량품이다.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불량품

지난 5월 30일 지회가 쟁의 찬반투표에 따라 파업 투쟁에 들어가자 원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르바이트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지회에 따르면 원청인 만도헬라에서는 파업을 예상하고 파업 전부터 채용공고 모집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노조법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하청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SC)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원청의 꼼수로 볼 수 있다.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이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지회는 원청이 인력을 공급하는 파견업체 ‘새봄기획’, ‘제일시스템’을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파견법 제5조(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 등)를 위반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새봄기획’과 ‘제일시스템’ 구인광고에는 고용형태를 알바·계약직·파견직·정규직으로, 근무기간을 1~3개월로, 담당업무를 ‘전자부품 조립, 자동차 부품 조립, 부품 검수 조립’ 등으로 표기해 대체인력을 모집했다. 지회는 곧바로 해당 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고발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체 생산으로 인해 불량품이 발생하자 지회는 또다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아르바이트 대체인력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완성차에 들어가는 브레이크 장치이기 때문이다.

원청 직원이 불량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발견되면서 지회는 불량품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쓰레기통에서는 더 많은 불량품이 발견됐다. 지회는 조합원들이 찾은 불량품만 몇 십 개인데 아마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불량품이 완성차에 조립됐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배태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우리가 근무했을 때는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회사에서 막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얼마나 불량품이 많이 나왔으면 쓰레기통에 넣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대단한 기술력을 요하는 일은 아니지만 설비를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 사람이 직접 품질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필요한 일인데 원청은 지회와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산성만을 목적으로 대체 생산을 하고 있다”라며 분개했다.

지회는 대체 생산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당장 대체인력 생산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만도헬라는 지난 6월 23일 <참여와혁신>과의 전화연결에서 대체 생산으로 인한 불량품 발생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만도헬라 부품은 현대, 기아, 쉐보레, 테슬라 완성차에 납품하고 있다.

동굴 속에 숨은 사측

지회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파견법 위반 혐의 고소 건을 조사하고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원청과 하청업체에게는 ▲원·하청의 성실 교섭 촉구(실질적인 교섭 진행) ▲원·하청 도급 계약 해지에 따른 고용 불안 요소 제거(상시적인 해고 위협) ▲불법파견 인정 및 정규직 전환 ▲부당한 인사명령 철회 및 부서 원상회복 ▲일방적인 교대제 개편 중단 및 근무 형태 관련 노사 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회의 이러한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당분간 빠른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