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기 지하철 ‘한 지붕’
서울시 1·2기 지하철 ‘한 지붕’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7.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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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23년 만… 최초 ‘노사정 합의’ 통합 모델
[리포트]서울지하철 3.0

서울에는 1호선부터 9호선까지 모두 9개의 지하철(도시철도) 노선이 사방으로 뻗어있다. 이들 9개 노선은 4개 회사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5월 31일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9호선을 빼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각각 1~4호선과 5~8호선을 나눠 운영했다. 서울교통공사 출범으로 23년 동안 분리 운영돼 오던 1~8호선이 한 지붕 아래에 모이게 됐다.

개통 43년, 분리 운영 23년

1974년 8월 15일은 스물아홉 번째 광복절이자 서울지하철 종로선이 개통된 날이다. 공업화 영향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교통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동인구가 시내버스로만 감당하기에 부족할 지경에 이르자 서울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 건설에 나선다.

서울시는 서울역을 출발해 시청, 종로를 거쳐 청량리로 이어지는 7.6km의 노선을 개통하고, 당시 ‘국철’로 불렸던 경부·경인·경원선 전철과 직결 운행했다. 서울시는 1984년 2호선에 이어 1985년 3·4호선을 개통했다. 이로써 1기 지하철이 완공되었다.

2기 지하철은 1990년 5월 첫 삽을 떴다.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고 1기 지하철이 지나지 않는 지역에 도시철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1993년 말, 서울시는 제2지하철공사를 설립해 5~8호선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기존 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서울교통공사)에서 통합 운영토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존 지하철공사의 경영능력이 취약하고 인력관리 및 조직개편에 어려움이 따를 뿐 아니라 독점에 의한 서비스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1·2기 지하철 분리 운영이 확정됐다.

당시 1·2기 지하철 분리 운영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1~4호선이 4대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노선인 반면, 5~8호선은 1~4호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선으로 1·2기 지하철의 역할이 다르다는 논리였다. 애당초 둘의 역할이 서로 다른데 경쟁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시민들은 서비스가 만족스럽다고 해서 굳이 운영회사를 구분해 가며 타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벌어진 논쟁의 20년 전 버전인 셈이다.

▲ 통합논의에는 서울시와 양 공사, 양 공사 노조 세 곳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했다.

나누기보다 어려운 더하기

1994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설립 후 23년간 서울지하철은 양 공사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던 2014년 말 박원순 서울시장은 양 공사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2기 지하철 분리 운영에 따른 비효율이 원인이었다. 이에 대한 공감의 기류는 강했지만, 공사 통합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이미 둘로 나뉜 회사를 다시 합치기까지는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시는 양 공사 통합을 단독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정 합의에 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공기업 통합 방식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통합 공사의 조직과 직제, 인력 운용방안, 임금체계 등 광범위한 사항이 테이블에 올랐다.

통합 논의에는 서울시와 양 공사, 그리고 서울지하철노조·서울도시철도노조·서울메트로노조 등 양 공사 노조 세 곳이 참여했다. 박원순 시장의 통합 선언 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노사정 세 주체가 논의한 끝에 통합 원칙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되 중복인력에 대해서는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를 유도키로 했다. 또 양 공사의 직급 체계를 7개 직급으로 일원화했다. 4조 2교대를 시범 도입하고, 임금체계 변경은 통합 공사 출범 후 시간을 두고 논의키로 했다.

또 하나의 원칙은 합의안을 노조에서 찬반투표에 부치는 것이었다. 세 노조 중 한 곳에서라도 반대율이 높으면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세 노조가 합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서울메트로의 두 노조(서울지하철노조·서울메트로노조)에서 반대율이 찬성율에 비해 4~5%p 가량 높았다. 결국 노사정은 통합 무산을 선언했다. 특히 서울지하철노조의 경우 집행부가 통합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공룡 지방공기업’ 탄생, 기대효과는?

이어진 서울지하철노조 19-2기 집행부 보궐선거에서 최병윤·윤석연 후보조가 당선됐다. 보궐집행부는 통합 무산에 대해 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공사 통합을 재추진키로 했다. 다시 한 번 진행된 노조 찬반투표에서는 세 노조 모두 찬성이 과반을 넘겼다. 이로써 공사 통합은 큰 고비를 넘겼고, 서울시의회에서 통합 공사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게 됐다.
5월 31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옛 서울도시철도공사 본사) 앞마당에서는 출범식이 성대히 열렸다. 총 인원 1만 5,674명, 자본금 21조 5,000억 원의 거대 지방공기업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초의 노사정 합의에 의한 공기업 통합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고, 안전을 위해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공사 출범으로 ▲안전조직 강화 ▲안전인력 증원 ▲안전투자재원 확보 및 재정건전화 ▲직급별 인력구조 정상화 ▲직원 처우개선을 통한 안전의식 고양 ▲시설 및 장비 표준화로 효율 달성 등을 기대했다. 특히 안전관리본부 신설로 1~8호선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고, 스크린도어 보수 인원을 175명 증원하는 등 지하철 안전이 크게 개선될 거라 전망했다.

1~8호선 통합, 9호선은 ‘나홀로 민영전철’
40km 노선에 회사만 3개, 민자사업의 그늘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면서 사기업이 운영하는 9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1~8호선과 달리 9호선은 체계가 복잡하다. 노선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지만 운영권은 민간회사(사기업)가 갖고 있다. 9호선의 운영에 관여하는 회사는 세 개에 이른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와 서울9호선운영(주), 그리고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 세 회사는 이름도 비슷해 헷갈리기 십상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교보생명·동부화재·삼성생명 등 13개 보험사가 참여한 기반투자회사다. 서울9호선운영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으로부터 1단계 구간 운영을 위탁받은 회사로 프랑스계 기업 ‘트랜스데브’(Transdev)와 파리교통공사(RATP)가 합작투자회사를 출범시켜 설립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는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지분 100%를 출자한 자회사다.

개화역에서 보훈병원역까지 총 40.8km 남짓한 구간에 연관된 화사만 세 곳이다. 이 때문에 소유·관리·운영이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 노선 소유권을 가진 서울시는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관리·운영권을 서울시메트로 9호선에 30년간 위탁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권을 서울9호선운영에 다시 위탁했다. 2·3단계 구간(언주-종합운동장-보훈병원)은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로부터 운영권을 위탁받았으나 별도의 자회사(서울메트로9호선운영)를 설립해 재위탁한 형태다.

사정이 이토록 복잡해진 이유는 9호선 1단계 사업비의 일부가 민간자본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9호선부터 12호선까지 3기 지하철 건설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로 재정난을 겪으면서 10~12호선 건설계획이 백지화됐다. 유일하게 9호선이 살아남았는데, 서울시는 총 3단계로 나눠 건설하되 1단계 구간에 민간사업자를 참여시켜 재정을 충당키로 했다.

현대로템·포스코ICT·현대건설 등 7개 건설투자자와 맥쿼리인프라·중소기업은행 등 6개 재무투자사들이 1단계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들은 서울시로부터 30년간 9호선 1단계 관리·운영권을 받았다. 반면 2·3단계 구간은 100% 재정사업으로 진행됐다.

민간기업의 참여는 9호선 개통 초기부터 숱한 논란을 낳았다. 민간회사는 최소수입보장(MRG) 조항으로 흑자가 나면 이윤을 가져가고, 적자가 나도 손실을 보전 받았다. 게다가 요금을 결정할 권한도 갖고 있어 9호선 역사에는 별도의 요금 징수를 위한 ‘환승게이트’가 설치되었다. 다만 요금인상 반대여론으로 인해 환승게이트에서 이용객이 내는 금액이 ‘0원’일 뿐이었다. 2013년 일방적 요금인상으로 서울시와 민간회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재구조화’가 추진되고, 비로소 MRG조항 폐지와 민간사업자가 전면교체, 운임결정권 회수가 이루어졌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출범을 앞두고 9호선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9호선 2·3단계 구간 관리운영사업자를 공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오는 8월 31일부로 서울메트로9호선운영과의 민간위탁 기간이 만료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2단계 구간 운영사 노조)는 서울시가 시의회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1단계 사업자에 2·3단계 구간 운영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해당 문건은 ‘9호선을 두 개 회사가 나눠 운영하면서 안전상의 문제와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게 요지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서울시 문건은)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이 2·3단계 구간을 운영할 때의 단점을 부각시키면서 마치 1단계 운영사(서울9호선운영)가 9호선 운영권 전체를 갖는 게 바람직한 것인 냥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으로의 관리·운영 위탁이 만료되는 오는 2039년에는 서울교통공사가 1~9호선 모두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또한 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메트로9호선운영과의 재계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찰 계약이 체결되는 8월 말까지는 서울시와 노조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