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뜨거운 연대의 힘
세상을 바꾸는 뜨거운 연대의 힘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7.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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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런던프라이드>
영화를 통해 본 노동 이야기

영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영화가 1984년 영국 광부대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빌리엘리어트>는 광부대파업이 한창인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리노가 되고픈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었고 <브래스드 오프>는 폐광 위기에 퍼한 탄광촌에서 탄광밴드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런던 프라이드>는 광부대파업에서 광부와 성소수자들이 함께 연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런던 프라이드 Pride

개요 │ 코미디, 드라마 │ 영국 │ 120분

개봉 │ 2017. 04. 27.

감독 │ 매튜 워처스 출연

출연 │ 빌 나이(클리프), 이멜다 스턴톤(헤피나), 벤 슈네처(마크)

 

 

대처의 시대, 표적은 광부

1984~1985년 광부 대파업은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파업으로 기록되어있다. 80년대 초반 영국의 대처 정부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노동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대처 정부는 그 중에서 전국 광부 노동조합을 표적으로 삼았다.

1984년, 대처 정부의 강경 진압과 함께 20개의 탄광을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국 광부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시작했다. 영화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LGSM의 탄생

“내 아들의 일할 권리를 위해 나는 파업한다.”

“통장 잔고가 바닥났지만 자긍심을 간직한 채 투쟁해 나갈 겁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투쟁하는 광부들의 모습이 TV 뉴스에 등장한다. 이어서 뉴스 화면에 등장한 대처는 “스타일을 바꿀 순 없죠. 확고함이 제 스타일이니까요. 전 물러터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이를 본 영화의 주인공 마크 애쉬턴은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양동이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친다.

“광부들과 그 가족을 도와주세요!”

“광부들과 그 가족을 위해 모금 중입니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광부를 지지합니다!”

그렇다. 주인공 마크는 성소수자이며, 광부를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처가 광부를 싫어하니까 연대의식을 보여주자는 것이 이유이다. 당시 대처 정부는 가족가치를 앞세워 한 부모 가정, 이주민, 동성애자 등의 소수자들을 억압했다. 마크는 정부, 경찰, 매스컴이 성소수자들에게 했던 짓을 광부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며 성소수자 친구들을 모아 광부를 지지하는 모금 활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광부를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라는 영어 약자인 ‘LGSM’이라는 공식 명칭도 만든다. 이렇게 작은 연대가 시작됐다.

만남 그리고 시작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좋은 취지로 모금활동을 시작했지만 광부를 지지하는 동성애자 연합이라고 입을 떼는 순간 야속하게도 모든 전화를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많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광산촌 하나를 찍어서 전화를 해보는 것. 그리고 웨일르 둘라이스 밸리에서 파업 중인 광부 다이 도노반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첫 만남은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다이는 광부를 지지하는 동성애자 연합인 것을 모르고 자리에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다이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티 났을 테니 안 놀란 척하지 않을게요. 솔직히 말하면 더 게이 처음 봐요.”

“알고 있는 한은요.”

“일리 있네요.”

“전 광부 처음 봤어요.”

이때서야 모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번진다. 다이는 모금을 준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LGSM 멤버들을 자신의 마을인 웨일스로 초대한다. 다이의 초대에 LGSM 멤버들은 신이 났지만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난감해 한다. 제일 많은 후원금을 꾸준히 지원했으니 초대를 안 할 수도 없고 발만 동동 구른다. 이 모습을 보는 다이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아 안절부절못한다. 다이는 진심을 다해 LGSM의 방문을 환영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좋은 일을 하고도 환영받지 못하니 LGSM 멤버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그들에게 다이는 말한다.

“복지관에 가면 현수막이 있어요. 백 년도 넘었죠. 상징이 그려져 있는데 두 개의 손이 맞잡고 있죠. 노동 운동이란 그런 거예요. 서로를 지지하고 당신이 누구든 어디서 왔든 어깨를 맞잡고 손을 맞잡아야 해요.”

그럼에도 여전히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와중에 LGSM의 멤버 조나단이 춤을 추면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사람들이 조나단의 춤에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이들의 연대가 ‘진짜’가 되었다.

연대의 사전적 뜻을 찾아보면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사건적 뜻이 있기에 우리 주변의 노동 운동에서 연대는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이다. 노조가 여는 기자회견, 집회, 토론회 어느 곳이든 연대 발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알린 연대의 끝

광부의 파업이 계속되고 모금도 순조롭다. 하지만 대처 정부의 강경 진압과 1년 이상 넘어가는 파업에 노도도, 파업도 와해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당시 정부가 복지혜택을 끊어버리자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파업에서 이탈해 광산으로 돌아간 광부들이 발생했다. 노조원들은 이들을 향해 “파업 파괴자들!”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탄광은 곧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 LGSM은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하며 대대적인 모금 운동에 나선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연대에 ‘빵과 장미’ 노래로 화답한다.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우지만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1985년 3월 4일, 광부들은 길었던 파업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가게 된다. 파업이 끝나면서 영화도 후반부를 향해 나아간다.

대처의 강경 진압과 노조 와해가 결국 파업을 풀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전 미리 확보해 둔 석탄 재고도 한몫했다. 이후 대처는 국가복지제도의 전면 검토를 선언했고 대규모 감세와 함께 고용법을 개정했다. 고용법 개정으로 기존의 클로즈드 숍,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제도를 없애고 사측의 입장을 따르는 개인 노동자나 제2노조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1985년 6월 29일, 런던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시작됐다. 프라이드 행진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행진인데, LGSM 멤버들은 이 행진을 위해 다시 한데 모인다. 그리고 이 행진에 함께하기 위해 이번에는 광부들이 런던을 찾아왔다.

실제로 1985년 6월 29일 런던 게이 프라이드 행진은 LGSM과의 연대의식으로 광부들이 선봉에 섰다. 실제 인물이기도 한 영화의 주인공 마크 애쉬튼은 이후에도 정치와 시민 문제에 관련된 투쟁을 계속 해나갔다. 파업이 끝난지 1년 후 노동당 회의에서 동성애가의 권리를 당 강령에 포함시키자는 안건이 상정되었다. 전에도 상정된 적은 있었으나 이번에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안건 통과가 가능했던 이유 하나는 핵심 노조 한 곳에서 전폭적인 표를 냈기 때문이다. 전국 광부 노동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