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마필관리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7.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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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 '마필관리사 직고용' 요구
▲ 15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마사회가 책임져라 : 박경근 열사 명예회복! 노조탄압 중단! 직접고용 쟁취!’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내가 박경근이다”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5월 자신이 일하던 경마장 마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명예회복과 마사회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15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이 ‘마사회가 책임져라 : 박경근 열사 명예회복! 노조탄압 중단! 직접고용 쟁취!’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경근 열사의 죽음은 한국마사회의 다단계 착취구조에 의한 고용형태와 임금구조 왜곡, 노조탄압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한국마사회는 노조와 사회단체, 국회까지 나서 해결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박경근씨의 어머니 주춘옥 씨는 “더 이상 아들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말아 달라”며 “자식 잘 키워 경마장 공무원으로 취직시켜 자식 농사 잘 지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힘들다고 말할 때 해도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며 “ 경마할 땐 마필관리사들이 없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자기 돈 벌어주는 사람이 죽었는데 가정사라며 분향소 설치도 못하게 하는 마사회는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아들을 그만두게 했을 것”고 울음 섞인 말을 이어나갔다.

유족들은 마사회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50일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마필관리사 노동조합들은 더 이상의 죽음이 나오지 않게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고용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15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마사회가 책임져라’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박경근 열사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아이들을 남겨두고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마사회의 비정규직 비중은 86%가 넘고, 산재율은 대한민국 평균인 0.7%보다 20배 높은 15%”라고 말했다.

이어 “마사회에 정규직으로 고용됐던 마필관리사들은 1993년 이후 간접고용으로 바뀐 이후 열악한 조건에서 일 해왔다. 적폐 정권은 무너졌지만 적폐 정권이 임명한 이양호 마사회 회장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음에도 박경근 열사는 왜 조그만 희망도 기대도 갖지 못하고 자결했는지 그가 떠난 지 50일 동안 마사회와 투쟁, 교섭을 진행하면서 알게 됐다”며 “적폐 경영진이 똬리를 틀고 있는 마사회를 관리감독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신임 당대표는 “마사회 개혁은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과제”라며 “한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책임자는 어디 있나, 재발 방지는 물론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사과의 말조차 하지 않는 마사회 회장이 버티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보다 마필관리사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어머니와 조합원들에게 자랑스러웠던 박경근 동지를편히 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며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바꾸자고 한 것은 기업 성장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법적 보호를 받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몇 단계로 나누는 행태 공공부문부터 바꿔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 15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마사회가 책임져라’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이날 결의대회는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500여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의대회 직후 이들은 청와대로 행진(‘세종로 소공원 - 내자로터리 - 청운동주민센터 – 효자치안센터’)해 요구안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현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는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가, 렛츠런파크 서울/제주에는 공공연맹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가 조직돼 있다. 양 노조는 지난 17일 마필관리사들의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을 선포한 바 있다.

이들은 ‘마사회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공동 TF’를 구성해 법률 자문과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함께 진행하는 동시에 1인 시위와 조합원들 상경집회 등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