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정규직일까 비정규직일까?
무기계약직, 정규직일까 비정규직일까?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7.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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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통계에 정규직으로 분류
노동계 “처우 다른데 어떻게 정규직이냐”

정부가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양대 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논평을 쏟아냈다.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몇 가지 부분에서 물음표를 던졌다.

그중에서도 논란이 된 사항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통계에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는 31만 명에 달한다. 총인원 대비 비율로는 16.9% 수준으로 민간(32.8%)의 절반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비정규직은 기간제와 파견·용역으로 구분된다. 기간제 노동자의 수는 19만 명, 파견·용역 노동자는 12만 명이다. 정규직으로 분류된 무기계약직의 경우 21만 명에 이른다.

반면 노동계 일각에서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이드라인을 한 줄로 요약하면 ‘무기계약직을 대폭 확대해서 고용을 보장하겠다’로 해석된다”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아무리 고용이 보장돼 봤자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결국 이들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과 달리 보는 이유는 임금수준과 복리후생 등 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일반적인 정규직 노동자와 임금체계부터 다른 경우가 보통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 범주에 포함할 경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규모는 52만 명이 넘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정규직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6개월·1~2년 단위의 단기간 계약이 확대되고 고용불안·차별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제정됐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을 2년 넘게 고용한 사업주는 해당 노동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기간제법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구분하면서 무기계약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된 이들이다.

▲ 지난달 30일 진행된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참석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이들은 학교 내 급식조리원들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맥락을 따져보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라는 의미로 ‘중규직’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된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조례·훈령·규정 등을 통해 무기계약직을 대신할 명칭을 부여하고,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도 담겼다. 고용은 안정돼 있으나 기존 정규직 대비 차별적 대우를 받는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개선한다면 실질적인 정규직화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1일 가이드라인 발표 후속조치로 ‘중앙 컨설팅팀’을 꾸리고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 문제를 포함하여 개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