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유가족, “내 아들이 마지막이 돼야 해”
마필관리사 유가족, “내 아들이 마지막이 돼야 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8.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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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발생한 마필관리사의 죽음
전국공공운수노조,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 절실”
▲ 2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마사회 경영진 퇴진‧책임자 처벌‧국회진상규명 위원회 설치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 1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이현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27일 같은 경마공원 소속 마필관리사 박경근 씨의 죽음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 씨와 박 씨 모두 2004년 마필관리사로 마사회에 입사했으며 2008년에는 노조에 가입해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전국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 씨는 최근 과다한 업무량과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 씨는)팀장의 병가기간 중에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본인의 기승조교업무에 추가하여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팀장은 6월 1일 업무에 복귀했으나 고인은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마사회 경영진 퇴진‧책임자 처벌‧국회진상규명 위원회 설치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의 피로 얼룩진 죽음의 경주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상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직접 고용하던 마필관리사는 1993년부터 간접 고용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한국마사회의 80%는 비정규직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수 전국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공기업의 운영 원리는 효율성이 아니고 사회적 가지 중심이라고 발표했지만 마필관리사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없었다"며 "이제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마필관리사에 대한 조교사 갑질과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는 이미 국회에 보고된 바 있기 때문에 정치권 역시 마필관리사 연쇄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한국마사회 착취구조를 끝장내야 한다며 ▲한국마사회 경영진 퇴진 ▲죽음을 방조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 작업중지(경마 중단 등)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씨의 유가족이 함께해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500원 크기만큼 머리가 빠졌겠나"라며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책임감 있게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 되도록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