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만 덤터기? 이상한 철도안전법
기관사만 덤터기? 이상한 철도안전법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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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 1km/h만 넘겨도 과태료+면허정지
기관사들 “심리 위축돼 오히려 사고 유발”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철도안전법을 두고 기관사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고의나 중과실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휴먼에러’(인간이 일으키는 조작 실수)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해지면서다.

개정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철도차량 운행에 관한 안전수칙을 어겼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1년 이내의 운전면허 정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안전수칙에는 철도 운영회사가 정한 구간별 제한속도 준수가 포함돼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도로에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넘겼을 때 벌점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철도 기관사들은 이를 두고 ‘과잉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일 성명을 내고 “고의로 사고를 내지 않는 이상 처벌을 한다고 해서 오류의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처벌에 따른 기관사의 심리적 위축으로 안전운행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축소 또는 은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철도의 신호 보안시스템의 발전으로 기관사의 실수에 의한 과속과 추돌·탈선 사고 위험은 크게 줄어들었다. 기관사가 구간별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행할 경우 경보음이 울린 후 열차가 자동으로 감속 또는 정지한다. 기관사가 운행 도중 졸거나 의식을 잃더라도 승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철도안전법 시행령(대통령령)은 기관사가 제한속도를 위반했을 때 1차 30만 원, 2차 70만 원, 3차 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이에 더해 철도안전법 시행규칙(국토교통부령)은 1차 1개월, 2차 2개월, 3차 3개월, 4차 4개월 등의 기간 동안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토록 했다.

이와 관련해 철도 기관사들 사이에서는 “월급을 과태료로 몽땅 갖다 바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마음만 먹으면 기관사가 제한속도를 1km/h만 넘겨도 최대 15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구체적인 단속계획이 나오지 않아 당분간은 기관사들이 처벌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속단속카메라로 번호판을 촬영하는 자동차와 달리 철도차량은 운행기록지를 분석해 과속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일이 단속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철도노조 소속 기관사들은 철도안전법 시행령의 시행 유보를 요구하며 전 구간 10km/h 감속 운행하는 등 안전·준법운행에 나섰다. 철도노조는 올 하반기 중 국토부, 철도운영기관, 노동조합,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을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