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는 ‘무노조경영’… 삼성에스원노조 설립
금가는 ‘무노조경영’… 삼성에스원노조 설립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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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10시간 근무에 ‘4대악 갑질’ 주장도
노사협의회, SNS 통해 노조 견제 나서

창립 이래 80년 가까이 삼성그룹이 고수해 온 ‘무노조경영’에 균열이 본격화하는 것일까. 삼성그룹 계열 보안업체 에스원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동조합(위원장 장봉렬)은 4일 서울 중구 에스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을 알렸다. 삼성 계열사 및 관계사에 노조가 설립된 사례는 건설기업노조 삼성엔지니어링지부,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 삼성에스원노동조합이 4일 서울 중구 에스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을 알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노조 측은 “관리자의 ‘갑질’을 뿌리 뽑고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에스원노조는 지난달 28일 노조 설립총회를 개최한 후 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출동요원(CS)의 경우 월 평균 270시간에서 많게는 310시간까지 장시간 근무하고 있다.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무 2일 등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인원부족으로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노조 측은 “성과만 중요시되는 풍토로 경영진 및 조직장들의 갑질은 여전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매번 ‘4대악’(폭언·폭행·성희롱·음주운전)을 발본색원한다면서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봉렬 삼성에스원노조 위원장은 “노조를 만든 후 사측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으며, 향후 ‘4대악’과 관련한 구체적 사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원에는 출동요원을 비롯해 영업직 등 6,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에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휴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한마음협의회’라는 이름의 노사협의회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의회에 (직원들이 낸)안건이 제대로 취합되지 않았다”면서 “작년 11월 18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수를 줄이기 위해 대표위원제도를 도입해 7명에게만 발언권과 의결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노사협의회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노사협의회 측은 노조 설립을 적극 견제하는 분위기다. 노조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에스원 직원들이 모인 소셜네스워크서비스(SNS)에는 기자회견 개최를 비판하는 노사협의회 위원들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노조 임원이 SNS에 게시한 기자회견문에 대해 노사협의회의 한 위원은 “노조(를) 탄압하는 게 아니라 문서 내용이 기사화된다면 노조가 사원(을) 탄압하는 격”이라며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풀어 달라”는 덧글을 남겼다.

▲ 에스원 한마음협의회(노사협의회) 일부 근로자위원이 SNS에 게시된 노조 기자회견문에 남긴 덧글 ⓒ 삼성에스원노조

또 다른 위원은 “선배님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현실에 맞춰 움직이실 줄도 알으셔야(아셔야) 될 거 같은데 친한 동료, 지인이 무조건 옳다 잘한다 하니깐 6000명 임직원이 선배님들을 지지하고 좋아한다고 착각하시는 건 아니지요”라며 노조 임원을 비판했다.

한편 노조 설립과 노사협의회 운영 실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에스원 측과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