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전 사장의 쓸쓸한 퇴장
홍순만 전 사장의 쓸쓸한 퇴장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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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철도민영화 믿음 강해
성과연봉제·인력감축 강행, 사사건건 갈등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의 사표가 지난 3일 전격 수리됐다. 인사혁신처는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함”이라고 쓰인 인사발령통지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채 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홍순만 전 사장은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의 후임으로 지난해 5월 10일 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건설교통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어지는 동안 철도교통 분야의 요직을 거친 그는 철도민영화론자로 알려졌다.

당시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에 재임 중이던 홍순만 전 사장은 최연혜 당시 사장이 20대 총선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에 비하면 철도분야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었던 터라 임명 당시에는 잡음이 적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그러나 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된 직후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임금동결 등의 패널티를 부과해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3년 만에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에 동참했던 대다수의 노조들이 단기간에 파업을 마무리한 것과 달리, 철도노조만큼은 무려 74일 동안 파업을 지속해 나갔다. 2013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 분할민영화 저지 파업 때의 3배가 넘는 기간이었다. 홍순만 전 사장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최장기 철도파업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파업기간 중 안산선(금정~오이도) 선로유지보수 업무와 오봉역 입환 업무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밀실 외주화’, ‘뒤통수 때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기간 각 지역본부의 부서별 현장직 인원을 기습적으로 줄이면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업무강도가 크게 올라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었는지 현장에서는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례가 잇따라 전파를 탔다. 5월 27일 경원선 광운대역에서 수송원 조영량 씨가 열차에서 추락해 숨진 데 이어 한 달 뒤인 6월 28일에는 경부선 노량진역에서 선로작업에 나선 감시원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무리한 인원감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철도이용객 입장에서는 홍순만 사장의 ‘업적’도 있다. 광명역-사당역 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마일리지 혜택을 확대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증진시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SRT 개통 후 철도경쟁체제의 효율성 강화 압박으로 인한 울며 겨자 먹기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홍순만 전 사장의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철도노조가 철도상하·수평통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SR과의 통합을 암시한 터여서 철도공사 사장 인선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