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과 함께 한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의 생일
조합원과 함께 한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의 생일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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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생일에 조합원은 없다?

‘판’ 만드니 자발적 참여 급상승

조합원 참여위해 새로운 시도 시작한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지난 11월 10일, 손목에 머리에 붉은 띠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대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빨간 티셔츠, 그와 대조적인 짙은 녹색 티셔츠, 개량한복을 입은 무리까지. 심상치 않은 이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자 노동가요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집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초청된 문선대도 아니다.

지난 11월 10일, 손목에 머리에 붉은 띠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대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빨간 티셔츠, 그와 대조적인 짙은 녹색 티셔츠, 개량한복을 입은 무리까지. 심상치 않은 이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자 노동가요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집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초청된 문선대도 아니다.

이들은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위원장 최홍묵)의 19번째 생일에 참석한 수자원노조 조합원들이다.

노동자가 부르는 ‘진짜’ 노동가요

“노조창립기념식이 그렇잖아요. 조합원들은 없고 외부인들만 잔뜩 참여해 ‘누구 오셨습니다’ ‘축하합니다’ 형식적인 멘트들만 난무하고. 너무 식상하잖아요. 좀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수자원공사노조의 제1회 노동문화 경연대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많지 않았기에 이런 자리를 통해 업무에 지친 조합원들에게 색다른 활력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집행부의 바람과 예상을 뛰어넘었다. 본부대항으로 이뤄진 이번 대회에선 총 9개 지역본부가 참가했으며, 바쁜 하루 업무 속에서도 늦은 밤까지 모여 열심히 연습한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떤 팀은 선곡을 하기 위해서 수십 곡의 노동가요를 듣기도 했다고. 노동가요가 뭔지도 모르고, 내 입으로 부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조합원들은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삶에 대한 고민과 노동자의 애환이 담긴 노동가요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어갔다.

노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했던가. 조금은 거친 목소리와 어색한 율동이었지만 노동자의 입과 몸으로 전하는 노동가요는 이제야 빛을 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진짜’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였고 수자원공사 조합원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수자원공사노조는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조합 소식지를 새롭게 발간하기에 앞서 전국 89개 지부에서 주재기자를 1명씩 선발했다. 선발된 주재기자들에겐 임명장을 수여하고 워크숍도 개최했다. 또 홈페이지에 주재기자 코너를 따로 만들어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만으로 자아실현을 하기는 힘듭니다. 주재기자 같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회사생활에 재미도 느끼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강원도 태백 오지 등 전국 곳곳에 사업장이 흩어진 수자원공사의 경우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주재기자를 통해 노조 집행부는 현장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조합원과 집행부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노사가 아닌 조합원이 바꾸는 공사 문화

한국수자원공사 노사는 세계적인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공사 내부문화 개선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있었다. 공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사적체 문제 등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공사발전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노사협의회나 단체협상에서 노사대표가 의견을 조율해 안을 만들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도 현장의 조합원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이에 수자원공사 노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일반 조합원이 참여한 ‘제도개선을 위한 노사공동추진반’을 운영한 것이다

노사는 노사협의를 통해 인사조직추진반과 조직문화추진반, 복지제도추진반, 노사관계법추진반 등 4개반을 구성하고 추천과 공모를 통해 추진반 위원들을 선발해 2달여에 걸쳐 공사제반 문제들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논의결과는 3분기 정기노사협의회에서 시행방안을 확정해 현재 시행중이다.

물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하여 다양한 계층의 모든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한덕춘 기획국장은 “호칭 개선 등에 있어선 현장 직원들의 불만도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에 설득도 더 쉬웠고, 협조 또한 잘 이뤄졌다.

한국수자원공사 노사는 세계적인 물관리 전문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공사 내부문화 개선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있었다. 공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사적체 문제 등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공사발전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노사협의회나 단체협상에서 노사대표가 의견을 조율해 안을 만들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도 현장의 조합원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이에 수자원공사 노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일반 조합원이 참여한 ‘제도개선을 위한 노사공동추진반’을 운영한 것이다 노사는 노사협의를 통해 인사조직추진반과 조직문화추진반, 복지제도추진반, 노사관계법추진반 등 4개반을 구성하고 추천과 공모를 통해 추진반 위원들을 선발해 2달여에 걸쳐 공사제반 문제들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논의결과는 3분기 정기노사협의회에서 시행방안을 확정해 현재 시행중이다. 물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하여 다양한 계층의 모든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한덕춘 기획국장은 “호칭 개선 등에 있어선 현장 직원들의 불만도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에 설득도 더 쉬웠고, 협조 또한 잘 이뤄졌다.

비온 뒤 더 굳어진 ‘믿음과 참여’

노동조합의 새로운 시도들은 바로 그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11월 25일에 열렸던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엔 이례적으로 240여명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고학력 노동자가 대부분인 공기업노조의 특성상 노동조합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했다. 더구나 노동조합 간부의 인사개입 문제로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제7대 집행부에게 우선 해야 할 일은 조합원들의 불신을 없애는 것이었다.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작은 오해도 받지 않기 위해 사석에서조차도 2차를 가지 않았다. 이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2차를 가지 않는 집행부’로 불리어진다고.

노동조합의 새로운 시도들은 바로 그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11월 25일에 열렸던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엔 이례적으로 240여명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고학력 노동자가 대부분인 공기업노조의 특성상 노동조합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했다.

 더구나 노동조합 간부의 인사개입 문제로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제7대 집행부에게 우선 해야 할 일은 조합원들의 불신을 없애는 것이었다.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작은 오해도 받지 않기 위해 사석에서조차도 2차를 가지 않았다. 이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2차를 가지 않는 집행부’로 불리어진다고.

또 불신을 없애기 위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알아야만 오해나 불신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게 집행부의 생각이었다.

수자원공사노조가 표방하는 것은 ‘강한 노조’ ‘하나된 노조’ ‘정직한 노조’다.

“강한 노조란 것은 시스템이 강한 노조, 문화가 강한 노조인 거죠. 시스템이 강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조직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문화가 강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재미있는 집회문화를 만들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감을 줄여 볼까 합니다”

수자원공사노조는 오늘도 ‘판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왜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다그치지 않아도 판을 만들어 놓으면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어느 대의원의 말처럼 조합원의 참여는 노동조합을 강하게 만든다. 하루하루 강해지는 수자원공사노조를 통해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길을 고민해 본다.

   

▲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최홍묵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