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게는 최저임금 1만원!
우리가게는 최저임금 1만원!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08.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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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 속, 용감한 실험 중
[커버스토리]자영업자가 바라본 최저임금2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약 554만 명으로 추정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무려 21.4%로 OECD 평균치인 14.8%보다 6.6% 높다. 이 중 30%는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높은 임대료, 프랜차이즈 가맹비, 심한 경쟁. 대한민국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 원 의제에 가장 맹렬하게 반대하던 사람들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었다. 하지만 몇몇은 과감하게 직원들에게 시급 1만 원을 약속했다.

과연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고 있을까?
직접 찾아가서 물었다.

새 정부, 바뀐 분위기 탓?

처음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비온뒤숲속약국’. 장영옥(56) 씨는 6월 시급 1만 원 공고를 SNS에 올렸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히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어요. 그래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도 정부를 도와 무언가를 하고 싶었죠.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보았고 나부터 실천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고깃집, ‘웰컴투합정골’의 사장 도종환(32) 씨 역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시급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5월에 가게를 연 직원을 공고했다.

“사장과 직원을 떠나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동반자를 뽑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 시급 1만 원 정도 받는다면 직원이 책임감 가지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원자가 30명 가량으로 많다 보니 제가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을 선택지도 늘어났고요.” 

대전 서구 ‘귀빈돌솥밥’은 주방보조에 시급 1만 원을 책정했다.

“주방보조 일이 힘들기도 하고 최저임금 1만 원이 된다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마침 정부에서도 1만 원을 정책으로 내세워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일단 부분적으로 1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모두가 힘들다는 이 시기에 시급 1만 원을 책정한 배경이 궁금했다.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 이들의 매출이 높지 않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코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약국을 운영하는 장영옥 씨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공고를 올리고 나서 며칠 잠을 못 잤어요. 막상 저지르긴 했지만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평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하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비교했을 때 임금노동자들의 급여나 생활수준이 못 미친다고 느껴왔어요. 그래서 1만 원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심화된 불평등을 개선할 방안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1만 원을 책정했어요. 지금 당장 1만 원은 힘들고 3개월의 수습 후 9월부터 1만 원을 준다고 약속했죠.”

도종환 씨 역시 가게의 매출이 마이너스라 걱정이다.

“초반 적자는 가게를 열 때부터 각오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보다 이번 달이 더 매출이 안 나와 걱정이긴 해요. 좀 더 손님을 끌어올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움츠러든 경기, 녹록치 않은 현실

힘든 상황 속에서 직원 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 정부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 좋은 직원을 뽑고 싶어서 혹은 소비가 좀 더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 등 이었다. 그렇다면 임금 만 원을 주고 있는 혹은 약속한 이 사업장의 사장들은 고용한 직원이 시급 1만 원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장영옥 씨는 직원이 1만 원의 값어치가 있냐, 없냐는 중요치 않다고 대답했다. 만원은 누구나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건 몇몇 머리 잘 쓰는 사람들이나 자본가들 때문이 아니에요. 우리 노동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토록 발전한 거죠. 나라에서 자본가들에게 온갖 지원을 했는데 부의 분배를 하였나요? 아니에요. 정치인과 결탁하기나 했어요. 전체의 부를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종환 씨는 1만 원의 가치를 직원들이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원이)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손님이 없을 땐 밖에서 호객행위를 해 데려오기도 해요. 내가 지쳐있으면 쉬라 하고 청소나 음식준비 등 이것저것 스스로 일을 찾아 하기도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급이 높아서 책임감도 생기고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의 현실성을 묻는 대답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이 상태로 임금만 올리면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적 지원이 가장 절실하고 실효성이 좋을까? 이구동성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라고 대답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들에게 절실

이들 세 곳의 사업장들은 2~3% 사이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매출이 카드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카드수수료 1% 정도만 인하되어도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답했다.

장영옥 씨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 카드수수료가 인하되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만원 이하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제외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 이상으로는 1% 정도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카드수수료가 너무 부담돼서 카드 안 쓰기 운동도 생각해 봤다니까요?”

8월부터 소상공인과 영세중기업의 카드수수료 인하 대상이 확대됐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경우 0.8%, 3~5억 이하인 중소가맹점은 1.3%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약국·편의점·빵집 등 소액 다결제 업체들은 매출 대비 수익이 적어 우대수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1만원, 그 결과

‘비온뒤숲속약국’의 아르바이트생 문소영(27) 씨는 1만 원이 동기부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만 원이라는 책임감이 생겨요. 친구들과 흔히 주는 만큼 일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지요. 저 같은 자취생의 입장에서는 월세, 공과금, 통신비와 식비까지 한 달에 기본적으로 약 100만 원은 필요해요. 임금이 늘어난다면 좀 더 건강한 음식과 조금의 저축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도 최저시급이 정해지고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곧바로 발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에 맞춰 ‘비온뒤숲속약국’, ‘웰컴투합정골’ 그리고 ‘귀빈돌솥밥’은 최저임금 1만 원 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1만 원이라는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장영옥 씨는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후회하지 않아요.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 말하지만 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성공해야 해요. 이걸 선례로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