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정상화 위한 시스템 뿌리내려야”
“국기원 정상화 위한 시스템 뿌리내려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8.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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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조직 된 국기원 쇄신할 기회
[인터뷰]나영집 국기원노동조합 위원장

국기원의 추락이 끝이 없다. 국기원은 한국 고유한 문화유산인 태권도 정신과 기술을 바르게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태권도의 본산으로 불리지만, 그동안 고위급 인사 비리는 물론 불법과 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국고보조금 횡령과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세계인의 신뢰를 받아야할 국기원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가. 국기원의 정상화를 위해 오현득 국기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나영집 국기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노동조합 뿌리내리기 척박한 땅

- 국기원노조 현재 조합원 수는?

국기원노조는 2012년 설립됐다. 전체 직원 53명 중 32명이 조합원이다. 노조 가입을 할 수 없는 4급 이상 간부와 기획·인사 업무 담당 직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입한 셈이다.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해 각 시·도별로 많은 태권도 관련 기관이 있지만, 노동조합이 생긴 건 최초였다.

- 국기원노조가 생긴지 5년째인데 4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위원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1기 위원장으로서 3년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지만, 2년 만에 임기가 13개월 남은 위원장직을 다시 맡았다. 현재 4기 위원장이다.

1기 위원장 시절 단체협약도 맺고 어느 정도 노사관계를 안정화를 시켰다. 그런데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자, 회사의 노조 매수가 시작됐다.

국기원은 노조 위원장에게 지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2대 위원장과 3대 위원장은  직원들의 문제제기로 각각 10개월, 1년 만에 관뒀다. 조합원들 내에서 ‘노조위원장이 사측이다’, ‘조합원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처음 국기원노조를 만든 계기는?

인사전횡이 너무 심했다. 국기원은 이사장이 바뀌면 태권도 행사나 시합 등을 돕는 태권도 관장들로 구성된 기술심의위원회라는 외곽조직을 물갈이 한다. 심지어 정치적으로 가름해 기존에 있던 직원들도 해고한다. 2010년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국기원의 초대 이사장으로 올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부원장급, 처장급, 팀장급 각각 1명씩이 해고됐다. 다음으로 짤릴 사람으로 내 이름이 거론됐다.

숭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석·박사를 따면서, 전대협 출신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통해 노조에 대해 알게 됐다.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국기원에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노총의 상담을 받고, 마음 맞는 직원 5명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국기원의 인사전횡은 모든 직원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33명의 직원을 가입시키고 3일 만에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아 언론에 공표했다.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국기원

- 지난 4월 경찰 수사를 통해 2014년 국기원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노조 위원장이었는데?

그렇다. 당시에는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기원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국기원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한다.

- 국기원 내에서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가?

국기원은 1972년 재단법인으로 개원했다. 태권도진흥법에 따라 2010년 5월 30일 특수법인으로 전환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 등의 인사에 개입했고, 태권도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상근하면서 인사 행정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기원은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직원은 50여 명이지만, 전국 조직과 세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기원 직원이 지역에 가면 그곳 태권도 사범들이 다 모인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태권도관장은 재외국민 투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국기원을 정치인이 장악해도 잘 운영하면 되는데, 제대로 안 돼 문제다. 국기원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망각한 채 상식과 원칙을 져버리고 오로지 자신들의 뜻대로 국기원을 운영한다. 집행부의 독선과 이를 방관하는 이사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오현득 국기원장과 오대영 국기원 사무총장의 핵심 관계자인 전임 국기원 이사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존의 정치권력을 이용해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현 이사회는 대부분 홍 전 이사장이 선임한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 국기원을 관리감독 하는 곳은 없나?

특수법인 기관임에도 국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문체부 장관도 홍 전 이사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원도 국기원에 대한 감사권이 없다. 감사원은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국가에서 지원 받는 단체에 대해서만 감사를 할 수 있다. 국기원은 자율성 등을 이유로 국가 지원은 전체의 40%이상 받지 않는다. 최근 직원 채용비리와 함께 문제가 된 공금횡령이 가능했던 대목이다.

오현득 원장 인사권 내려놓고 수사 받아야

- 지난 7월 오현득 국기원장의 인권탄압과 각종 비리혐의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하게 된 계기는?

국기원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후 국기원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5월 말 1차 성명에서 문체부가 국기원의 인사전횡과 방만한 재정 운영을 막기 위해 임원들에 대한 철저한 직무감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2차 성명에서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와 홍성천 이사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국기원 정관 제15조 제2항에 ‘비상근 이사에는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은 현재 비상근 이사 중 태권도인 출신 이사들에게만 각종 위원회 활동 명목으로 월정액 보수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기원의 정상화하라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국기원과 오현득 국기원장은 수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상황을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범죄에 대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현득 원장의 비리와 관련된 조사를 받던 강모 부장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보복성 해고를 했다. 국기원노조가 강경태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기자회견 당시 채용비리에 가담한 강모 부장이 한 양심선언도 주장일 뿐, 경찰수사가 나와야 상황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 아닌가?

강 부장이 밝힌 내용과 관련된 녹취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강 부장은 자신이 가담한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공금횡령, 인사전횡, 허위진술 강요 등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오현득 국기원장은 경찰 수사가 어떤 증거를 확보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떳떳하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것이다.

경찰은 국기원에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이 전 이사장 홍 의원의 지역구 후원인 아들을 확인하고 홍 의원과의 연계성까지 밝히려고 한다. 채용비리, 공금횡령 관련 단순한 사실관계 조사는 이미 한 달 전에 마무리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6월 맺은 보충협약서 ‘정상화 희망’

- 국기원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오 원장은 사퇴해 평이사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인사권자의 위력으로 국기원 직원들에게 경찰조사과정에서 거짓진술과 증거인멸 강요하는 것은 불법 행위의 공범으로 만드는 일이자 인권침해이며, 파렴치한 행위다. 국기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기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사내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될 것이 바로 공정한 원칙에 따른 인사다. 국기원노조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일 부분도 임원들의 인사횡포로부터 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6월 초 노사는 ‘보충협약서’를 맺어 그 틀을 잡았다. 이후 강 부장을 부당해고 하는 등 사측의 횡포가 여전해 우려할 지점은 남아 있다. 하지만 경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기존의 적폐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는 노사가 협의해 맺은 내용을 준수하며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 합의한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공기관인 국기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기원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강화했다.

현재 국기원 이사회는 의결권과 집행권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 자료를 공개하며, 이사추천위원회에 노조위원장도 들어간다. 또 노조가 추천한 외부 감사 1인을 포함해 감사를 실시하도록 합의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신규직원 채용 ▲조직개편 ▲인사규정 제정과 변경 시 노조와 합의하도록 했다.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조위원장을 근로자 대표로 참여시키고, 조합원 징계 시 반드시 노조위원장과 위원장이 지명한 노무사 1인을 포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조합원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 또는 해고 판정을 경우 사측은 중노위·행정·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