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세제(EITC), 빈곤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근로장려세제(EITC), 빈곤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08.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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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부응 미흡한 제도, 개선책은?
[리포트]근로장려세제, 실태점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따른 임금 불평등 심화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 증가, 기본소득제 논의의 한계 등으로 근로장려세제(EITC)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청년 1인가구 배제, 너무 좁은 지원 범위, 적은 지원 액수 등 개선의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과 빈곤층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대비 16.4% 상승했으며 인상액인 1,060원은 역대 최고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의 가치를 더는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 형평성 고려와 노동력에 대한 존중까지 포함한 결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저임금의 정의는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저임금이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란 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매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한국의 빈곤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상대적 빈곤율(소득이 중위임금의 50% 미만 근로자들의 비율)은 14.7%로 전년보다 0.9% 증가했다. 몇몇 학자들이 최저임금으로는 저소득층 빈곤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 빈곤정책으로서의 한계>(2016.9) 보고서를 통해 “시간제 일자리와 여성고용,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임금근로자가 곧 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은 더는 설립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게시된 표1을 보면 2013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빈곤층일 비율은 30.5%였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빈곤은 가구소득 기준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들 69%가 가구원의 소득과 합쳐져 빈곤선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 [표 1] 출처: 윤희숙 KDI FOCUS 2016년 9월 8일

결국 최저임금은 저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빈곤층과 일치도가 낮아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빈곤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일까? 보고서를 작성한 윤 위원은 빈곤층 가구단위에 실질적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벌어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는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의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처음 시행하여 2014년 자영업자가구까지 대상을 넓혔다. 제도도입취지는 기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1차안전망)와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3차안전망) 사이의 사회복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것이다. 근로와 연계된 소득지원을 통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더욱 튼튼한 사회안전망(2차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빈곤층의 근로유인 또한 정책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근로장려세제는 점증, 평탄, 점감구간이 있다. 수익이 적다고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적당한 수익, 즉 평탄구간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너무 적은 시간을 일하여 소득이 적은 점증구간, 소득이 어느 정도 선보다 넘어가는 점감구간에서는 지원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이러한 제도는 빈곤층의 일하고자 하는 노력을 증가시키려는 방편이다. 일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지원을 해준다는 말이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OECD가 7월 16일 발표한 ‘2014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에서 우리나라는 11.4%를 기록, 발표된 33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4.0%), 터키(5.9%)를 이어 뒤에서 세 번째이다. 지니계수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세금을 떼기 전 지니계수와 뗀 이후 지니계수를 비교해 산출한다. 개선율이 높다는 것은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즉 ‘부자에게 거둬 서민에게 베푼다’가 잘 실천된다는 것이다. 1위 핀란드(48.1%)를 비롯해 다른 선진국들 역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개선율을 기록했다. 이토록 우리나라의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은 떨어진다. 근로장려세제는 빈곤층에게 세금 환급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근로장려세제, 빛 좋은 개살구

하지만 워킹푸어들을 위한 근로장려세제가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박영삼 국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좁은 지급범위와 낮은 지원액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불평등 완화와 빈곤해소를 위해 근로장려세제가 2008년 도입되었지만, 효과가 미약하다. 이는 근로장려금의 지급수준과 규모가 크지 않고 까다로운 신청요건으로 인한 대상자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장려세제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①가구 요건 ②총소득 요건 ③재산 요건이다. 첫 번째 가구 요건은 배우자가 있거나 18세 미만 부양 자녀가 있거나 혹은 신청자가 만 40세 이상이어야 한다. 두 번째 총소득 요건은 작년 연간 가구소득 총소득이 단독가구일 경우 1,300만 원, 홑벌이 가구는 2,100만 원 그리고 맞벌이 가구는 2,5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마지막 재산요건은 작년 6월 1일 기준으로 가구원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 합계액이 1억 4,000만 원 미만이어야 하며 1억 원 이상인 경우엔 근로장려금의 50%만 지급된다.

▲ [표2 ] 출처 : 국세청

근로장려세제 지원 범위 및 액수

2017년 3월 단독가구의 연령제한을 30세 이상으로 완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는 30세 이상 1인가구도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최저임금 6,470원만 받아도 연 1,623만 원의 소득이 있다. 때문에 1,300만 원이 넘어 근로장려금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구주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받아도 근로장려금은 최대 98만 원, 월 8만 원에 불과하다. 맞벌이하는 가구의 부부가 최저임금을 받는다면 근로장려세제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한명이 하루 8시간 풀타임 일하고 다른 한명이 파트타임으로 하루 4시간 근무해도 가구소득이 2,435만 원이므로 최대적용소득 2,500만 원에 근접해 수급액이 거의 없다. 내년의 경우 최저임금이 상승해 수급대상이 더욱더 적어질 전망이다.

해외의 근로장려세제

해외의 경우 미국이 1975년 EITC를 처음 도입한 이후 영국, 프랑스, 벨기에, 뉴질랜드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근로장려세제 정책 수립 당시 미국의 모델을 많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 액수에서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피부양 아동이 2명인 4인가구 기준 점증, 평탄, 점감구간의 종료소득이 최저임금의 105.9%, 138.3%, 339.3%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80.1%, 129.4%, 154.1%에 불과하다.

미국은 2014년 기준으로 22개 주에서 EITC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저소득 가정에 대한 연방정부의 가장 큰 현금지원 프로그램이다. 미국 EITC는 2004년에 370만 명을 빈곤층에서 벗어나게 했고 전체 빈곤율의 14%를 절감시켰다.

프랑스의 PPE의 경우 최저임금을 받는 수준이라면 최대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최대급여액은 최저임금으로 얻을 수 있는 연 소득의 42.3%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앞서 말했듯이 최저임금을 받는다면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액수가 적다. 또한, 최대급여액은 최저임금의 14.2%, 연 230만 원이다. 

근로장려금은 일 년에 한번 전액 환급된다. 하지만 박영삼 연구위원은 이러한 방식보다 분기 혹은 월별로 나눠 지속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달 버티기 급급한 저임금노동자가구에 한 번에 일괄지급보다는 조금씩 나눠 매달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저임금근로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이 안 된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해 사회적 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노인이 되어서도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4대 보험은 필수적으로 들게 강제하고 보험료 전액을 근로장려세제와 연계하여 저임금노동자들에게 환급해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근로장려세제의 지원 대상을 최소한 최저임금 미만까지 포괄해야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거로 전망했다.

“최저시급 6,470원 기준 단독가구 연 1,600만 원까지 올려야 의미가 있다. 내년 최저임금의 상승 폭이 워낙 커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의 연계는 힘들어졌지만 적어도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는 맞춰 지원범위를 넓혀야 한다.”

일하면 가난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며

근로장려세제는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측의 대안으로 주로 쓰였다. 최저임금을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의 확대가 저임금근로자의 빈곤 대책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OECD 통계를 보면 2014년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36%에 불과하다. 근로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근로장려세제의 지급요건과 수준을 모두 개선해야 한다.

평생 일을 해도 서민들은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든 시대다. 그렇다면 적어도 일을 하면 가난하지는 않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노동의 가치란 똑같은 시간을 일해 벌어드린 수익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적은 근로수익이라 해서 그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면 안 된다. 저임금근로자의 노동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정책, 근로장려세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