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논쟁 ‘원전 안전성’
끝나지 않는 논쟁 ‘원전 안전성’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8.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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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리포트]원전 안전 다양한 관점

“위험에 평균은 없다” 위험을 관리하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금과옥조다. 어떤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가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하게 느끼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끝이 없다. 원전 전문가들 간에도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다. 사람들은 원전의 안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나, 원전의 위험을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봤다.

 자연적 원전 종료 2077년까진 안전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2만 년에 한 번’ 처럼 통계학적으로 계산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따지는 기간의 기준에 따라 안전성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되는 점은 분명하지만,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간을 40~50년 기준으로 잡는다면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한국은 향후 신규원전을 더 짓지 않고, 원전의 정해진 수명에서 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2077년 자연적으로 모든 원전 가동이 끝난다.

핵심은 ‘노출 가능성’

박재석 한국전력기술노조 위원장은 “원자력발전소의 핵물질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핵물질을 누출 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전의 안전성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해를 위한 다소 극단적인 비유로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져도 그 안에 보관하는 화학물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전이 필요한지 여부와는 별도로 원전의 위험성은 원전의 핵물질이 밖으로 나오는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특정한 원전 노형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그 노형 자체가 위험하다고 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역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모델과 한국 원전이 다르다고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거짓이라고 말했다.

핵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는 “지금은 처리 기술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방법이 나올 것”이며 “반감기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방사는 수치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흔히 사람들은 반감기가 길다고 하면 위험한 물질이라고 생각하는데, 학자들은 반감기가 긴 물질이 오히려 안정적인 것으로 안전하다고 본다고도 언급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난제’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수는 원전의 장점을 분명히 짚는다. “원전은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합한 에너지라는 평가도 일리가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만 생각한다면, 현재 발전 단가가 낮은 기술임에도 틀림없다. 토지활용이라는 부분에서도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집약적이기 때문에 원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원전의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할 방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이 사라지는 10만 년 후 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한국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연간 700톤에 달한다. 지금처런 원전을 가동할 경우 2019년부터 2038년까지 각 원전의 중간단계 저장시설 용량이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더 이상 저장이 불가능하게 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보관할 폐기장 장소를 정해야하는데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이 생긴다. 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며 “이는 미래 세대의 결정과 상관없이 현 세대가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떠넘기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에 큰 영향을 주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라며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비상구역(원전 반경 30km)’에는 20만 명이 살았지만, 울산 일대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면 300만 명이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폐기물로 나오는 우라늄 연료 다발.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내뿜는 위험물질이기 때문에 특수기술을 이용해 지하 수백 m 깊이에서 안전하게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