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자는 여전히 파업전야
대한민국 노동자는 여전히 파업전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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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업전야>
영화를 통해 본 노동 이야기

파업전야(罷業前夜). 제목부터 노동영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파업전야>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영화로 1987년 인천 남동공단의 작은 금속공장을 배경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노동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회사 간의 갈등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였을까, 1990년 영화 발표 당시 영화는 정부로부터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아 <파업전야> 상영 장소인 전남대학교에 경찰 당국이 상영을 막기 위해 사복 경찰 12개 중대와 경찰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파업전야> 상영투쟁이 시작돼 대학생들은 반독재민주화와 노동해방을 외치며 영화의 상영을 지켜냈다. 이런 탄압에도 3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아 독립영화의 중요한 상징으로 남았다. 실제로 <파업전야>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에 선정되기도 했다. <파업전야>는 당시의 시대상황과 노동환경, 역사적 의미가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인 것이다.

파업전야 The Night Before Strike

 

개요 │ 한국 │ 105분

개봉 │ 1990. 03. 28.

감독 │ 이은, 장동홍, 장윤현

출연 │ 홍석연, 엄경환, 강능원, 고동업, 박종철, 신종태, 왕태언, 임영구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영화의 줄거리로 들어가 보면 1987년 동성금속의 점심 식사 시간, 절단반의 김정민은 밥을 먹다 벌떡 일어나 “동성금속 동지 여러분! 이게 대한민국 주역 산업역군 수출전사가 먹는 밥입니까? 우리가 노예입니까? 아니면 기계입니까? 우리는 매일매일을 잔업과 철야 특근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물건이 잘 팔리면 그렇겠습니까? 그런데도 회사는 적자네 수출부진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주는 월급은 과연 얼마나 됩니까? 더 이상 당하고 살지 맙시다”라고 외친다. 초반부터 노동 영화다운 대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외침은 회사 관리자들에 의해 너무나 간단히 묵살되고 1년이 흐른다.

동성금속 단조반 한수는 어떻게든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노동자고 동성금속 관리자들에게 그런 한수는 노조설립을 막기 위한 좋은 허수아비다. 노동자들의 불만에 노조설립의 낌새를 알아챈 관리자들은 한수에게 회사에 편에 선다면 동성 금속 제3공장의 반장 자리를 주겠다며 꼬드긴다. 가난이 죽도록 싫었던 한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른 노동자들은 회사에 불만을 품던 중 노조 설립을 준비한다.

영화에는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차례로 나온다. 작업 반장은 노동자를 기계취급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물론 물량을 맞추기 위한 강제 잔업과 철야도 밥 먹듯이 시킨다. 잔업시간 200시간을 돌파해도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겨우 20만 원이 넘는다.

“걔들 눈에 우리가 인간인가? 그야말로 개 값이다. 우리보다 싼 기계가 어디있어.”

1987년, 민주노조 건설의 시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1987년에서 1990년은 한국 노조운동에서 사상 최고의 조직률을 보여준 시대였다. 1989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까지 올라가 1980년 이래 최고의 조직률을 보였으며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목표로 노조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성철ㆍ이치한 저서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에서는 이 시기의 노동운동 특징을 ▲민주노조 건설 운동 ▲현행 실정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비합법적 투쟁(전투적 노동조합주의의 출발) ▲업종과 지역을 아우르는 연대와 실천이라고 정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동성금속은 가상의 사업장이지만 촬영은 당시 실제 파업 중이던 인천 남동공단의 한독금속 사업장에서 진행됐다. <파업전야>의 리얼리티가 한층 돋보인 것은 직접 노동현장을 취재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파업전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결성에 박차를 가하자 회사는 마지막에 폭력배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을 탄압한다. 노조 활동을 망설이던 노동자들도, 회사의 허수아비로 동료들과 맞서게 된 한수 역시 그 광경에 분노하여 작업장에 있는 장비를 들고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이 장면에는 안치환의 ‘철의 노동자’ 노래가 함께 한다.

민주노조 깃발 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
우리 뜻 우리 피땀을 빼앗을 자 누구냐
강철같은 우리 의지 와서 모여 지키세
단결 속에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세
단결만이 살 길이요 노동자가 살 길이요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아━ 민주노조 우리의 사랑 피땀으로 이룬 사랑
단!결! 전!진! 우리의 무기
너와 나━ 너와 나━철의 노동자

철의노동자는 지금도 수많은 집회에서 들을 수 있는 노동운동 노래이며 “단결만이 살 길이요 노동자가 살 길이요”라는 가사는 노동자들에게 투쟁의지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다만 1990년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불태웠던 노래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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