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공노협, 혁신도시 시즌2 기대한다
경남공노협, 혁신도시 시즌2 기대한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8.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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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담론 '사람'과 '관계' 중심에 둬야
[리포트]경남공신도시는 지금

‘혁신도시 시즌2’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도시를 재도약시킬 뜻을 밝혔다. 참여정부가 국토균형개발을 위해 야심차게 계획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홀대된 혁신도시는 본래의 취지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 맞춰 국토부도 올해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을 마무리하고, 지역발전 거점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달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경남 혁신도시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경남공노협)’ 회의를 찾아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경남공신도시 11개 공공기관 이전 완료

지난 6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이전하면서 경남공신도시에 자리 잡을 예정이었던 모든 공공기관의 이전이 완료됐다. 정부는 2003년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즉, 혁신도시 조성정책을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정부의 혁신도시 입지 선정 지침에 따라 최종 후보지로 진주시를 선정했다. 경남의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격차가 큰 편이었다. 진주시가 속해 있는 서부 지역이 경상도 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을 넘지만, 2014년 기준 인구는 23.8%에 그쳤고 지역 내 총생산(GRDP)도 19%에 불과했다. 경남공신도시를 진주로 지정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고려된 것이다. 이로써 사업비 1조 469억 원을 투입해 진주시에 총면적 409만 3,000㎡, 인구 3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가 조성됐다. 농경지였던 진주시 호탄동, 문산읍, 금산면 일대를 아우르며 충무공동이라는 새로운 행정구역이 만들어졌다.

진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총 11곳으로 주택건설과 산업지원에 관련된 분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중앙관세분석소 ▲한국남동발전(주) ▲국방기술품질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저작권위원회 ▲주택관리공단(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이다.

경남공신도시 효과 ‘한몫 VS. 미미’

지난 6월 말과 7월 초, 진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정반대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발표한 ‘진주혁신도시 추진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는 인구와 고용 증가, 자산 시장 활성화 등을 제시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주시의 인구 증가율은 공공기관의 이전이 시작된 2013년 12월부터 3월까지를 살폈다.

반면 이창희 진주시장은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전 공공기관에서 35% 이상을 지역 인재로 의무 채용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역 인재 채용과 공공기관 지방세 납부 현황 등을 언급하며,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남공노협 회의에서는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배찬호 한국남동발전노조 위원장은 “혁신도시와 같은 정책은 수립보다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 참여정부를 적대시 하는 분위기에서 혁신도시 정책이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찍 지역으로 이전한 기관들은 사택이나 아파트 등 제대로 된 거주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된서리를 맞으며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실제로 경남공신도시는 2007년 10월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했지만, 기반시설 조성공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 된 시점은 2015년에 이르러서다. 정부기관인 중앙관세분석소를 제외하면, 이는 2014년 가장 먼저 이전한 남동발전을 포함한 국방기술품질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세 기관의 약 1,000여 명의 직원이 일터를 이전한 이후였다.

이전 공공기관 희생엔 ‘무관심’

경남공노협 회의에서는 “이전 공공기관의 종사자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고 모두 효과를 얼마나 냈는지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진만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위원장은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 국토의 균형 발전,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혁신도시 정책의 총론에 반대할 사람이나 명분은 없다”면서도 “각론으로 들어와 나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면 ‘희생’을 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국가권력에 의해 일터를 강제 이전했지만, 사실상이는 국민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거주의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전 공공기관이나 종사자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은 미미하다며, 이전 후 2년 동안 매달 20만 원씩 나오는 지원금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마저도 서울의 업무나 가족들을 보러 이동하는 교통비, 지방으로 내려와 드는 추가 비용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류재완 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 지부장은 ‘보상’보다 ‘보호’라는 표현이 적확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원 금액이 적고 많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삶의 터전을 옮겨온 노동자들이 수도권 생활보다는 부족하겠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경남공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30.2%로 혁신도시 평균인 32.1%보다 다소 낮다. 혁신도시의 정주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시설의 확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는 10개 혁신도시에서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요구사항 이다. 향후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이 ‘공공기관 이전 성과 확산’과 ‘산학연 클러스터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춰 보완해 나가야할 지점이다.

‘사람 중심’ 혁신도시에 성공 따를 것

혁신도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혁신도시를 건설해야다는 주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노동조합 위원장과 간부들의 의견이 모였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외형과 부피를 키우는 방향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도시 정책의 방향과 내용은 바람직하지만, 공공기관을 돈으로만 보는 지자체는 정책을 성공시킬 그릇이 못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자체가 소비가 창출되는 지점에 대해서만 보완책을 마련할 뿐, 혁신도시 내 사람들의 불편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노조 간부는 진주로 내려와서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혜택을 주는 곳은 “대형마트 안의 영화관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번 시행하면 거둬들이기 힘든 ‘정책’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함께 김진만 위원장은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연간 사회공헌 예산을 파악해 각 지자체별로 배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최근 지자체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에서 진주혁신도시가 아닌 경남공신도시로 이전한 기관들인 만큼 기관들이 책정한 예산이 진주시뿐만 아니라 경남지역에 고르게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국토부도 기획재정부도 아닌 아무 권한을 갖지 않은 지자체들의 이 같은 행태는 기관들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갑질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진주 유등 축제와 같은 지역의 행사 때마다 지자체가 공공기관에 손을 벌리는 관행도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지자체들이 공공기관의 이전으로써 얻게 될 효과를 계산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는 지자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경남공노협은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주일 중 5일을 진주에서 생활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배려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사회 관계 맺을 프로그램 필요

정부나 지자체가 관심을 둬야할 사람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들뿐만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이주한 가족들의 생활도 들여다봐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도시가 자리를 잡으면, 지금보다 가족동반 이주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이때 혁신도시 내 거주하는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전 기관 직원들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다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그의 배우자나 가족들의 경우는 또 다르다. 낯선 지역사회에서 처음부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경남공노협은 이 과정에서 특히 전업주부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를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홀로 이주한 일명 혁신도시 기러기 직원들이나 단신 거주자들에게도 지역사회에 정을 붙이고 정주를 고민해볼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에서 혁신도시에 2차로 이전할 공공기관을 선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직원뿐만 아니라 함께 이사 온 가족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고민이 없이는 현재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들이 겪는 문제가 똑같이 반복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낯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에겐 기반 시설 등 인프라만큼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며 “혁신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노조, 지역사회 교류·기여 위해 노력할 것

경남공노협은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이 지역사회와 관계 맺기에 관심을 두고 지역교류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2015년이었다. 그해 5월 법무부 소속 창원보호관찰소 진주지소가 경남공신도시로 이전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지역주민들이 거센 반발로 보호관찰소 이전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요청으로 경남공노협이 함께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범법행위자의 교육, 교화 시설인 보호관찰소를 혁신도시 안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인구를 끌어 모으고 지역 경제발전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혁신도시의 조성 취지와 맞지 않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해 10월 경남공노협과 지역주민, 법무부와 진주시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듬해 보호관찰소의 교육기능은 외부에 두고 행정기능만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경남공노협이 집회문화에 익숙지 않은 지역주민들을 이끌며 교섭력을 발휘해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그 후 작년 연말, 경남공노협은 혁신지역주민협의회와 공동으로 김장담그기 행사를 열고, 진주지역 독거노인과 복지시설에 김치나눔 행사도 진행했다. 기관이 아닌 노동조합 차원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치렀던 이 행사는 올해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공노협은 “혁신도시가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의 원동력으로 거듭나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만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에 정을 붙이고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원과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혁신도시 시즌 2’ 계획에 대해 환영하며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