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노조, 사장 퇴진 운동 전개
석유공사노조, 사장 퇴진 운동 전개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08.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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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갈등, 끝장보자는 노사
[리포트]석유공사노조 사장 퇴진 운동

작년 2016년 2월 한국석유공사의 새로운 사장으로 김정래 사장이 선임됐다. 들어온 순간부터 잡음이 새어 나왔다. 2015년 12월 말까지 진행된 1차 석유공사 사장 공모 당시 전 현직 공사 임원과 관료들, 민간 석유기업 출신들까지 약 20명이 지원하였다. 하지만 석유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원자 전원 부적합처리를 내렸고 2016년 1월 12일 사장 재공고에 나섰다. 이때 단 2명만이 지원하였고 그중 한 명이었던 김정래 사장이 임명됐다. 노조 측은 김정래 사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낙하산, 그리고 측근 특혜 채용 의혹

석유산업은 크게 상류와 하류 부문으로 나뉜다. 상류는 땅속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찾아 시추하고 생산하는 산업이며 하류는 그렇게 생산된 원유를 가공, 정제하는 산업이다. 노조는 김정래 사장이 상류부문 전문성이 없다고 말한다. 김병수 석유공사노조 위원장은 “하류보다 상류가 훨씬 중요하다. 상류는 탐사비와 개발비가 많이 들고 성공률이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수입이 막대한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하류 정제산업과는 전혀 다르다. 김정래 사장은 상류 석유 개발 쪽 경력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김정래 사장은 2002년까지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오일뱅크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모두 하류 쪽 산업들이다. 이후에는 현대 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에서 근무했다.

취임 직후엔 측근 특혜 채용 논란이 터져 나왔다. 경영관리본부장과 기획예산본부고문, 리스크고문 그리고 기술고문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김정래 사장의 오래된 지인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4명 중 3명은 현대그룹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들이었고 한 명은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출신이다. 게다가 경영관리본부장과 기획예산본부고문은 채용 계획이 확정된 당일 채용됐다. 또한 전문계약직을 채용임에도 경력증명서와 학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면접을 시행하지 않은 점이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당시 수립했던 채용계획에 면접을 실시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면접기록이 없었다. 담당 부서는 면접기록을 요구해도 내놓지 못했고 최종적으로는 유선상으로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그건 면접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정래 사장은 직원공고문을 통해 “두 명의 채용은 노조위원장과도 이력서를 가지고 사전에 상의한 바 있는데 이제 와 비선 채용이라고 주장하니 당황스럽다”며 “사장으로서 투자회사의 관리문제의 파악, 해결을 위해 취임 초기 사장을 도와줄 사람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조에서는 채용된 인원들의 전문성 역시 문제 제기하고 있다. 김병수 위원장은 “상류 부문에서의 생산시설 설비운영은 밑에 매장되어 있는 유종의 특성, 그리고 석유를 매장하고 있는 암석의 특성 등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 이것들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반 설계지식만 가지고 운영을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 채용된 인원들은 이러한 상류 부문에서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감사실이 기획예산본부고문 계약 연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김정래 사장은 재계약을 강행했다.

울산사옥매각, 사장자리 보존용?

2017년 1월 31일 석유공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울산사옥매각 및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2,200억 원이며 계약보증금은 220억 원, 임대료는 연간 85억 원에 달한다. 석유공사측은 사옥매각으로 인해 1,980억 원의 유동성 확보와 부채비율이 13.8% 감소하는 재무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계약조건이다. 석유공사는 임대조건부 매각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최소 5년간 울산사옥에 무조건 입주해야 한다. 재매입선택권은 5년 이후에나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5년 뒤 바로 재매입을 결정해도 임대료로 약 430억 원이 지급된다. 최장 임차계약기간인 15년 모두 임대 시 약 1,4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노조는 “은행에서 대출해도 평균 2.8%의 금리로 매년 약 54억 원의 이자면 조달할 수 있는 유동성을 85억 원을 주고 조달한 형편”이라며 “비상임이사들 대부분의 반대에도 사장과 사장이 임명한 상임이사들이 이사회 표결을 강행한 희대의 코미디 국부유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무리한 사옥매각의 배경으로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꼽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애초 해당 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기관에 대해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해당 기관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하게 된다. 지난해 석유공사의 김정래 사장은 가장 낮은 등급평가에도 재임 기간이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해임건의에서 제외됐다.

이에 단기적 재무 개선을 위해 무리한 사옥매각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석유공사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E등급 바로 위인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의 경우 2년 연속 판정 시 기관장 해임건의 조치가 진행된다.

직원들 뼈만 깎는 경영

석유공사는 2015년 4,451억 원, 16년 2,408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부채비율은 528.9%에 이를 정도로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 김정래 사장은 이러한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취임 초기 전 직원의 연봉 10% 반납을 제안했고 노조는 받아드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단 1원도 반납하지 않았다.

김병수 위원장은 “광물공사의 경우 임원이 30%, 일반 직원들은 15% 연봉 반납을 했다. 위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아래도 따라갈 텐데, 이건 완전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공사 경영진은 “사장의 급여 수준은 일반 간부직 수준으로 (사장이) 급여 10%를 반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정래 사장은 아부다비 왕세자가 초청한 F1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가면서 하룻밤에 100만 원에 육박하는 초호화호텔에 숙박하는 등, 취임 1년여 만에 해외출장비로 약 1억 5천만 원을 지출해 외유성출장이 논란됐다.

성과연봉제로 폭발한 노사갈등

석유공사 경영진과 김정래 사장은 16년 4월 노조의 동의를 조건부로 성과임금제를 이사회에 의결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노조 동의 조건을 제외시켰다. 노조의 반발에 사측은 전 직원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조가 교섭을 통한 성과임금제 도입 주장을 꺾지 않자 교섭 도중 투표를 강행해 버린다. 사측의 일방적인 투표에 노조는 투표참여 보이콧을 선언했고 투표율 약 20%의 결과로 성과임금제 도입을 정당화시켰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엔 리스크고문과 기술고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노사는 또다시 충돌하였다. 현대중공업 출신 인사 2명을 고문으로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한 노조가 채용을 중단하고 채용 연유와 필요한 전문가의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정래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채용을 진행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였고 지난해 11월 22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사장퇴진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쟁의권을 얻자 김정래 사장은 75명의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자격 박탈을 통보한다. 4급 이하 직원 중 인사ㆍ노무ㆍ복지ㆍ법부 등 몇 개의 부문의 직원들에 대해선 공사가 노조에 통보한 직원은 단체협약 상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규약이 문제였다. 하지만 노조는 사장의 부당노동행위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단체협약 갱신을 통해 이미 조합원의 범위를 확정지었고, 단체협약의 모든 내용은 2년 동안 유효하므로 적어도 18년 2월까지는 당시 조합원의 범위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김정래 사장은 직원 공고문을 통해 “공사의 직원 개개인은 자신이 조합원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비노조원이 쟁의행의에 동참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명시했다.

올해 6월 노조가 김정래 사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사내 전자게시판에 등재하자 노조게시판을 폐쇄하고 노조위원장의 사내메일 삭제, 메일발송권한 박탈한 사건이 벌어졌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가 김정래 사장의 퇴진운동에 동의하는가, 공사 사장은 위기상황에 부합하는 리더십으로 필요한 일은 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노조의 각종 선거공고, 지침, 주요 공지사항 등 중요 자료를 비롯해, 그간의 모든 공유 게시물들이 삭제되었다. 노조는 김정래 사장이 관련 부서장을 소집해 이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는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조치들이 한국석유공사에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자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측은 임직원들을 노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기 방어적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갈등은 끝을 향해

올해 7월 16일 양대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10대 적폐 공공기관장’을 발표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 역시 이 명단에 들어갔다. 이에 김정래 사장은 언론을 통해 “경영개혁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노조가 적폐”라며 “노조 적폐를 청산할 때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위원장은 “경영개혁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사장의 현태는 경영개악이다. 공기업 경영은 투명성이 제일 핵심이지만 지금 사장은 경영방침을 사실상 구두로 지시내리고 있고 밀실에서 고문들과 경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가 국민들에게 상당부분 실망을 안겨준 점을 사과하며 “저희 석유공사 직원들은 회사에서 제대로 된 성공을 하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싶은 열망이 크다. 그걸 가로막고 있는 것이 사장이다. 노조입장에서는 이걸 해결하는 것이 공기업 노조의 사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김정래 사장 퇴진운동은 점점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7월 4일 석유공사 노조는 김정래 사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7월은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집중단속기간이다. 이에 따라 7월 18일부터 석유공사의 근로감독이 들어간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공공기관장의 자진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가스안전공사 사장도 물러났다. 김정래 사장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면 사퇴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게다가 경영평가도 좋지 못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김정래 사장 앞에 놓은 가장 큰 산은 회사 조직원들의 신뢰상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