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여름 나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8.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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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이동희의 집게손가락

‘폭염주의보, 낮 동안 야외활동 자제 및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 바랍니다’

국민안전처의 폭염주의보 안내 문자를 받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햇빛에 땅이 지글지글 익는 여름,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국민안전처의 걱정에도 오늘도 내일도 밖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회, 청와대 분수대, 광화문 광장 등 여러 곳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는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매년 노동자들이 내리쬐는 ‘햇볕’은 식을 생각 없이 뜨거워지기만 합니다.

지난 한 달, 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삼보 일배를 하는 노동자들을 보았고 고가 다리 밑에서 진동을 견디며 고공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비장하고 진지한 눈빛을 보니 밖에서 취재하느라 덥다고, 살이 탄다고 투덜거릴 수 없었습니다. 이건 제가 아닌 다른 동료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투쟁 중인 노동자에게 여름 나기란 ‘버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인천 공항으로 향하고 있지만 이들이 바라는 여름휴가는 좀 더 단순한 것입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고공농성을 하지 않는 것, 단식 투쟁을 하지 않는 것, 결의대회를 열지 않는 것, 1인 시위를 하지 않는 것, 죽지 않는 것, 안전하고 행복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여름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8월이 왔습니다. 아무리 뜨거운 햇볕이라고 해도 노동자들 가슴속에 있는 한(恨)보다는 뜨겁지 않을 겁니다. 부디, 안 그래도 힘든 투쟁 중 여름 햇볕에 몸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