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느는데 돈에 묶여 비정규직 양산
수요 느는데 돈에 묶여 비정규직 양산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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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비정규직 고용의 질 악화 선도했다
[리포트]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①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이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공공부문 주도로 풀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어찌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의 질 악화를 선도한 주체가 사실상 정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 따라 규모 차이, 원인은 결국 돈

정부는 7월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추진계획’(이하 ‘가이드라인’)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최대의 사용주로서 공공부문 또한 효율성 중심의 경영혁신을 추구하면서 비정규직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시인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공공부문이 앞장서왔다는 비판이 잇따른 터였다. 이른바 ‘모범적 사용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31만 명 수준이다. 총원 대비 비율로 따지면 16.9%로 민간(32.8%)의 절반이지만,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 속도를 보면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빨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2006년 32.4%에서 2016년 32.8%로 소폭 늘어났다. 그런데 공공행정·보건복지·교육 등 공공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29.0%에서 35.2%로 6.2% 늘었다.

이중에서도 보건복지 분야의 비정규직 증가가 두드러졌다. 2006년 15만 명이던 보건복지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6년 70만 명을 상회했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늘어난 보건복지서비스 수요를 민간위탁·기간제 고용 등으로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의 집계가 크게 엇갈리는데, 이는 두 기관의 공공부문 분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학교 등만을 공공부문으로 보는 반면, 통계청은 이에 더해 헌법기관, 자치단체 출자기관, 직업군인 및 군무원 등을 모두 포함한다.

공공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비정규직 고용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정부는 총액인건비제도를 통해 공공기관의 인건비 지출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했다. 또 매년 진행되는 경영평가 항목에 인건비 절감을 포함했다. 이에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업을 위탁하면서 간접고용 형태가 늘어났다. 외부에 위탁한 사업의 인건비는 해당 공공기관의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사실상 비정규직 사용을 유도한 셈이다.

두 공기업의 다른 행보

그중에서도 인천국제공항 사례는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이곳을 방문하면서 크게 부각됐다. 현재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규모는 7,000여 명 수준으로 공기업 중에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인천공항에서는 60개 업체가 ▲운영지원 ▲보안방재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다녀간 후,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올해 안에 인천공항 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좋은 일자리 창출 TF’를 구성하고, 협력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컨설팅 용역사업에 착수했다. 컨설팅에서는 정규직 전환방안을 비롯해 분야별 직급 및 임금수준, 인력운영방안 등이 다루어진다.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망은 비정규직 노조에서도 밝게 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한재영 대변인은 “(공사의 계획대로)연내에 정규직화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 노사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놓고 잡음을 내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비정규직 규모는 8,000명이 넘는다. 철도공사 역시 정규직 전환 TF를 만들었지만, 인천공항과 달리 당사자가 배제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철도공사를 분할 민영화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두 공기업의 서로 다른 행보에서 정규직화 방식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기관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인지, 자회사 정규직으로의 전환인지, 또는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후 처우 개선인지 등을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