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노조 한계, 중재자 역할로 극복하겠다
소수노조 한계, 중재자 역할로 극복하겠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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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중 통합노조 출범 전망
[인터뷰]김철관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

5월 30일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에는 3개의 노조가 있다. 옛 서울메트로에 있던 서울지하철노조·서울메트로노조와 옛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서울도시철도노조 등이다. 이들 노조의 조합원 수는 각각 6,300명, 2,400명, 5,800명으로 어느 한 곳도 조합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김철관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은 소수노조의 한계를 중재자 역할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1·2기 지하철 노조 조합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내년 상반기 중 통합노조 출범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통합노조 출범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분리 운영되면서 달라진 임금체계를 통일하고, 승진 적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철관 위원장은 소통을 강조한다.

그는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기까지 노사정 교섭을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세 노조 지도부 간 신뢰가 통합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치러진 4대 집행부 선거에서 51%를 득표해 재선됐다. 선거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많은 공격을 해왔다. 조합원 중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크니까 이번에는 당선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정책선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양 공사가 통합했고, 앞으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내세웠다. 그와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노조를 통합할 것인지 분명한 계획을 밝혔고, 여기에 조합원들이 답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1월 복수노조 체제 하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아님에도 교섭권을 확보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했다. 과거 집행부는 서울지하철노조를 욕하고, 서울시를 공격하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찾아가서 폭로하는 식으로 교섭권 확보 문제에 접근했다. 나는 처음 당선되고 나서 그런 행동을 일체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을 설득하고, 시의원들을 만났다. 언젠가 양 공사가 통합해야 하고, 노조 또한 그러해야 하는데 당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나섰다. 박원순 시장 같은 경우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우리의 진정성을 믿었던 것 같다.

교섭대표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최병윤 위원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건강한 단위는 서로 통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지금도 내 원칙은 절대 서울지하철노조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교통공사 임단협에서 3개 노조가 공동교섭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철저하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3개 노조가 공동교섭에 들어가는 조건은 위원장 3명 중 한 명이라도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막판의 한 표 역할, 중재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옛 서울메트로 출신 노조들만 통합한다면 LH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애당초 요구안을 작성할 때 3개 노조가 각각 만들어 와서 교집합을 찾은 후에 공동요구안을 내자고 했다. 그렇게 교섭을 마치고 나면 노조 통합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양 노조 사이에 치이게 될 수도 있지 않나?

노동조합은 결국 노동조건을 얼마나 올리고, 또 양보하는지가 문제다. 아마 우리가 대안을 내야 할 거다. 물론 민주노총 산하 두 노조에서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빼고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공동교섭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본 것처럼 타협점은 분명 있다. 이번에 교섭위원을 배정할 때 처음에 우리 쪽에서 3개 노조가 4명씩 12명으로 하자고 했더니 다른 노조에서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노조에서 제안한 것은 4:4:2로 해서 10명이 들어가는 안이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쪽에서는 위원장, 사무국장을 빼면 본부장들은 교섭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두 노조에서 한 명씩을 더 배정하고, 우리도 3명을 배정해서 5:5:3으로 하자고 했다. 복수노조이지만 공동교섭단을 성공적으로 꾸린 것이다.

3개 노조는 통합 합의문을 발표했다. 노조 통합에 참여하게 된 이유, 그리고 통합의 원칙은 무엇인가?

LH 같은 경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각자 사업영역이 있었지만, 궤도에서는 쇠바퀴 굴러가는 게 똑같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가르지 않고 공사 통합에 관한 노사정 교섭을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지난해 성과연봉제 저지 공동파업까지 하면서 3개 노조 지도부가 서로 신뢰를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일부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끼리만 통합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통합의 원칙은 조건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단 통합하고 보자는 건 아니다. 복수노조로 있으니 갈등이 많을 수 있겠지만, 통합에 찬성하는 비율이 3분의 2는 될 것 같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울지하철노조에서 나오면서 해고자에 대한 희생자보상기금을 내는 사람 수가 줄었는데, 그걸 분담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또 1·2기 지하철 간 갈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을 다 짚고 넘어가면 통합이 될 수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보다 큰 대의를 세우려고 한다.

3개 노조의 바람직한 통합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지금 실패하면 또 늦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원활하게 고비를 넘기면 내년 상반기에는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2기 지하철은 그냥 둔 채 1기 지하철만 가지고 통합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3개 노조가 함께 가야 한다.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올해 연말까지 끝내보자고 하는데 각자의 의사결정구조가 있고, 올해 임단협도 있어서 12월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다.

또한 통합 후에도 2~3년 동안은 상급단체를 정하지 말아야 한다. 통합 1년 뒤에 상급단체 가입 투표를 해버리면 또 다시 한국노총, 민주노총으로 파벌이 나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어차피 조합원들은 두 노총의 활동을 다 지켜볼 것이다. 그러면서 각자가 판단을 할 것이다. 2년 동안은 지켜보면서 조합원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편이 낫다.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노동조합과 언론, 어떻게 다른가?

우선 내가 언론인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1989년 3.16 파업 당시에 기사를 보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가뭄과 파업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가뭄에 웬 파업?’ ‘연봉 2천만 원 받는 사람이 무슨 파업?’ 같은 식으로 보도됐다. 사용자측이나 서울시 입장만 보도되는 걸 보면서 문제의식이 생겼다. 1995년에 연세대 언론대학원을 들어가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PC통신에 기고를 시작했다. 그러다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까지 하게 됐다.

결국은 서울지하철공사 들어와서 파업을 겪으면서 생긴 문제의식 때문에 <한겨레신문> 창간 주주로 참여했고, <노동자신문> 통신원도 했었다. 노동조합은 이익단체이지만 언론은 약자를 위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언론의 세 가지 기능은 사회현상을 보도하고,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며, 문화를 전수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권을 쟁취하면 투쟁에서 빠지지만 언론은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파헤친다. 이것이 언론과 노동조합의 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