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산업,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조선 산업,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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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조선노연, 모두가 함께하는 공론장 만들자
[인터뷰]황우찬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공동의장

모두들 축제는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축제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만큼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가 아니더라도 조선 산업은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떠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황우찬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공동의장은 “노동자에게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억울함만 늘어놓으며 지켜 볼 수만도 없다. 이것이 국내 조선소 노동조합들이 모여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조선노연)를 만든 이유이다.

 

“구조를 바로잡는 문제부터 시작해야”

- 조선 산업의 대금 분할 지급이 가진 문제, 그중에서도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확산은?

선수금을 주고 마지막에 60~70%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헤비테일(heavy tail, 선수금으로 5~10%만 지급하고 마지막 인도 시에 60~70%의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 방식은 조선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결국 자금의 순환 문제인데 상당한 대금을 마지막에 받기 때문에 배를 만들 때 필요한 돈이 배를 만드는 사업장에서 나간다. 한두 푼도 아닌 2조, 3조의 돈이 들어갈 때도 있고 수주를 많이 해서 대금을 가져와서 쓴다면 다행이지만 자금이 계획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또 문제가 된다. 수주를 받고 배를 만들면 돈이 나가는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대금 분할 지급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조선시장 자체가 따르고 있는 관행이기 때문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현대 한국 조선 산업 자리를 뒤쫓아오는 중국이나 일본을 의식한다면 우리나라만 이 구조를 바꾸는 모험을 한다는 것은 더 힘들다.

- 조선 산업 직영 노동자 대비 사내하청 노동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직영 노동자 한 명 당 사내하청 노동자가 3명에 달한다. 하청 인력이 더 많아서 생기는 문제는 무엇이 있나?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이를 방치하면서 노동부의 관리나 감시도 없었고 기업들도 눈치를 보면서 아직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기업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불법파견이 상시적으로, 암묵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이다. 노조는 하청 인력을 사용하더라도 노동부에 신고하고 고용 보험을 적용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그들을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부작용 중에 하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이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도가 쌓이지 않는 문제도 있겠지만 작업장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라인이 익숙하지 않아 다치기도 한다.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해 투입시킨 인력들이다 보니 급하게 작업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자칫하면 사망에 이르는 등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

또한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는 부작용도 함께 발생한다.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면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자 7만 명 중 직영 노동자 수는 1만 7,000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노조가 파업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만 7,000명이 파업하더라도 회사는 나머지 하청 인력을 통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을 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다. 현대자동차노조가 파업하면 온 나라가 떠들지만 현대중공업노조가 파업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게 이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청은 노조에 가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다른 하청 업체 취업을 원천 차단시키는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밥줄이 끊기는 상황에서 누가 노조를 만들도 가입할 생각을 하겠나. 조선 노동자들은 노조 할 권리를 찾기 힘은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 조선 산업의 지난 과거를 평가하자면?

지난 해양 산업을 되돌아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무식했었는지 알 수 있다.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시기, 돈이 된다는 이유 하나로 해양 공장을 얼마나 많이 지었나. 그때는 정부도 발 벗고 나서 해양산업을 지원했던 시기다. 하지만 셰일가스(shale gas, 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가 등장하면서 유가는 반 토막이 나고 지어놓은 해양 공장들을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 역시 구체적인 전망과 계획 없이 해양이 미래 산업이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이를 지원했었던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산업 문제로 보지 않고 ‘돈’만 보고 접근한 정치권에 울분을 가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는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모든 뒷감당은 노동자가 지게 됐다.
이런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대거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되고 신규채용 역시 하고 있지 않다. 이 시점에서 잘못된 것을 되돌아보고 조선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정부는 지금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옆 나라 중국만 봐도 조선 산업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어있다. 중국은 2015년에 ‘중국 제조(Made in China) 2025’를 발표해 10개 핵심 제조업 분야에 조선 산업(해양플랜트 및 첨단 선박)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한 지난 실수를 인정하고 필요 산업으로 변경했다.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조선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선박금융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넘어갈 준비는커녕 중국과 일본에 어떻게 맞설 것이지 대책도 없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조선 산업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우리나라도 똑같이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까지 무계획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이제부터는 계획을 가지고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 자리에 있음에도 취약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설계’부분이다. 설계는 주로 유럽 등 다른 나라한테 사 와서 일을 했는데 이제는 조선 산업 전체를 보고 설계기술을 키우려는 고민도 필요하다. 특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노동자들에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직 특화 기술을 교육하고 양성한다면 미래 산업에 대한 고민과 일자리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 조선 노동자들의 기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힘을 확인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공지능일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조선 노동자들의 기술이다. 조선 산업에는 여전히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 노동자들의 기술이야말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조선 노동자들을 3~5년 계약직으로 데려가 기술력을 흡수하고 있다. 이제는 없는 기술을 양성하고 있는 기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선노연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이 ‘공론장’을 열어보자는 것이다. 정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조선 산업에 사양 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정말 사양 산업인지 아닌지 공론장을 열어 얘기해 보자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를 ‘귀족 노동자’라고 부르면서 ‘국가 세금 그렇게 까먹어 놓고 왜 또 저러냐’는 비난을 하는데 7년 치 임금도 못 받고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돈을 받는 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현실이다. 이 문제는 절대 개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 민간단체 모두가 함께하는 공론장을 열어 누구 말이 맞는지, 조선 산업을 어떻게 살릴지 이야기해야 한다.

현재 조선 산업이 사양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 7명과 함께 8개월 정도 진행이 된 상태고 중간보고도 마쳤다. 곧 전체토론을 앞두고 있다. 조선 산업의 임금 구조, 생태 구조 등 구체적인 안을 정리하고 있고 이것이 조선 산업의 근본적인 대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다음에 올 사람에게 중요한 토대는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정부가 나설 건지의 문제만이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관련 정책 협의도 했고 조선 산업을 살리겠다고 언급도 했으니 아직은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