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8.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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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네팔인의 죽음,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민주노총

지난 6일 충북 충주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27살 네팔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 씨가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는 것도, 네팔 가서 치료를 받는 것도 불가능했다”라며 “계좌에 있는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전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

다음날 7일 경기도 화성 돼지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 다벅 싱 씨 역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은 “다른 지역의 두 노동자가 같은 이유로 죽음을 택한 것”이라며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는 일이 힘들고 위험해도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어 그냥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업주의 동의가 있지 않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유리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부장은 “한국 사람들은 일이 힘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구하면 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회사가 폐업하거나 해고당하지 않는 이상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팔의 경우 한국 안의 네팔 노동자 커뮤니티가 활발해 두 노동자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죽음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숨진 두 명의 네팔 노동자 모두 장시간 노동과 12시간 맞교대 등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으며 회사에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주노조는 “더 이상의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착취 제도이자 죽음의 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전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주노조는 오는 20일 전국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전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