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후에도 임금은 비정규직 수준?…되레 월급 7만원 깎이기도
정규직 전환 후에도 임금은 비정규직 수준?…되레 월급 7만원 깎이기도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8.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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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콜센터 노동자, 무늬만 직접고용 반대
시청 앞 1인 시위 36일 째
▲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 서울시청 후문에서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이 ‘무늬만 직고용 반대’를 외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이전에 받던 월급보다 7만 원이 줄어드는 경우도 생긴다”

16일 120다산콜센터(이하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논의하고 있는 보수 설계안이 비정규직 임금 수준이거나 이보다 후퇴한다고 주장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이하 다산콜센터지부)는 민간업체를 거쳐 고용된 구조에서는 상담사들이 겪는 감정노동 문제와 열악한 처우 등을 개선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5년 동안 서울시가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 끝에 지난 5월 1일 서울시 산하 다산콜재단(이하 재단)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다산콜센터의 사례는 간접고용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성공적인 예로 꼽혀왔지만, 재단이 발주한 직무‧보수 설계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오면서 재단과 노동자들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산콜센터지부에 따르면 최종용역보고서의 보수설계안에는 주간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주간팀 업무수당 등 기존의 일부 수당을 폐지하고, 법정수당을 재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심명숙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민간 위탁 업체로 간접고용됐을 때 적용받던 임금체계보다 더 후퇴하는 안”이라며 “최종 연구용역 보고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근무형태별로 차이는 있지만 월급이 7만원 감소하는 경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근무 시간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위탁업체에서 받던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팀이 있는 반면, 어떤 팀은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면 조직 내 위화감이 생길 것”이라며 “모든 팀에 동일한 인상액이 적용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직고용 되면서 그동안 민간업체가 가져간 이윤이나 비용 등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즉,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연구진들은 예산상의 한계가 있다고 답하는데, 그렇다면 서울시가 예산문제를 조정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황호익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보수 설계의 특정 부분만 보고 감소한다고 말해선 안 된다”며 “일부 폐지되는 수당 외에 기본금이나 기타 신설되는 복지포인트 15만 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후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산콜센터의 예산을 조정해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정해진 예산에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재단과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오해를 풀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복지포인트는 현금과 달리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다”며 “복지와 임금은 구분돼야한다. 복지는 복지고 임금은 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구체적인 보수설계에 따른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단은 지난 5월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직무‧보수 설계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노사 간의 논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 말까지 운영규정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최근 3개월 동안 기존 체계에 따른 임금을 받아왔다.

한편 다산콜센터지부는 재단이 발주한 연구용역 중간보고서가 나온 지난 달 10일부터 서울 시청 앞에서 36일째 1인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