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사랑 전하는 전력노동자들의 60년
빛으로 사랑 전하는 전력노동자들의 60년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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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주년 맞은 전력노조

60.
공자는 인간의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하여 어떤 말을 들어도 마음에 동요가 일지 않는다고 하였다. 희노애락을 겪어볼 만큼 겪었기에 세상이치를 알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에 마음의 동요 또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떤 이는 ‘인생은 60부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난 11월 23일, 1946년 경성전기노동조합에서 출발한 전국전력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이 어느새 60번째 생일을 맞았다. 전력노조는 일본 제국주의를 거쳐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공간, 군사정권과 자본주의의 성장 속에서 통폐합되기도 하고 분할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시간을 겪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인내가 있었기에 앞으로의 60년을 쓸 수 있게 됐다.
노동조합이 60번째 생일을 맞은 것은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세월동안 원활한 전기공급을 위해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 전력노동자들의 땀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력노조의 역사 속에서 어둠을 밝히고 산업을 일으켰던 전력노동자들의 지난 60년간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지나간 60년
산업정책의 희생양
“전력산업 일으켜 세웠으나 구조조정 당하기도”

이번 전력노조 창립 60주년 기념식장에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한분은 전력노조의 전신인 경성전기노동조합의 발기인인 김동호 옹이었다.

전력노동자들의 힘을 모아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14인 중 이제 이 세상에 남은 건 김동호 옹 뿐이다. 한때는 우렁찬 목소리로 전력노동자의 권리를 외쳤을 그는 이제 야위고 주름이 가득한 우리네 아버지일 뿐이었다.

전력노동자란 이름으로 60년을 살아온 김동호 옹의 모습은 전력산업을 일으켜 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정치권력에 의한 노동조합의 해체, 조잡의 반목과 대립, 민영화 정책으로 인한 조직분열, 구조조정 등 정책결정 과정에선 철저히 소외당했던 전력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앞으로 60년
산업정책의 주체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전력산업 주도”
“…온겨레 희망의 불빛을 밝혀라 전력노동자여 /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온 생산의 힘으로 / 전력노조 가는 길은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선 전력노조의 미래를 담은 새로운 노동조합의 상징마크와 노동조합가가 선보였다. 전력노동자의 역할과 역사성, 노동자의 보편적 연대를 담은 노랫말과 국민에게 다가가는 밝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겠다는 전력노동자의 의지가 담긴 상징마크에는 또다른 60년이 담겨있었다.

창립기념식 전날인 11월 22일엔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발전대안 마련’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 미국, 러시아, 대만, 태국 등에서 참석단 토론자들은 세계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추진 내용과 문제점을 공유하며 전력산업의 올바른 발전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전력노조가 앞으로 만들어가는 60년은 빛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 빛을 나눠 따뜻한 세상이길 기대해본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6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난 역사적 과정에서 우리 전력노조의 역할은 노동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산업 동력 생산의 주역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부합니다. 그것이 단순히 국가정책에 순응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국가적 존망이 걸린 전력산업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크게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었고, 따라서 모든 국민들이 전력산업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직후의 이념대립 문제나 전력3사 통합 이후 조직적 결합을 강고하게 하지 못한 점, 80~90년대의 노조민주화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과 시련이 있었던 점은 우리가 온고지신으로 삼아야겠지요.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60년을 향한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전력노조가 가야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우선 전력산업에 있어서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우리 노동조합의 정책방향으로 설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공성은 전력서비스의 보편성에 기치를 둔 것이며, 지속가능성은 에너지 산업 전반의 문제기는 하겠지만, 파괴적 개발이 아닌 환경친화적 선순환구조를 역점에 둔 에너지 산업의 발전방향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문제는 현재 우리사회와 노동진영이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비정규직 등 제반 문제에 대해 우리노조의 입장을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기업별 노조에서 사실상 그 역할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는 조직발전의 전망까지도 포함하는 전력노조의 길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은 어떠합니까? 또 올바른 발전방향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이번에 전력노조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습니다만 미국의 경우 구조개편을 시작한 대부분의 주는 실패했거나 아니면 중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러시아의 경우는 민영화와 경쟁체제로 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의 경우도 태국 발전청을 분할해서 민영화하겠다는 탁신총리의 계획이 결국 자신 일가의 축재를 위한 수단이었고, 이것은 쿠데타로 이어져 발전청의 민영화 계획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대만과 일본의 경우에도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많은 문제점이 있고 이 때문에 노조도 정책의 한 주체로서 정부와 협의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각국의 특성에 맞는 구조개편 방안, 그리고 일방적인 구조개편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간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도 급진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이 있고, 사회양극화로 인해 단전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노동조합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습니까?
사실 노동조합의 고민도 우리 사회의 양심세력이 고민하는 지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력은 인권입니다. 전기의 단절은 곧 인권보호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단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단전을 중단시킬 힘은 사실상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노동법상 임금이나 근로조건 외에는 노사간 협의대상을 삼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기업지배구조상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기껏 노동조합이 모금을 통해서 단전가구를 지원하는 정도로 밖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노동조합은 단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정책적 역량을 높이는 한편,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