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젊고 더 다양하게, 개혁에 팔 걷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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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9.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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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개혁으로 매력적인 노조 만든다
[인터뷰]권오훈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으로 탄생한 서울교통공사 내부는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세 개 노조가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메트로노동조합이 4대 집행부를 출범한 데 이어, 7월에는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 권오훈, 이하 ‘서울도시철도노조’)이 2대 집행부를 선출하면서 세 노조가 본격적인 통합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권오훈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조 통합에 대해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춰 조합원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을 찾는 문제”라며 “집행부에서 주목해야 할 일은 내부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통합도 중요하지만, 조직에 변화를 꾀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권 위원장은 ‘매력적인 노조’를 내세웠다. 청년·여성 조합원이 노동조합을 이끌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선거 당시를 기준으로 현직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이 맞붙었는데,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공사 통합을 안정적이고 차별 없이 완수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사 통합으로 인한 근로조건의 변경이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해달라는 목소리였다.

두 회사의 노동조건을 하나로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 같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통합이나 국민건강보험의 통합 사례가 회자되곤 한다. 새 집행부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제도적(외형적) 통합이다. 제도적 통합은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회사의 발전이나 조합원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임단협 후속조치를 하면서 하나 된 근로조건을 적용받도록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 통합이다. 문화적 통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 내면화 된 통합이 중요할 거라 본다.

건강보험공단은 그나마 통합이 잘 이루어진 사례인데도 같은 사무실에서 상이한 조직이 근무하다 보니까 서로 한 회사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공사 통합은 결혼과 같은 것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한쪽이 한쪽에게 자기 생활방식, 업무방식을 그대로 강요하면 갈등이 벌어진다. 서울도시철도가 20년 동안 해온 방식, 서울메트로가 30년 동안 해온 방식이 달라 지금도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결혼을 했을 때처럼 서로 양보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건물만 같이 쓰는 거지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생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조 통합을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 노조가 갈라져 있으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을 구조화 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타인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종의 부부교육처럼 전 직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을 이번 임단협에서 제안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노조 통합이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으로 안다. 후보 사이에, 혹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입장차는 없었나?

노조 통합 얘기가 처음 나온 게 올해 초였다. 통합공사 출범에 맞춰서 노조 통합도 같이 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잘 안 됐다. 집행부 임기 단축 문제나 연초에 서울지하철노조 선거도 있었다. 노조 통합도 공사 통합과 똑같다. 빨리 추진하다 보니까 위원장 주도로 갔는데 일부에서는 위원장끼리 합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거나, 별다른 공론화 과정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구시대적인 방법이다. 상층부 중심으로 일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결국 시기의 문제라기보다는 방법이 중요하다. 위에서 정하면 나머지는 실행하는 구조가 ‘민주집중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에도 있었다. 위원장이 결심하면 조합원은 그것을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으로부터 충분히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 9.27 파업이 대표적이었다고 본다.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그 힘으로 파업까지 갔듯이 현장에서 조합원이 주도하는 형태여야 한다. 이것이 속도의 문제는 아니다. 빨리 하면 좋지만 빨리빨리 때문에 한국사회에 여러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나.

2기 집행부는 노동조합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기존에 민주노총이 갖고 있던 운영방식이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업별 임단협을 하다 보니 수직적이고 전투적인 조직을 갖고 있다. 위원장-본부장-지부장-대의원-분회장으로 이어지는 체계는 군사조직을 흉내 낸 것이고, 기업의 조직과도 닮아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이 수직적 구조를 갖고 있으니 노동조합도 거기에 맞춰서 간 측면이 있다. 이러한 체계는 투쟁을 할 때 놀라운 집중력과 파괴력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평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위원회,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만들어서 이들이 노조 활동을 풍성하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페미니즘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성조합원들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지금은 7% 정도인데, 신규 조합원들 중에 상당수가 여성이다. 문제는 우리 회사가 하나의 성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고, 또 여기에 굉장히 익숙하다. 노동운동도 이제는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노동조합에서도 여성 간부가 굉장히 적은 편인데 이는 여성들이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풍토 자체가 이들이 노동조합운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서도 관리자들은 여직원 천국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노조 간부들도 크게 반박을 안 한다. 우리 회사가 여성들이 그만큼 다니기 좋고 승진도 잘 되는 곳이라면 고위 관리직 중에 여성이 많아야 한다. 6.7%의 여성조합원이 있지만 2급 이상 직원은 한 명 밖에 없다. 3급 이상 직원도 1%가 채 안 된다. 소위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앞으로 도시철도 노동조합운동의 방향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젊은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잘 안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까 젊은 조합원 중에서도 결혼 안 한 사람들은 잘 하는데, 결혼을 하면 못 한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구조다. 아주 큰 헌신을 요구하고. 요즘은 남성들에게도 육아부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노조 간부가 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 한 노동조합 간부는 특정 요일 5시만 되면 집에 간다. 아이가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가야 해서인데, 기존의 조합 질서에서는 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이것을 바꾸려면 5시 전에 회의나 업무를 다 끝내거나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일·가정이 양립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40대, 50대들만 노동조합을 하게 된다.

청년과 여성에게 친화적인 노동조합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지?

앞에 얘기했던 공사 통합이나 노조 통합은 닥쳐오는 과제들이다.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춰서 조합원들에게 가장 타당한 방법을 찾아내고, 조합원들을 설득하면 된다. 하지만 집행부에서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이다. 우선 대의원의 일정 비율을 청년과 여성으로 정하는 ‘청년여성할당제’를 도입할 것이다. 청년들이나 여성들이 선거에 나오면 다 떨어진다. 우리가 더 젊고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내부 혁신과 개혁이다. 지난 촛불집회 이후에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여기에 맞춰서 스스로 변하려고 하느냐, 아니라는 거다. 작년에 했던 사업계획을 올해에도 똑같이 한다. 내가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그것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노조를 만들어야 젊은 조합원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페미니즘 노조를 만들고 싶은 거다. 집행부 내에서도 출범 직후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여성주의, 인권,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10일 대장정’이라는 교육을 했다.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우리에게 지방선거는 실질적 사용자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면 일정 정도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그때마다 다를 것 같다. 전통적인 방식은 노동당을 만들어서 그들을 당선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만으로는 복잡한 사안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노동 성향을 가진 후보와 정책연합, 일종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해서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연대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