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갈팡질팡 에너지정책
정권에 따라 갈팡질팡 에너지정책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9.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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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에너지기업의 사모펀드 매각, 향배는?
[리포트]한국지역난방기술(주) 매각 이슈

10년만의 여야 간 정권교체는 우리 사회, 산업 각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에너지산업과 관련한 정책 역시 이와 같은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우리가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전기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은, 지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발전양과 효율, 규모 중심의 원자력, 화석연료 발전 중심의 정책에서,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정책의 방향이 유턴하면서 곳곳에선 혼란스러움이 야기되고 있다. 이른바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도 인다. 한국지역난방기술 주식회사의 매각을 둘러싼 이슈 역시,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 두드러진다.

설립 26년 간 안정적 경영과 기술축적

한국지역난방기술(주)는 지난 1991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핀란드의 포리 사가 각각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다. 과거에는 공공부문 소유 지분이 50% 이상인 경우, 공공기관에 포함되었지만 현재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한국지역난방기술(주)는 설립 이후 26년 동안 안정적인 경영과 기술축적을 이뤘다. 수도권 천만 시민이 사용하는 열배관망 설계정보 및 해석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열병합발전소, 신재생 및 집단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력은 회사 설립 당시 8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26년 동안 250억 원을 모기업에 배당한 알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력원이 됐다.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된서리

지난 2015년 7월 핀란드 포리 사는 보유하고 있던 지분 50%를 캡스칼리스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한국지역난방기술(주) 노동조합은 “200억 원 가치의 지분을 127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된서리를 맞는다. 공기업 부채 감소, 설립목적 달성, 민간개방 등을 이유로 모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보유한 50% 지분 역시 매각을 종용당한 것이다. 기존의 핀란드 포리 사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가 나머지 지분 역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발전시켜 온 집단에너지분야 설계기술과 국내 2,000km 이상의 열송수관 정보가 투기성 자본에 넘어가는 특혜성 매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 보유의 설계기술력이 사유화되면 기술 독과점으로 인해 국가적,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독보적 기술력,
무작정 매각은 문제

박동민 한국지역난방기술(주) 노동조합 위원장은 “주요 발전원을 기존의 원전과 화석연료 중심으로 가져가고,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부터 점차 민영화를 추진하려던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안정적인 회사가 휩쓸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로 회사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경영을 보였으나, 매각을 위해 의도적으로 물량을 통제한 지난해에 최초로 적자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무리한 매각 추진에 모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노동조합 역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양 노조는 지난 8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지역난방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까지 지분 50% 매각을 완료하지 않으면 모기업인 공사는 정부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국민과 국가 차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투쟁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 소속 어기구 의원도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공공기관들이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되서는 안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핑계삼아 국민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을 투기자본이나 재벌에게 함부로, 헐값으로 헌납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기술(주)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로 사업진출 계획 역시 갖고 있었다. 박동민 노조 위원장은 “몽골, 구소련 지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우 지역 냉난방의 인프라가 널리 깔려 있지만, 현재는 시설이 낙후되어 사업성이 높다”며 “건설, 시공사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사업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었지만, 매각 이슈가 불거지면서 현재는 모든 계획이 정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어기구 의원이 말했듯, 한국지역난방기술(주)의 공적지분 매각은 현 문재인 정부에서 면밀히 검토된 사안이 아니다. 국정철학의 변화에 따라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기술(주)의 미래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