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일하는 현장으로 만들 겁니다”
“인간답게 일하는 현장으로 만들 겁니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9.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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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충원부터 근로시간 단축까지 변화는 이제부터
[노동현장 엿보기]수집운반환경미화원 노동 현장 엿보기

<참여와혁신> 158호에서는 낯설지만 친숙한 가로환경미화원의 노동 현장을 살펴보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손재선 가로환경미화원은 “사실 우리보다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는 수집운반환경미화원이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며 “지자체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업체 소속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을 기준으로 연간 가정생활폐기물 누계가 전국 2백만 톤을 넘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1일 가정생활폐기물 발생량은 0.47kg, 음식물폐기물 발생량은 0.16kg이다. 이렇게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는 우리가 잠든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수집운반환경미화원의 손을 통해 처리된다. 그들의 노동 현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배성훈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 대경환경지회 지회장을 만났다. 그는 수집운반환경미화원의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지난 7월 17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우리의 하루는 해 질 녘에 시작된다

수집운반환경미화원은 쓰레기 수거차량을 운전하는 기사 1명과 쓰레기 수거 작업원 3명이 기본 한 팀으로 움직인다. 저녁 6시가 되면 작업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출근해 골목골목에 있는 쓰레기를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꺼내놓는다. 작업원들의 사전 작업이 끝나면 기사가 차량을 끌고 와 작업원과 함께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 작업을 다음날 아침 5시까지 반복하는데, 수거할 쓰레기양이 많으면 6, 7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수거하는 쓰레기 종류는 생활쓰레기(음식물 쓰레기 포함), 재활용 쓰레기, 대형폐기물 쓰레기 3가지이며 대경환경에서는 마포구 안의 합정동, 성산동, 상암동, 서강동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기사가 운전하는 거리는 하루 평균 100km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는 파주에 있는 수거장까지 하루에 3~4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야간에 작업한다. 경기도 고양시처럼 낮에 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울은 대부분 야간에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낮에 쓰레기를 치우는 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잠을 자는 야간에 작업할 것’을 구청에서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 위험천만 차량 매달리기

이동할 때는 수거차량 뒤에 매달려서 이동하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수거할 쓰레기가 10~20m 간격으로 놓여있기 때문에 매번 차에 탔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건 무리가 있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씨에는 우비를 입고 작업하기 때문에 비에 젖은 우비를 입고 차에 탄다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부딪히거나 떨어져서 부상을 입고 심할 경우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하지만 마땅한 안전장치가 없다.
회사나 지자체에서도 매달리지 말고 차에 탑승해서 이동하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작업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작업이 늦어지면 다음날 아침 시민들 출근시간과 겹쳐 도로 위에서 꼼짝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

이 외에도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쓰레기 수거과정에서 많이 다치는데 쓰레기봉투가 터지면서 떨어지는 빈병에 맞기도 하고 최근에는 수거 차량 안에서 작업하던 환경미화원이 높게 쌓인 재활용 쓰레기 위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해 어깨 골절을 입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다치면 완쾌될 때까지 일을 쉬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장에 불러내는 것이다.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에 주6일제 근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임금은 포괄임금제 등등 노조를 왜 이제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손봐야 할 문제는 끝이 없다.

작업복은 하계와 동계 1년에 두 번 지급되며 작업복 외에는 한 달에 10개의 장갑이 지급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냥 짐을 나르는 것도 아니고 온갖 쓰레기를 나르는 일인데 음식물 쓰레기를 나르다 보면 구더기, 토사물 등 온갖 것들을 만지게 된다. 정말 위생적으로 작업하려면 하루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

휴식시간도 마찬가지, 회사에서는 8시간 일하고 1시간은 식사ㆍ휴식 시간을 주겠다고 하는데 쓰레기 수거 일이라는데 중간에 밥을 먹고 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겨 일을 하는데 언제 쉬겠나. 쉴 수 있는 장소도 마땅치 않고 회사는 회사 건물 옥상을 마련했다고는 하는데 일하는 중에 언제 회사 건물까지 왔다 갔다 하겠나.

지금 가장 힘든 건 가로환경미화원 분들과 마찬가지로 인원 충원이 안된다는 것. 최소한의 인원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아파도 쉬지를 못한다. 내가 아프다고 쉬어버리면 내 옆의 동료가 고생을 하니까 아파도 꾸역꾸역 출근할 수밖에 없고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다.

인력 충원을 요구하면 회사는 비용이 없어서 어렵다는 대답만 되풀이하니 대화가 되질 않는다. 물론 회사도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에는 한계가 있을 테니 회사뿐만 아니라 지자체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 현재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건 구청까지 보고가 된 상태이다.

그리고 시작된 노조탄압

노조 설립을 회사에 알리자마자 노조탄압이 시작됐다. 노조 설립 당시 총 인원 33명 중 24명이 노조에 가입했었는데 지금은 19명으로 줄었다. 노조 설립을 알리자 회사의 첫 반응은 ‘우리는 노조 인정 못하겠으니 퇴사하던가 아니면 노조 탈퇴해라’ 딱 이거였다. 지금도 하루하루 조합원들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담당구역 전환 명령이 내려왔다. 그것도 제일 힘들도 일이 많다고 악명 높은 구역으로 보내졌다. 지금까지 관리자들이 해왔던 작태 중 하나가 자기들 눈 밖에 난 사람들을 힘든 구역으로 배치시키는 것이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특정 한 사람만 담당구역을 전환하는 일은 거의 없는 데다가 있다고 하더라고 기사가 담당구역을 전환할 때는 해당 구역 지리와 시스템을 익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오늘 인사발령 냈으니 내일부터 일해라’ 통보받았다. 이렇게 되면 팀으로 움직이는 작업 특성상, 같이 일하는 작업원들도 고생할 수밖에 없다. 노조 만들었다고 했을 때는 거들떠도 안 보더니 서서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퇴사시키려고 하는 회사의 의도가 깔려있다.

또 이전에는 없던 일이 발생했는데 대경환경을 포함한 이쪽 업계에서는 정년이 지나도 연장계약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진다. 특별히 몸이 안 좋거나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 연장이 이루어지는데, 우리 환경미화원 한 분이 정년을 앞두고 올해 초 정년연장계약서를 작성했다. 최근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로부터 정년퇴직하라는 인사명령이 내려왔다. 연장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무슨 퇴사냐고 따져 물었더니 인사 기록에는 정년 연장 내용이 남아있지 않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인간답게 일하고 싶어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무시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수거 차량을 보면 뻔히 일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 텐데 차를 빼라고 경적을 울리는 주민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이런 인식도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