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비정규직, 고용 안정의 문제이다”
기아자동차노조 박홍귀 위원장
“한일 FTA·비정규직, 고용 안정의 문제이다”
기아자동차노조 박홍귀 위원장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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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직접 표출되는 의사소통 구조 만들어 갈 것”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내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 한일 FTA 협상과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비정규직 관련 정부법안을 꼭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월 양대노총은 총파업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주장해 온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도 대화를 접고 하반기 노동계 총파업에 사활을 걸고 나선 상태다.


한일 FTA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완성차노조도 협상 진행에 우려스런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노동자들의 고용과 직결되는 산적한 현안문제에 대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박홍귀 위원장의 고민을 들어봤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노동절 다음날 라인 중단 등 업무방해 혐의등으로 인터뷰 다음날 검찰에 출두, 구속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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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총파업은 정치파업이 아닙니다.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는 일입니다. 한일 FTA,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곧 위기가 닥칠 겁니다.”


박 위원장은 하반기 총파업이 그간 조합원들에게 외면을 받아 왔던 정치파업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지금 시기를 정치파업의 시각으로만 다가서면 산업 붕괴와 고용 불안이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대중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설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지침을 통해 조합원들을 움직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장 의식이 높아지면서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일 FTA에 관해서는 활동가들도, 조합원들도 단지 구호 수준으로만 알고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도 한일 FTA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칠레 FTA협상 과정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농업부분에 한정되어 있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


“한일 FTA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나와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없었습니다. 정부가 비공개로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계도 체계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참여와혁신>을 통해 자동차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접했다는 박 위원장은 먼저 그 위험성을 알려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활동
현장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에게 내용을 알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도록’ 한 후 자동차 분과에 제안, 금속연맹과 총연맹 차원의 싸움을 조직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듣고 싶다는 게 박 위원장의 의지다. 지난해 선거 때 공약으로 내 놓은 ‘총회 민주주의’가 이 방법이다. 지난 대의원 대회를 생중계하는 등 간부들의 고민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조합원들이 이를 보고 판단, 노조에 요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총회를 하다 보면 사실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고민으로 노동조합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지론이다.


박 위원장은 아직 총회 민주주의가 체계적으로 실행되지 못해 많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남은 임기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집행부가 바뀌어도 ‘총회 민주주의’라는 큰 틀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

 

고용 안정을 위한 비전 제시
박 위원장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획기적인 활동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난 2월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벌였던 판촉활동이었다.
박 위원장은 “판촉활동은 미래 고용을 담보할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외환 위기 때 부도로 1만5000여 명이 일자리를 떠났고 이를 바라본 조합원들은 일자리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마음 속에 깔려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은 현대-기아자동차간, 공장 간의 생산물량 확보 문제로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노조가 펼쳤던 판촉활동은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결국 현대차와 기아차의 균형적 발전 전략 시스템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햇볕 정책’을 통해 기업 활동의 방향성을 바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