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조, 노동조합 업무방해로 동서발전 고소
발전노조, 노동조합 업무방해로 동서발전 고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9.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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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2011년에 이어 다시 고소장 접수
검찰에 부당노동행위 엄중한 수사 촉구
▲ 한국발전산업노조는 28일 오전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한국동서발전의 이길구 사장과 박희성 노무팀장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한국동서발전 노동자들이 7년 전 회사의 부당한 노동탄압 사실에 대해 노동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죄로 다시 고발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문제가 불거졌던 당시 같은 혐의로 사측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국발전산업노조(이하 발전노조)는 28일 오전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한국동서발전의 이길구 사장과 박희성 노무팀장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국가권력을 남용해 대국민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권유지에만 몰두하며 민주주의를 말살한 실태가 전방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지난 2010년부터 발전노조와 조합원들도 보수정권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다. 지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형사소송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노조가 여러 증거를 수집해 대응했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다"며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뀐 만큼 엄정한 수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2010년 11월경부터 공기업 선진화라는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발전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일부 조합원들을 포섭해 어용노조의 설립, 지도했다”며 “발전노조 탈퇴를 거부하는 조합원들 68명을 원거리 사업소로 발령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인사계획 등으로 일정부분 영향력을 미치며 일부 조합원이 새 노조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1,300여  명이었던 발전노조 조합원 중 70%에 달하는 900여 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동서발전에는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의 동서발전본부가 단일노조로 있었다. 단체협약에 입사를 하면 노조에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유니온숍 조항이 포함돼 있어, 3급 이상 간부급 직원을 제외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1,300여 명이 모두 조합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에 ‘노사관계 과락제’를 도입한 것이 회사가 적극적으로 노사관계에 나선 배경이었다. 경영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노사관계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으면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실제로 당시 회사의 노무관리팀에서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분석한 문서도 확인됐다. 새로운 기업별 노조를 만든 이들이 발전노조에서 동서본부를 탈퇴시키고 단독 노조로 변경하는 조직변경안에 대한 조합원 총 투표를 조합원 과반의 서명을 받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측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노무관리팀은 문서에서 조직변경안에 찬성할 것 같은 조합원은 겉과 속이 하얀 배, 중립 성향은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사과, 적극적인 반대 성향은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로 구분했다.

이 외에도 조직변경안 투표을 개표하기 전 회사의 노무차장이 극비로 투표함 개봉을 시도했고,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송부할 목적으로 작성한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의 민주노총 탈퇴 노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기업별 노동조합 설립 관련 실적은 반영한 인사를 지시하는 등의 노동조합 업무를 방해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발전노조는 “노조가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이유는 그릇된 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한 블랙리스트였기 때문”이라며 “동서발전의 범죄자들에 대한 단죄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국정원, 검찰, 경찰청 연루자들의 불법행위까지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발전산업노조(이하 발전노조)는 28일 오전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한국동서발전의 이길구 사장과 박희성 노무팀장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이번 고소의 공소 대리인으로 나선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지난 보수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거론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동서발전의 노동조합 업무방해건과 같은 사건을 불기소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본사 압수수색까지 했던 담당 검사는 이유 없이 교체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이미 민사법원에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했다”며 “대리인이 아니라 법조인으로써 검찰이 적폐를 청산하고, 과거를 반성하며 이 사건을 엄중하게 수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형사소송법에서 검찰이 재량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기소권을 인정하고 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 또는 위계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사측이 노동조합을 업무방해죄를 고소한 적은 많지만 노조가 업무방해죄로 사측을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대해 조상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법에 근거해서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를 하는 것을 넘어 (형법인)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의미가 크다”며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침해하는 경우 엄중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국정농단의 본질은 박근혜- 최순실의 뇌물을 준 재벌들과의 유착이었고, 이를 통해 재벌특혜와 노동개악을 노렸다”며 “국정농단의 재발방지를 위해 그동안 진행된 노동개악의 진실을 밝히고 노동탄압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또한 노동탄압을 얼마나 철저하게 수사하는지는 검찰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전노조의 동서발전본부 조합원 수는 2013년 246명까지 줄었다가 현재 255명이고, 당시 박희성 노무관리팀장은 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