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타워 청소노동자, 노조 설립 때문에 계약해지?
테라타워 청소노동자, 노조 설립 때문에 계약해지?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09.29 16:2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약기간 남은 상황에서 일방적 해지 통보

 

▲ 테라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9월 20일자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들은 노조가 설립되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거라며 부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노조를 만들었다고 계약해지 당했습니다”

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테라타워 청소노동자 22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인력충원 교섭을 위해 노조를 결성한 지 4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테라타워분회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9월 20일 자로 사측으로부터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본래 계약은 올해 12월 31일까지였으나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측은 이들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작년 10월 테라타워 관리를 맡은 ㈜한영에셋 소속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테라타워는 지상 16층, 지하 5층으로 이뤄진 건물 두 개가 연결돼있는 규모있는 건물이다. 이들은 건물 내 화장실, 난간, 엘리베이터 등과 외곽청소 및 쓰레기처리업무를 담당했다.

초기 건물 입주율이 약 25%였을 때 이들의 숫자는 19명이었다. 하지만 분양이 완료된 현재도 인원은 22명으로 3명 충원에 그쳤다. 여자 청소노동자들은 한 명 당 3개 층 청소를 책임져야 했고 남자노동자들 역시 주차장 청소와 쓰레기 처리, 외곽청소를 모두 도맡아야 했다.

한 여성 청소노동자는 “11년째 미화업무에 종사 중인데 이곳에서 하는 업무량은 다른 곳에선 2명이 하는 정도”라며 “이제까지 힘들어서 나간 여성 청소부만 3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장소가 많다 보니 하루에 다 끝내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결원이 발생해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없었다.

하지만 용역업체인 ㈜한영에셋 관리자는 문제를 제기한 미화원을 불러 “한 명 더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인력충원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최저임금에 간신히 맞춘 금액을 받고 있었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4월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에게 인력확충과 고용승계 보장 등이 포함된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측의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승명 테라타워 분회장은 “하루 두 번 이상 관리자가 전화를 걸어 ‘노조를 그만둬라’, ‘팀장을 시켜 줄 테니 마음에 드는 곳으로 떠나라’라고 회유했다. 어떤 날엔 현금 500만원 봉투를 들고 와 건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조의 주장에 해당 관리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는 “노조가 몇몇 개인의 영달을 위해 투쟁 중”이라며 노조 탈퇴 회유 및 협박과 돈 500만원을 건넨 것은 모두 노조가 꾸며낸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노조가 나에게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결성되고 한달 뒤, ㈜한영에셋은 노조원들이 소속된 청소부분을 다른 용역 업체인 ㈜에스텍에이스로 재하청을 줬다. 노조원들은 업체 교체 이틀 전 관리자가 소속업체가 바뀔 것이라고 통보하고 갔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한영에셋이 노조가 설립되자 교섭 책임을 피하고자 다른 업체로 떠넘긴 것”이라며 모든 것이 노조가 만들어지고 목소리를 내니 시작됐다고 말했다.

㈜에스텍에이스 관리자는 이것과 관련해 “우리 회사는 건물 청소를 맡지 않는다”며 “임시적으로 맡았던 것뿐, 전문적인 청소용역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 청소노동자들은 합의내용에 따라 인력충원이 안돼 쓰레기처리업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돼 사측에게 계약파기의 소지를 줬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노조는 새롭게 계약한 ㈜에스텍에이스와 교섭을 시작했다. 그래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청소문제에 대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과 인력충원이 없을 시 관련 업무를 중단한다는 합의를 보았다. 인력이 부족한 대표적인 업무는 쓰레기처리였다. 교섭 내용에 따라 노조는 인력충원이 없어 쓰레기처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영에셋은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스텍에이스와의 계약을 해지시켰다. 청소노동자들 역시 동시에 계약이 해지됐다.

▲ 노조는 테라타워 앞에 천막을 치고 10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노조는 테라타워 앞에서 10일째 농성투쟁 중이다. 사측에서는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 역시 부당해고이자 노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22명의 노동자는 오늘도 거대한 테라타워를 마주 보고 원직복귀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