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솔론, 오는 10월 26일 청산 절차 돌입
넥솔론, 오는 10월 26일 청산 절차 돌입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0.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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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과 정책지원 호소

지난 9월 말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넥솔론이 끝내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오는 10월 26일 청산 절차 돌입을 앞둔 넥솔론 노동자들은 정부의 지원과 채권단의 공적자금 투입을 촉구하고 있다.

▲ 넥솔론노조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며 지난 9월부터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넥솔론은 태양광 발전용 잉곳(Ingot,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성장시킨 고순도 실리콘 막대)과 웨이퍼(Wafer, 잉곳을 얇게 자른 판)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7년에 설립됐다.

전성기까지는 국내 1위는 물론 해외 수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로, 지난 5년 사이 1,000명에 가까웠던 근로자는 400여 명으로 크게 줄었고 현재 공장은 가동 중단 상태다.

김상준 넥솔론노조 노사협력부장은 "회사의 존속을 우선으로 근무형태 변경, 임금 삭감 등을 실시했지만 지난 5년간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꼼짝없이 밀린 넥솔론

넥솔론의 위기는 중국이 값싼 웨이퍼를 만들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넥솔론 외 수많은 국내 태양광 잉곳, 웨이퍼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문을 닫아야 했고 넥솔론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기세를 떨치던 넥솔론은 결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중국 기업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중국 기업이 이 같은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정부의 재생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가 기업의 조세부담이라고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기업의 세금부담 경감 관련 통지'를 마련했다. 통지 내용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부가가치세를 경감해주고 태양광발전의 경우는 관련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50%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여 2020년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각 지역의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독려하고 신용등급이 우수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보다 약 10%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상준 넥솔론노조 노사협력부장은 "넥솔론이 전성기일 때 팔았던 웨이퍼 한 장 가격이 1,2000원 정도였는데 중국 업체와 가격경쟁을 하면서 600~8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가격을 낮춰도 중국기업이 더 싼 가격을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따라갈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넥솔론은 누적적자가 생겼고 2014년 8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매각 절차를 밟았으나 마땅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법원은 이우정 넥솔론 대표에 9월까지 생산을 끝내고 공장을 멈출 것을 지시했고 회사는 10월 26일 청산 절차를 앞두고 있다.

노동계, '공적자금 투입'과 '정책지원' 시급

넥솔론 청산 절차를 앞두고 노동계에서는 "청산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넥솔론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일자리 정책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발표한 문재인 정부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며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보호와 일자리 안정을 위한 넥솔론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넥솔론 정상화 대책으로 공적자금 200억 지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기요금 할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넥솔론노조와 한국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9월 6일 전라북도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해 "태양광 소재산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조속한 지원책 발표와 넥솔론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할 것"을 호소했다.

지금도 넥솔론노조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며 지난 9월부터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전직원 상경집회를 논의 중에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만난 김은남 조합원은 "공적자금 투입과 정책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며 "청산 돌입까지 남은 시간 동안 실직자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