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연합회, 노조 명의로 탄원서 배포… 파장 일 듯
택시연합회, 노조 명의로 탄원서 배포… 파장 일 듯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0.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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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신차구입비 전가금지 완화 요청하는 내용
택시연합회 “기사들 불만 제기돼 샘플 발송한 것”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회장 박복규, 이하 ‘택시연합회’)가 유류비와 신차구입비 등 택시 운송비용을 택시기사들이 일부 부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 서명용지를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 해당 탄원서가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어, 택시연합회가 노조의 명의를 도용해 서명을 조작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택시노조) 등 양대 택시노조에 따르면, 택시연합회는 지난 9월 18일 국토교통부가 ‘택시 운송비용 전가금지 관련 추가지침’을 내놓자 A4용지 두 쪽 분량의 탄원서와 서명용지를 일선 택시업체에 보냈다.

국토부의 추가지침은 ▲액화석유가스(LPG) 등 유류의 사용기준을 임의로 정한 뒤 미사용 유류만큼 금액으로 환산해 택시기사들에게 돌려주는 행위 ▲차종·차령에 따라 운송수입금 기준액(사납금)에 차등을 두거나 새 차량 운행에 대한 추가금을 부과하는 행위를 운송비용 전가금지 위반으로 정하고 있다.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류비·세차비·신차구입비 등과 같은 택시운송사업에 드는 각종 비용을 기사에게 전가할 수 없다. 이른바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은 지난해 10월 서울과 6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시행돼 올해 10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 시행 이후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기본 유류량을 높이고, 사납금을 추가로 올려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본 제공 유류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택시기사들의 경우 그 양만큼 성과급 형태로 환산해 돌려준다. 신차구입비 역시 노후차량을 운행하는 기사들에게도 사납금을 올려 받은 뒤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 택시노조는 운송비용 전가금지가 명문화되자 업체들이 이 같은 편법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일선 택시업체에 배포한 노동조합 위원장 명의의 탄원서. ⓒ 전택노련

<참여와혁신>이 입수한 택시연합회의 탄원서에는 “정부의 일률적인 유류비 미사용분 환급 금지와 노후차량에 대한 운송수입(사납금) 차등 적용 금지는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현장의 노사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해당 탄원서를 배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압적으로 서명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사용 유류비 환급과 노후차량의 사납금 차등 적용을 금지한 국토부 지침에 대해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또 노조 명의로 해당 서명용지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단위사업장 노조의 행정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샘플을 만들어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대 택시노조는 “사용자의 부당한 지배·개입”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마치 운송비용 전가금지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표현해 혼란을 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사용자의 입장을 노동조합의 의견인 냥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 택시노조는 12일 성명을 통해 “법·제도와 정부를 우습게 여기는 사업자들의 행태에 택시업계 전망이 암담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택시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이 이번 달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휴업에 들어간 업체도 생겨나는 등 사업주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이 업체는 운송비용 전가금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 차량의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