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것의 어려움
함께 사는 것의 어려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10.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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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제가 사는 동네는 길고양이의 천국입니다. 풍찬노숙의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천국을 운운하는 게 바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동네보다는 호의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된 가정집들과 야트막한 담장들이 늘어서 있고, 구불텅거리는 언덕에선 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위협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애묘인들이 많아서 군데군데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물론 그걸 달가와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시비(?)가 붙으면 아주 거슬리는 소음을 내며 싸워대고, 쓰레기 봉투는 항상 너덜댑니다. 고양이들이 영역표시(?)를 해 둔 골목길에선 낮이고 밤이고 발을 조심스레 내딛어야 합니다.

언젠가 고양이들에게 앙심을 품은 어떤 이가 밥그릇에 독을 풀어 화제가 되었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선 아직까지 그렇게 흉한 마음을 품은 이들은 없는 것 같지만, 고양이들을 맘에 안 들어하는 이들은 분명 있습니다. 가끔 밥그릇, 물그릇을 엎어 놓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애묘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식의 행동은 짐승의 소행이 아니라 사람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고양이를 안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한다든지 싫어한다든지 감정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 가끔 고양이들이 일으키는 소동은 사실 귀찮습니다. 그래서 가끔 동네에선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사람들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와 무관하게,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은 왕성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동네에 떠돌이 개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이들이 골목길에서 죄다 자취를 감추었는데, 고양이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도시의 구성원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무척 개인적이고, 야행성이고, 생활영역도 확실한 데다가, 깔끔 떠는 습관까지. 고양이들은 현대 도시인들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이질적이었는데 어느 새 우리 삶에 익숙해진 이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대합니다. 좁디좁은 시야 때문에 우리는 그네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들끼리 만나 함께 살게 되더라도 부딪치고 싸우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유는 나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겐 자명한 진리가 남에게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내 영역의 침해라고 느끼며, 그것 때문에 불쾌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