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가감급 폐지하고 판매업무 중단 대책 마련하라
능력가감급 폐지하고 판매업무 중단 대책 마련하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0.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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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결렬에 쌓인 불만 터져나와
[인터뷰]이대열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익산지부장

KTX·새마을호 열차 승무원들의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지부, 용산익산지부, 부산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오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파업을 벌일 전망이다. 이대열 용산익산지부장은 노조 설립 후 첫 파업이라 심적 부담도 적지 않지만 회사 측이 ‘1% 미만 임금인상’을 고수하는 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 3개 지부는 ▲7.9% 임금인상 ▲능력가감급(성과급) 폐지 ▲사무직-승무직 기본급 격차 해소 ▲판매승무원 고용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익산지부장

올해 임금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회사에서는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임금도 1% 이상은 못 올려준다고 한다. 우리가 요구했던 게 7.9%인데, 회사 제시안이 기재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인 3.5% 근처에도 못 가는 상황이어서 계획대로 29·30일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쟁의행위 절차상 6일이 마지노선이었는데,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능력가감급’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어떤 문제 때문인가?

코레일관광개발 직원들의 임금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 그리고 능력가감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개월에 한 번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1년 단위로 합산해서 등급을 매긴다. 각 직급별로 A부터 E등급까지 나뉘는데, SS직급(사원)에서조차 A등급과 E등급의 월급이 3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능력가감급 비중이 크고 등급 간 격차가 크다. 물론 눈에 띄는 실적을 평가한다면 모르겠지만, 우리 업무가 고객서비스이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된다. 등급 평가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직원에 따라 1년에 10번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1년 동안 한 번도 안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각 지사의 부서장에게 조금이라도 찍히면 안 좋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니터링에 문제가 많다. 올림픽대회에서 체조를 보면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평균점수로 매긴다. 우리는 인색한 사람한테 평가를 받으면 아무리 잘해야 80점이다. 후한 점수를 주는 모니터링 요원이 걸리면 최소 90점은 나온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그냥 운이다. 실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KTX-산천 복합열차(열차 2편성을 하나로 연결한 열차)에서 방송을 하는데 잡음이 너무 심하게 들렸다. 원칙대로 하면 앞 열차에서 방송을 해야 하지만, 내가 탄 뒷 차에서 할 때 잡음이 덜했다. 그래서 내가 방송을 하게 됐는데, 그때 모니터링 요원이 타고 있었다. 잡음이 나는데도 방송을 계속 했다고 해서 70몇 점을 받았다. 그 요원이 ‘방송스킬을 새로 교육해야 할 것 같다’고 써놓은 것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적자 때문에 열차 내 판매를 없애려는 것으로 안다. 판매승무원들은 어떻게 되나?

판매직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안 중 하나다. 회사에서는 판매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주장을 펴다가 교섭이 몇 차례 진행이 되니까 그제야 판매 폐지가 맞다고 시인했다. 10월 1일부터 물류업무 도급계약이 끝나는데, 판매승무원들이 그 업무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외주업체 소속 물류원들이 물건을 정리해서 열차에 실어줬는데 앞으로는 판매승무원들이 직접 해야 한다. 현재 KTX-1 열차의 경우 50분 전에 출무를 한다. 물류업무까지 하면 1시간 반 전에는 나가야 한다. 받는 수당에는 변함이 없는데 일만 많아지는 거다.

회사에서는 판매부문 폐지 이유로 연간 30억 원의 적자를 꼽는다. 단순히 판매승무원의 인건비가 높고 판매실적이 낮아서 적자가 난다고 하면 우리도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열차 내 판매사업이 적자를 보는 이유는 판매승무원에 있지 않다. 우리가 항상 강조해 왔다. 편의점에 가면 3~4천 원짜리 도시락이 널려 있는데, 열차 안에서는 만 원짜리 도시락을 판다. 그렇다고 맛이 엄청 뛰어나지도 않다. 당연히 승객들은 안 사먹는다. 승무원들이 메뉴를 개선해 보자고 제안을 했지만 이야기가 안 된다. 5년 전에 비해 반찬 하나 안 바뀌고 지금도 똑같다. 카트에서 파는 물건도 수요조사를 해서 잘 팔리는 것 위주로 실어야 하지 않나. 시중에서는 팔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물건을 여기서 팔라고 하니까 팔릴 턱이 없다. 개선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 무턱대로 판매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노조 설립 후 첫 파업을 앞두고 고민은 없나?

조합원들이 마음의 준비가 덜 돼있을 거다. 파업 전까지는 ‘파업학교’를 통해서 교육을 하려고 한다. 어차피 한 번은 부딪혀봐야 하는 거니까 첫 날에 최대한 조직을 할 거다. 노조의 요구안을 사측에서 받아들인다면 파업까지는 안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사장이 지금까지 교섭에 한 번도 안 나왔는데, 노동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파업 후의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단체행동을 할 것 같다. 승무를 해도 차내 현장발권이나 부정승차 단속과 같은 일부 업무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철도공사의 수입과도 연결돼 있다. 만약 그걸 안 하게 되면 철도공사가 놓치는 수입이 생긴다.

철도공사 귀책사유로 열차가 지연되면 사과는 우리가 해야 한다. 그런데 열차 지연이 일어나도 철도공사에서는 왜 지연됐는지 얘기를 안 해준다. 예전에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영등포역에서 15분 정도 정차한 적이 있었다. 열차팀장이 우리한테는 신호대기 때문이라고만 말해줬다. 알고 보니까 천안아산역에서 열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줄줄이 밀려있는 거였다. 승객들이 바보도 아니고 뉴스 검색해 보면 다 나오는데 정작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 왜 열차가 안 가는지 제대로 답변을 못해주니까 뭐하는 사람이냐고 항의하는 승객도 있었다. 철도공사가 직접 겪어야 할 문제를 우리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29일부터 30일로 기간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파업 이후에는 이러한 업무를 거부할 수 있는데 확정된 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