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AI,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모바일과 AI,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10.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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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열풍, 번거로움에 대한 반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달라질 금융, 지향점 고민해야
[커버스토리] 금융산업의 미래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 일터의 모습이 크게 변화한 사례는 예로부터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단지 일하는 방법이나 문화의 변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만들어내는 산물 역시 이와 같은 변화의 모습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령 스마트폰을 예로 든다면, 본격적으로 국내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굴지의 가전기업과 통신기업들의 경영방침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어디 그뿐일까?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를 농담처럼 구분할 만큼, 우리 일상 곳곳에 스미어 새로운 풍속을 만들어냈다.

 

점포 줄이기…은행들의 트렌드?

금융산업 역시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기 이전부터, 전화나 인터넷 등을 활용한 은행이나 금융서비스의 이용은 점점 더 늘어왔고, 앞서 말한 두 가지 기능을 한 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변모는 가속화됐다. 이른바 ‘비대면거래’의 증가는 금융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133개의 점포 중에서 101개를 통폐합해 영업점 25개와 기업금융센터 7개로 축소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규 및 기존 고객의 80%를 디지털 채널 이용자로 전환하고, 전통적 영업점 이외의 채널을 통한 고객 유치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이른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을 발표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계획은 당연한 수순으로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노동조합은 영업점 대다수의 폐점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노사는 결국 공방 끝에 101개의 폐점 계획을 90개로 줄이고, 특히 지역의 거점 점포 11개를 유지하는 등의 선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노동조합은 영업점 폐점 계획에 대한 안전장치로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라는 문구를 합의서에 포함시켰다. 특히 영업점 폐점과 관련한 제반 문제는 노사가 TFT를 구성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 그 밖에도 창구 텔러를 비롯한 350여 명의 무기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PC 오프제 신설, 휴가 제도 개선 등의 내용 역시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앞서의 계획처럼 노동조합은 본격적인 영업점 폐쇄와 관련한 부분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하였고, 이와 같은 현실은 차후 은행산업 전반에 주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서비스, 카톡처럼 편했으면

그렇다면 씨티은행이 이와 같은 미래전략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씨티은행은 자사 거래의 95% 이상이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상황인데, 기존 창구에 배치된 직원은 전체의 40%가 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노동조합은 은행의 이와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겉으로는 모바일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실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액 고객층을 내치고, 부자 고객층을 위주로 영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진위 여부가 어떻든, 현실은 앞서 말한 것처럼 바뀌고 있으며, 이는 비단 노와 사의 힘겨루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당사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참고해야 할 사안이 된 것이다.

씨티은행에서 벌어진 상황이 비교적 소수(?)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다면, 7월 말 출범해 아직 선 보인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더 많은 이들에게 폭넓게 주목 받은 신드롬이 아닐까 싶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주 만에 신규 개설 계좌 228만 건, 예적금 1조 2,190억 원, 대출 8,807억 원 등 ‘돌풍’이란 표현이 적합할 기록을 세웠다. 연초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주목을 받으며 출범해, 신규 계좌 30만 개를 달성하기까지 두 달이 걸린 데 반해, 카카오뱅크는 출범 하루 만에 이와 같은 기록을 따라잡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크고 작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그동안 비교적 경직된 모습을 고수하고 있던 ‘은산분리 규제’가 과연 입법부를 거쳐 완화될 것일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우리 금융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핀테크 산업을 주목해야 하므로, 현실 변화에 걸맞은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더 폭 넓고 다양한 품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의견은 그동안 은행들을 비롯한 기존 금융기관들이 제공했던 서비스들에 대한 답답함과 번거로움을 질타하고 있다. 송금이나 출금 등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의 신속하고 간편함은 물론, 계좌 개설, 대출, 본인 인증 등에서 스마트폰 활용과 유사한 방식의 편의성을 들여온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에 각광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편리함은 ‘카톡 메시지’처럼 짧고 간명하며, 그래서 인상적으로 소비자들의 감각에 파고들고, 입소문을 낳았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편리함’은 비단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닌, 다른 종류의 서비스에 대한 선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간편송금 이용 건수는 31만 2,000건, 이용 금액은 176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간편송금이란 기존 은행 등의 송금 서비스와 달리, 공인인증서나 계좌번호 등이 없어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말한다. 올해 1분기의 이와 같은 수치는 지난해보다 이용 건 수는 4.5배, 이용 금액은 7.7배 급증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실적의 대부분은 기존의 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금융사가 아니라 전자금융업자들이 주도했다.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와 같은 스마트폰 앱을 중심으로 한 송금 플랫폼 서비스로, 핀테크 업체들이 만든 서비스다. 전체 이용 건수의 93.1%, 이용 금액의 97%에 달한다.

AI 본격 접목 시대, 금융의 미래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들의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각광을 보내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안일했던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기관들의 과오일 것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편송금을 내세운 핀테크 업체들의 초기 서비스에 대해 은행들은 ‘송금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적 편리함’은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존의 은행들이 가만히 손 놓고 있을리 만무하다. 공인인증서 등의 보안 문제를 걷어내고, 보다 신속하며 편리하게 소소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속속 선보이고 있거나, 출시 예정 중에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선보이고, 얼마 간 시간이 흐른 뒤 은행마다 각자의 앱을 출시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보면 자명하다.

이처럼 규모의 자본을 갖춘 기존 금융기관이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약간의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금융산업의 큰 변화는 다른 측면에서 도래할지 모른다.

2016년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 업체인 ‘어니스트 달러’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웹 기반 자동화 투자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 회사로, 프리랜서나 중소기업인 등 고용주 지원 퇴직연금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는 4,500만여 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8달러의 낮은 수수료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왔다.

골드만삭스만이 아니라,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어니스트 달러’와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를 인수하거나, 내부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준비해 금융산업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투자자의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에 의한 자산운용을 자문해 주는 자동화 서비스가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락, 제이피모건 등은 골드만삭스처럼 인수를 통해 이와 같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며,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피델리티 자산운용 등은 고유의 서비스를 구축, 설계하고 있다. 국내의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명품 밸류시스템 자문형 랩’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NH투자증권과 국민은행도 마찬가지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나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증권은 해당 기술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으며, 대신증권은 해당 그룹을 신설, KEB하나은행은 사이버 PB를 오픈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이른바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존의 금융산업이 지속적인 침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은행산업에서는 총 5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수익성 역시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알파고’가 이세돌 9단, 커제 9단 등 인간계 최고수와의 바둑 승부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AI 기술의 발달은 향후 이와 같은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겉으로 표방하는 바가 어떻든 간에, 금융산업과 금융산업이 구축한 시스템은 지금까지 ‘수익성 추구’라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꾸준함(?)을 보여 왔다. 그리고 맹목적인 전진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종종 크나큰 충격과 아픔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실수(어떠한 종류의 실수이건 간에)나 나약함, 한계를 넘어서고자 고안된 새로운 기술이 앞으로 인간들이 저질러 왔던 것보다 얼마나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남아 있다.